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의> <괴물원>
*제목 이미지 출처 : https://www.junaida.com/
최근에 이수지 동화작가가 동화계의 노벨상 안데르센상을 받았다. 이수지의 <여름이 온다>와 <선> 등의 글자 없는 동화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함께 발견한 주나이다의 <길 Gil>. 같이 장바구니에 담으면서도 사실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주나이다는 일본 신예 작가인데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고, 일본 북 디자인 콩쿠르에서 수상했다. 홈페이지에는 <Undarkness> 외 여러 개가 소개되어 있던데 우리나라에는 <길> <의> <괴물원> 세 권만 발매되어 있다. 작가 하나에 꽂히면 한 작가만 몰아서 보는 경향이 있어서 아이들은 의도치 않게 엄마가 골라온 한 작가의 여러 책에 함께 빠져들기 시작했다.
우선 <길 Gil>. 글이 없지만, 얼마나 볼 게 많은 책인지. 감동의 쓰나미였다. 대강 책에 대해서 정보를 보긴 했지만 실제로 책을 보고 나서야 이 책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아이와 표지를 먼저 보고는 그림이 정교하고 감각적이라는 생각을 했고, 한 장 한 장 펼칠 때마다 새로이 펼쳐지는 건축물, 바다, 나무, 기관차, 책, 우주 등의 여러 장소가 정성스럽고도 신선했다. 소년은 앞표지부터, 소녀는 뒤표지부터 길을 떠나, 둘은 책의 중간쯤에서 만난다. 아이는 무릎을 탁, 치며 "엄마! 이 둘이 만나네! 이거 봐봐, 여자 애는 뒤에서부터 길을 떠나!" 하며 신나 했다. "엄마는 뒤에서부터 여자애를 찾아, 나는 앞에서부터 남자애를 찾을 테니~"부터, "엄마, 우리 누가 소년 소녀 먼저 찾는지 시합해보자!" 스스로 미로를 찾고 숨은 그림을 찾으며 즐겁게 그림을 감상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장소를 후루룩 감상하고, 두 번째에는 아이들의 길을 찾고, 세 번째는 숨은 그림 찾기를 하고, 네 번째는 거꾸로도 읽어보고. 소장해서 두고두고 보고 싶은 책이다. 글자가 없어도, 그림으로 이야기가 이어지고, 그림만 보고 있어도 풍성하다. 장식용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좋고.
처음에 <길>만 샀다가, 주나이다라는 작가에 푹 빠져서 보게 된 <의>. 이 책은 글자가 없는 그림책은 아니고, 모든 이야기가 <의>으로 연결된다. 의미는 소유, 원인 등을 나타내는 조사, '의'. 일본어의 〈の〉(노)이다. 문장에도, 대화에도 정말 많이 쓰이는 조사이다. 표지부터가 일단 예술인 <의>. 세로 쓰기로 된 일본 책이니 넘기는 방향은 반대쪽이고, 이 책에는 마침표 없이 끝없이 조사 <의>로 문장이 이어진다. 그림이 얼마나 정교한지. "마음에 드는 코트의, " "주머니 속의 성의, " 그림에서 그림으로 이어지고, 그림에서 글로 이어지고, 글에서 다시 그림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처음에 등장한 나에서 마지막의 나까지. 아주 멋지고 재밌는 꿈을 꾼 듯 여행이 이어지는 것이 너무 좋았다. 기상천외한 작가의 창의력에 놀라고 그림에 흠뻑 빠지고 연결고리에 연결고리를 연결하여 처음과 끝이 맞닿아지는 구성도 좋고. 끝없이 이어지는 여행을 하며 아이들도 덩달아 즐거워하고 또 신기해했다.
다음은 <괴물원>. 동물원도 아니고 괴물원이라니. 어느 깜깜한 밤, 괴물원에서 빠져나온 괴물들이 마을에 나타났고 사람들은 무서워서 모두 집 안으로 숨어들었다. 밖에 나가지 못해 심심해진 아이들은 상상 여행을 떠나기로 하였고, 무지개 터널도 건너고, 세상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보다도 높이 날고, 상상의 여행의 끝에는 괴물들을 괴물원으로 안내하며 마을을 구한다. 세계를 구하는 아이들의 순수하고 창의적인 마음이 보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책. 다섯 살 둘째는 이야기를 한번 듣고 그림만으로도 자신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쳐 책을 읽어내었다. '괴물은 손톱이 이렇~게 길어.'로 시작되는 둘째만의 이야기.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이야기가 되는 마성의 작가이다.
이해할 수 없거나, 예측하지 못한 것들이 닥쳤을 때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상상의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상상을 멈추지 않으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곳을 밝게 비추는 이정표가 되어 줄 것입니다.
-주나이다
다음 작품이 나오는 대로 꼭 소장하고 싶은 주나이다 작가님의 책. 당분간 위 세 권은 나와 우리 집 자매님들의 최애 책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