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뉴로그림 노운 Apr 24. 2022

지속성과 끈기

100일의 기적이 올까


22년 3월경부터 1일 1 드로잉, 1일 1 글쓰기를 시작했다. 한 달 반 정도가 지나 글도 50개 넘게 쌓인 지금. 어느 정도 지속하면 습관이 되고 실력으로 이어지고 자리가 잡힐까.  


'1만 시간의 법칙'은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만 시간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법칙이다. 1만 시간은 매일 3시간씩 훈련할 경우 약 10년, 하루 10시간씩 투자할 경우 3년이 걸린다. 이는 1993년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의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K. Anders Ericsson)이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이 저서 <아웃라이어(Outliers)>에서 에릭슨의 연구를 인용하며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하루 대략 두 시간 정도를 ‘생각하고 글 쓰고’에 투자하고 있다고 계산해 보았을 때, 전문가의 수준이 되기 위해서는 15년은 걸린다는 소리다. 나 스스로 정한 최소 기간이 100일이니, 매일 한다 해도 실상 겨우 200시간 만을 채우는 셈이다. 1만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는 50배의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지만, 나는 첫 100일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백일이 바로 루틴으로 이어지게 하는 교량 역할을 해 줄 것이다. 시작이 반이니까 첫 백일을 무난히 해냈다면 앞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랄까.


백일의 기적은 아기에게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작디작은 몸으로 태어나 적응하는 시간 백일. 낮과 밤을 알고 낮에는 세상에 눈을 뜨고 밤에는 잠을 청하는 법을 배워가고 체득하는 백일의 시간들. 아기를 처음 키우는 엄마도 세상을 처음 겪는 아기도 백일이라는 힘든 시기를 버티고 나면 백일의 기적이 온다. 통잠을 자고, 세상에 적응하고, 예뻐 보이는 순간이 오는 것처럼, 백일의 적응 기간은 힘들지만 그만큼 중요하다.


전공의 1년 차 때 백일 당직이라는 게 있었다. 백일 동안 병원에 칩거하며 응급실 콜을 받고 당직을 선다. 끝없이 응급실 전화를 받고 공부를 하고 찾아보고 병원에서 먹고 자고 싸며 생활하는 기간이다. 힘든 백일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신경과 의사로서의 무기가 조금은 단단해지고 그제야 전쟁에 나갈 최소한의 채비를 마치게 된다. 전통적으로 백일 당직은 거의 각 과마다 있었는데, 지금은 전공의 복지를 위해 당직 후에는 다음날 쉬어야 한다는 강제성이 생겨 백일 당직은 이제 없어진 옛 문화가 되었다.


갑자기 ‘그림 그리는 신경과 의사, 뉴로그림’으로 활동해 보겠답시고 시작한 1일 1 드로잉. 크로키로 시작했지만 크로키만 해도 선의 힘을 빼고 강약 조절하는 게 쉽지 않다고 느끼는 중이다. 더 나아가 채색 명암 등에서 막혀서 답답하기 그지없는 상황. 뭐든 매일 꾸준히 하면 쑥쑥 늘기만 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으니 벌써 약간 지친 상태랄까. 이놈의 끈기 없음이란. 백일은커녕, 2달도 채 되지 않아 매너리즘이라는 둥, 하기 싫다는 둥, 이러는 건 반칙 아닌가. 어디 여행이라도 가면 아이의 루틴도 나의 루틴도 쉬이 깨져버리는 것 같다. 매일, 꾸준히, 지속하는 것은 진정 쉬운 일이 아니다. 하고 싶은 일이라면 즐겁게 하고 해야 하는 일이라면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는데 이건 어디쯤이 되어버린 걸까.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거쳐 가는 관문으로 스스로 정한 ‘해야 하는 일’인데 이것은 그렇다면 어디에 중점을 맞춰야 하나. 즐겁지도, 효율적이지도 못하면 어쩌지?


어쨌든 나는 백일의 기적을 위해 오늘도 글 하나를 쓰고, 그림 하나를 그렸다. 한 달을 넘기고 두 달을 넘기고 세 달을 넘기고 나면 백일이 지나고 좀 더 편안하게 루틴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고 즐겁지만도 않을 것을 안다. 방향이 그르다면 무작정 열심히만 하는 것이 능사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기본기를 갖추고 매일, 꾸준히, 해 나간다면, 길이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꾸 하다 보면 내 강점이 보일 것이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드러날 것이고, 그러한 나의 선호가 모이고 모여, 나만의 어떤 매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예쁘게 잘 수집하고 모아서 그럴듯하게 포장을 해서 여러 개 묶어 두면 그럴싸한 작품도 하나 나와주지 않을까?


오늘도 묵묵히, 글을 하나 쓰고, 그림을 하나 그렸다. 내일도 묵묵히, 글을 하나 쓰고, 그림을 하나 그릴 것이다. 백일 동안 꾸준히, 묵묵히 해보려 한다. 그런 나를, 나는 격하게 응원한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세상에서 내 글이 제일 재밌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