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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로그림 노운 May 08. 2022

소확행

행복은 멀리 있지 않음을



첫째는 태권도 학원을 잠깐 다닌 적이 있다. 동거인 격리로 인해 많이 빠진 후로 가기 싫다고 말은 하면서도, 다녀오면 또 재밌어하고 재잘재잘 뭘 배웠는지 알려주는 것을 보면 나름 재밌었나 보다. 특히 한 달에 한번 있는 금요일 태권도 시간에 뭔가 '사는' 시간을 제일 즐거워했다. 무척이나 행복한 표정을 짓고 사 온 물건들을 나열하는데, 사실 별 것도 아닌 것들이다. 아이들은 그 '별것 아닌 것'에 열광하며 행복해했다. 행복이란 이렇게 별것 아닌 것인데. 몇 천 원 하지도 않는다. 가격을 생각하고 가치를 판단하고 어른의 기준에서 자꾸 물건을 평가하니 별것 아닌 게 되지만, 그 별것 아닌 것이 아이들에겐 별것이 된다. 동생 것까지 두 개씩 챙겨 와서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나누어 주고는 어떻게 가지고 노는 건지 알려주는데 그럴 때면 눈이 초롱초롱 빛이 났다.


그 별 거 아닌 것을 우리 어른들은 못해주는 요즘 현실에 씁쓸해졌다. 학원을 보내고 숙제하라 종용하고 윽박지르고 일분일초의 시간도 촘촘히 계산해서 아이가 놀 시간 따위는 주지 않고. 집에 있는 시간보다 학교와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요즘 아이들이다. 얼마나 힘들고 고달픈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사소한 즐거움', '별 것 아닌 행복'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야겠다고 다짐했다. 생각보다 아이들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큰돈이 들지 않는다. 어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큰돈이 들뿐.


지금 조금 논다고 덜떨어진 아이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 찾기, 엄마가 우선 행복하기, 욱하지 않기. 이 셋을 실천하기란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중간고사에서 동그라미만 치고 답을 쓰지 않아 감점이 있었는데 옆 친구는 올백받았다는 소식이 들리면 비교하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애써 흘려듣기로 한다. 다음에는 답을 잘 써보기로 하자, 하는데 목소리가 떨린다. 불행 찾기는 이토록 쉬운데, 작고도 소소한 행복 찾기는 왜 이렇게 어려운지. 쉬이 비교하고 비교당하고 불행해지는 우리들이다. 나도 완벽하지 않으면서, 아이에게 완벽을 바랄 수는 없지. 아이 자체만 보고, 거기서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캐치하며 성장을 응원해야 한다.


차곡차곡 소소한 행복을 쌓아가자. 듬성듬성 나무토막을 쌓아도 제법 크고 단단한 담벼락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아주 소소한 행복이라도 모이고 모이면 큰 물결을 이룬다. 내면이 풍성하고 마음이 풍요로운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하자. 많은 것을 스스로 느끼고 경험하며 산 지식과 지혜를 깨우칠 수 있도록 곁에서 응원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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