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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로그림 노운 May 07. 2022

책 고르기

어떤 책을 어떻게 고르세요?




책을 읽는 방법은 다양하다. 각종 SNS 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책 읽기를 권하고, 유튜버들도 다양한 책 읽기 방법론을 공유한다. 천편일률적으로 정해진 독서법은 없다.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때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가 되겠구나 싶어서 재테크에 열을 올린 적이 있었더랬다. 아무리 제법 벌어도 흙수저로 시작해 근로소득만으로는 집 한 채 못 살 수도 있겠다는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재테크'로 검색을 해서 최근 연도의 책을 대거 빌려왔다. 10권~15권 정도를 읽고 나면, 다음 노선을 정한다. 주식 책은 이해도 잘 되지 않고 재무제표는 아무리 봐도 기업의 가계부는 눈에 쏙쏙 잘 들어오지 않았다. 주식보다는 부동산으로 결정했다. 자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꼬마빌딩으로 정해 본다. 이번에는 ‘꼬마빌딩’으로 검색해서 나온 최근 연도 책을 10~15권가량 빌려온다. 한두권 봐서는 잘 모른다. 세네 권 보면 대강의 각이 나온다. 열 권쯤 넘어가면 후루룩 넘기는 구간이 나온다. 모르는 부분만 체크하며 정독한다. 읽은 책의 모든 내용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대강 꼬마빌딩의 소유자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겪어야 하는지 어떤 장단점이 있으며 어느 정도의 기초 자금이 필요하고 어떤 것을 알아야 하는지 기초적인 지식이 쌓인다. 내가 할 수 있는 수준인지를 가늠해본 후에 다음 행선지를 정한다. 아직은 기초 자금부족 및 대출 제한으로 여력이 없다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싸게 사는 법을 알아봐야겠다.


여러 방법들이 나오지만 싸게 부동산을 살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이 경매였다. 경매를 알아보기로 한다. ‘경매’로 검색된 도서관의 책을 아작 낸다. 2년 안팎의 책으로 검색한다. 양질의 책도 있고 내게 별 도움 안 되는 책도 있을 것이다. 읽어보기 전에 제목만으로는 알 수가 없다. 일단 빌려온 다음 괜찮은 책은 구매하여 정독한다. 공부를 위해 경매 사이트에 일 년 치를 사본다. 주의해야 할 것들을 살피며 실제 같이 시뮬레이션해본다. 일단은 제일 간단한 아파트부터 시작해보자. 엑셀을 열고 내가 수익이 날만한 금액을 정한 후 나중에 입찰된 금액과 비교해본다. 몇 번 연습하고 나서는 실제로 법원에 가서 입찰을 시도한다. 현실적으로 개인이 아무런 도움 없이 좋은 것을 싸게 낙찰받기란 하늘의 별따기임을 깨닫는다. 입찰금을 도로 받아가지고 돌아왔다. 비록 낙찰에 실패했지만 무기 하나는 장착했다. 다음 행보를 위한 소중한 한 걸음을 걸어냈다.


그래서? 나는 꼬마 빌딩을 샀느냐고? 아니, 아직 사지 못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게 아니냐고? 그렇지 않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나는 꼬마 빌딩의 좋은 조건이 나와도 좋은 것인지 모르지만, 지금의 나는 자금 여력이 된다면 정말로 건물주가 될 수 있는 가능성 하나를 열어놓았다. 이것은 엄청난 차이다. 계속해서 조금씩 밑천을 만들어 나가야 언젠가 있을 한 방을 노릴 수 있다. 독서를 통해 간접 경험뿐 아니라 발품을 팔아본 자는 좋은 기회를 얻어낼 가능성이 더 생긴다고 생각한다.




사립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된 아이가 영어학원은 다니지 않겠노라 선언했다. 그렇다면 엄마인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물론 학교에서도 공립과는 달리 방과 후 어학당 형식으로 영어 교육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대부분 영어를 따로 더 배운다. 뒤쳐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니 손 놓아도 괜찮을지, 일단 책을 찾아보기로 한다.


우선 ‘엄마표 영어’로 검색했다. 덕분에 고맙게도 ‘잠수네’를 알게 되었다. 초등 전반적인 엄마표 교육에 대한 개괄을 깨우쳤다. 이런 식으로 이뤄지는구나. 깨달음을 얻고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 엄마표로 하되 기본적으로는 워킹맘이 할 수 있는 아주 짧고 쉽고 간단한 버전이어야 한다. 도움을 얻되 맹신하거나 맹종해서는 안 된다.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헤매다 보니 엄마표 영어와 관련한 책만 또 10~15권 섭렵했다. 책을 대충 보는 편이라 그리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는 않는다. 모든 내용을 다 기억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맥락을 안 채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절반은 성공이다. 내 조건에 맞게 수정해서 얻을 것만 얻는다. 책에서 단계별로 적절한 책들을 추천해주니 아이가 좋아할 만한 책을 고르는 게 한결 수월해졌다. 책 골라주는 스킬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였다.




책을 좋아한다. 책이 많은 곳에서 안정감을 얻는다. 글을 잘 쓰지는 못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정돈하여 써놓은 글을 읽고 깨우침을 얻는 시간들이 좋다. 책과 아주 담쌓지도 않았고, 방법론을 설파할 만큼 아주 다독을 한 것도 아니지만, 나의 책 고르는 방법에 대해서 써보고 싶었다. 목적이 분명한 책 읽기는 위의 방식대로 읽는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책 읽기는 취향에 맞게 재량껏 고르는 편이다. 서점에 비치되어 있는 책 중에서 재밌어 보이고 초반에 읽어봤을 때 술술 잘 읽히는 책으로 고른다든지,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있는 책들을 참고하여 구미가 당기는 것으로 고른다든지, 인터넷 서점의 편집자의 초이스나 평점이 높은 것 중에 고를 때도 있고, 고르는 방법은 다양하다. 전자 서점에서는 주로 심리학 서적이나 간단히 읽을 수 있는 자기 계발 서적 등을 고르는 편이다. 아이의 책 같은 경우에는 인터넷 서점에서 연령별 추천 도서에서 책을 고른다든지, 시기에 맞는 추천도서 중에 아이가 흥미 있어하는 소재로 된 것을 고를 때도 있고, 수상 내역 스티커가 붙어 있는 것들은 어른이 봐도 재밌는 게 많아서 별로 따지지 않고 선택하는 편이다. 꼭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순수한 재미를 위해, 내가 책 읽는 모습이 좋아서, 책에 파묻혀 있는 게 좋아서, 활자들과 종이가 그저 좋아서, 심심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난 책을 읽는다. 조금씩 나아가 정보를 얻을 때도 있고, 감성을 키울 수도 있고, 부수적인 좋은 점이 많으니 더욱 좋다.


내 아이들도 책을 좋아했으면 좋겠다. 책을 언제까지고 곁에 두고 살면 좋겠다. 책에 미쳐 있는 수준이 아니더라도 책을 그저 좋아하고 애정하고 책이 많은 곳에서 안정감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문해력을 키우기 위해 강제로 읽는 어떤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활자가 주는 정보와 감성과 느낌들을 받아들이고 공감하고 애정 하고 울분에도 찼다가 다양한 간접 경험을 하면서 조금씩 견문을 넓혀가면 좋겠다. 그럴 수 있으려면 읽기가 재밌어야 한다. 책에 순수하게 빠져드는 경험을 많이 해야 하는데 요즘 아이들에게는 장애물이 너무 많다. 만화책, 게임 등에 빠져 글자를 좀체 읽으려 하지 않으려 않는다. 시간은 한정적이니 상대적으로 책은 뒷전이 되어버렸다.


요즘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글쓰기에 대한 책들을 조금씩 읽고 있다. 글쓰기에 시간이 많이 드니까 책 읽을 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지만, 꾸준히 책 읽기도 지속할 예정이다. 인풋 없는 아웃풋은 한계가 있다. 아이들 영어처럼 말이다. 자꾸 아웃풋만 기대할 게 아니라 인풋을 다양하게 많이 해줘야 한다. 오늘도 다양한 이유로 책을 고르고, 아이의 책을 읽어주고, 나의 책을 읽는다. 내일도 다양한 목적으로 책을 고르고, 책을 읽어주고 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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