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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로그림 노운 May 10. 2022

딸과 함께 뮤지컬 관람

뮤지컬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

  


<라이온 킹>은 동명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1997년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했다. 21개국, 100여 개 도시, 1천만 명 이상 관람하며 어떤 장르도 넘볼 수 없는 독보적 기록 '전 세계 역대 흥행 1위'를 자랑한다. 브로드웨이 틀에 구애받지 않는 놀라운 상상력과 예술성! 토니 어워즈를 비롯해 메이저 시상식 70개 이상의 상 석권! 등 수식어는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길거리에 붙어 있던 공연 홍보물을 보며, 보러 가고 싶다고 생각은 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던 차에 '내일이 마지막 날이래요'라는 딸 친구 엄마의 말에 그 자리에서 바로 예매한 뮤지컬 라이온 킹. 가정의 달이라 20% 할인받고 VIP 좌석 바로 옆 R석을 10열로 2장에 242000원으로 예매했다. VIP는 떨어진 좌석밖에 없었고, 보고 왔던 사람들 말로는 무대 크기가 그렇게 크지 않으니 중앙 좌석이 아니어도 충분히 괜찮다고 하였다. 라이온 킹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이미 여러 번 봤던 첫째 딸은 갑작스러운 라이온 킹 뮤지컬 관람 소식에 무척 기뻐했다. 여기저기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다니며 설레 하던 딸이 어찌나 귀엽던지. 8세 이상 관람 가능이어서 동생 없이 가는 공연이니 더욱 좋았을 것이다.



30분 정도 일찍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들어가는 차량이 많고 주차장이 혼잡해서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는 않았다. 실내에서는 커튼콜까지도 일체의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그나마 외부에 포토존이 몇 군데 마련되어 있어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줄이 매우 길어 이마저도 촬영이 쉽지는 않다. 보러 온 사람들이 어찌나 많던지 인산인해를 따라 줄지어 들어가고 나와야 했다. 티켓 교환 후 들어가서 10열에 앉아보니 타악기 공연하는 사람의 표정까지 자세히 보였고 사이드 각이긴 했지만 공연 중 배우 표정도 다 보여서 감동이 배가됐다. 아이들을 위한 방석이 있어 깔고 앉혔더니 124cm 딸아이도 즐거운 관람이 가능했다. 이전 공연 때는 앞사람 앉은키가 너무 커서 중심부만 가렸던 비극을 겪어야 했으나, 이번에는 적절한 키의 앞사람을 만나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심지어 딸아이 앞 좌석도 아이여서 시야 가림 없이 관람할 수 있었다.





뮤지컬인데, 사람이 동물을 어떻게 연기하지? 싶었는데 걱정은 내려놓으시라. 아프리카 초원이 배경인 데다 등장인물이 모두 동물인데 무대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정말 궁금했는데 휴매니멀(휴먼과 애니멀의 합성어) 방식으로 배우의 얼굴을 같이 보여주는 것이 정말로 창의적이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불이 꺼지고 <Circle of life>로 공연 오프닝이 열린다. 메인 주제곡이자, "나~주 평야~"로 남편이 따라 불러서 자꾸 내 귀에는 나주평야로 들리던 바로 그 곡. 사람의 손으로 표현된 표범의 팔과 실제 표범과 혼연일체가 되어 말없이 표범을 연기하던 배우며, 긴 장발을 짚고 실제 기린처럼 등장하여 기린을 연기하던 배우까지, 시작부터 소름이 돋을 정도다.




동물을 표현하는 창의적인 움직임과 방식을 보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표범과 기린에 이어, 코끼리, 가젤, 물소, 새 등이 등장하는데 각자 동물을 표현하는 방식이 모두 색다르고 창의적이다. 사자는 머리 위에 마스크를 얹고, 실제로 사자와 같은 행동을 하면서 걸음걸이까지 사자 같이 걷는다. 티몬, 품바, 자주 같이 코믹한 캐릭터들은 원작 애니메이션과 비슷한 비주얼로 표현하면서도 배우의 얼굴을 가리지 않고 배우의 디테일한 감정 표현까지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수레바퀴에 가젤 모형을 붙여 여러 마리의 가젤이 떼 지어 달려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도, 새 모형이 연결된 장대를 빙빙 돌려 가며 새가 나는 모습을 표현한 것도, 무척 인상 깊었다. 물소가 떼 지어 내려가는 장면에서는 전율을 느낄 정도였는데 적절히 영상을 이용하면서도 점차 내려오는 원근감을 이용하여 물소 떼를 표현해낸 방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이에나를 표현하는 방법도 굉장했는데, 손으로 하이에나 같은 움직임과 머리 흔들거림을 표현하였고, 배우의 표정뿐 아니라 동시에 표현한 가면 연기는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관객석에서 여러 동물들이 등장해 현실감이 엄청나다고 하는데 이는 영상으로나마 아쉬움을 달래 본다.



https://youtu.be/pUjXPV88Ug4



제아무리 라이온 킹이라지만 150분, 무려 두 시간 반을 봐야 하는데 초등학생 어린 딸이 잘 버텨줄지 다소 걱정되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보는 내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몰입하는 것을 보니 역시 명성에 걸맞은 뮤지컬이구나 싶었다. 인터미션 20분도 주차 등록하고 포토존 한번 찍고 나니 금방이다. 2부에서도 우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최고의 공연은 이어졌다. 화려한 동물들의 공연에 이어 서서히 불이 꺼지고 하쿠나 마타타를 노래하는 품바와 티몬의 등장과 노래. 약방의 감초처럼 분위기를 적절히 살려주면서 기깔나게 연기하는 배우들. 중간중간 한국 관객을 위한 대박~ 감사합니다, 국제시장, 아리랑 등 한국어를 적절히 구사해주니 아이도 재밌어서 깔깔거렸다.

 

Circle of Life가 오프닝과 엔딩을 장식한다. 어린 심바와 날라는 얼마나 많은 국가를 오가면서 공연을 했을까. 어린 나이에 힘들지는 않았을까. 너무 대견하다. 힘든 여정도 있었겠지만 하쿠나 마타타를 노래하며 공연 일정을 즐겁게 소화해내었을 것만 같다. 공연을 연출하고 만든 사람에게 감사한다. 머나먼 부산까지 와서 공연해준 공연팀에게도 감사한다. 내일이 마지막 공연이라고 알려준 딸 친구 엄마에게도 감사한다. 즐겁게 같이 봐준 내 딸에게도 감사한다. 하쿠나 마타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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