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뉴로그림 노운 May 17. 2022

핫한 동부산

주말의 롯데월드 어드벤처


'핫한 부동산'의 오타 아니냐고? 그렇지 않다. 핫한 동부산 맞다. 동부산이 얼마나 핫한 곳인지 부산 경남 지역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우리 가족이 자주 가는 주말 행선지만 봐도 거의 동부산에 위치하고 있다. 기장 힐튼, 이케아, 롯데 프리미엄 아웃렛, 부산과학관, 루지, 그리고 이번엔 드디어 롯데월드 어드벤처이다. 맛집과 핫한 카페도 엄청 많다. 부산에 간다면 꼭 동부산에 들르시라 권하고 싶다.


롯데월드 어드벤처의 위치는 바로 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읍 동부산 관광로 42. 서울의 롯데월드와 비교하자면 아담 사이즈이다. 경주월드 정도 급으로, 초등학생들 데리고 가기 좋은 곳이다. 어린이날에 주차되어 있는 차량을 보고 겁을 지레 먹고 못 갔던 게 한이 되었던 첫째 딸을 위해 음악 경연 대회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날, 시상을 뒤로 한채 (어차피 참여에 의의를 뒀던 터라) 롯데월드로 향했다. 신나는 발걸음의 아이들. 왜 너희들이 신나는 데에 어른들의 체력과 머니를 소모해야 하는 것이니?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전정 기능이 영 맛이 갔다. 무서워서 못 타는 게 아니라, 어지러워서 못 타는 지경이 되어버렸다. 입장료만 내고 들어가는 요금 따위는 없었다. 놀이기구란 자고로, 거의 대부분이 뱅뱅 도는 것인데, 도는 것을 타지 못하는 상황이라니. 내가 4시간 동안 머물면서 탔던 것은 딱 하나, 바로 회전목마였다. 이마저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은 둘째가 타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니, 늙은이 마냥 마차에 앉아 있는 게 고작이었다. 나의 놀이동산 전성기는 20대로 끝이 났다. 자이로드롭, 자이로스윙, 롤러코스터 할 것 없이 스릴을 즐기던 나의 젊음은 이제 사라지고 없다. 내게 무서울 것이라고는 없었는데 어지러워서 못 탄다니! 심히 통탄스럽다.

 



자그마한 크기라 몇 번만 왔다 갔다 하면 구조는 훤히 깨우칠 수 있는 (나 같은 길치 빼고) 정도의 크기이다. 우리 집 꼬맹이들 5세, 9세 정도에 적합한 놀이동산이다. 알록달록 설렘 가득 처음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토킹 트리. 말하는 나무가 재잘대고 있다. 실제로 입이 제법 자연스럽게 움직여가며 말을 건네는데, 아이들이 서로 손을 눌러보려고 새치기하는 무법자를 흘겨봐가며 인고의 시간들을 보낸다. 아니 이게 뭐라고 이렇게 좋아할 일인지. 역시 별것도 아닌 것에 좋아하는 아이들이었다. 그나마 제일 대기 시간이 적은 것이었으니, 어쩌면 다행스러운 일이었을지도.


귀여운 토킹 트리. 이미지 출처 : 롯데월드 어드벤처 공식 홈페이지


꿈과 희망의 놀이동산에 발을 들인 아이들은 설렘 가득 마음이 방방 뛰기 시작했다. 어른들의 머리로는 대기시간을 최소한으로, 같은 시간 대비 효용이 최대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동선을 적절히 잘 짠다! 가 목표였지만, 아직 어린 우리 아이들에게는 씨알도 안 먹혔다. 눈에 보이는 것을 먼저 하고 봐야 하는 성미들. 기다릴 줄 모르고 전두엽의 기능이 미성숙한 꼬맹이들 덕분에 선정된 첫 어트랙션은 스완 레이크. 무려 대기시간 40분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20cm 이상 탑승 가능, 90cm 이상 ~ 120cm 미만 보호자 동반 시 탑승 가능 조건이었다. 참고로 우리 집은 첫째가 120cm 조금 넘고, 둘째가 90cm 조금 넘는다. 아빠만 동반 탑승하면 되는 상황. 아빠와 아이들만 밀어 넣고 나는 잠시 밖에서 휴식을 취했다. 들어오자마자 생긴 휴식 타임에 기뻐하는 이 아이러니란.  


스완 레이크. 이미지 출처 : 롯데월드 어드벤처 공식 홈페이지


이거 하나 타는데 40분을 대기한다니. 수용 인원에 제한을 둬도 주말 대기 시간은 최저 시간이 20분이다. 밖에서 기다리려는데 하필이면 오늘따라 핸드폰 배터리도 간당간당해서 그저 혼자 덩그러니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교복을 입고 오면 전체적으로 할인해주는 이벤트가 있어서인지, 교복 입은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10-20대는 말할 것도 없고, 3-40대로 보이는 엄마 아빠조차 감성 교복에서 대여한 교복을 입고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며 감성 돋는 추억팔이와 새로운 추억 쌓기를 시도한다. 짧은 미니스커트와 운동화 그리고 힙해 보이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찍어 보는 사진. 영화 <엽기적인 그녀>가 생각난다. 나의 스무 살, 반수를 해보겠다고 노량진에서 다시 만난 중학교 친구와 전지현 흉내를 내며 깔깔대던 그때가 생각났다. 나는 놀이동산에 덩그러니 남아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고, 그때 그녀는 CEO가 되었다. 이제는 너무 바빠 연락조차 뜸해졌다. 별의별 생각들이 다 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0여 분의 시간 동안 나의 뇌는 쉬지 않고 과거를 헤맸다. 저 멀리서 즐거움의 함성을 지르며 아이들이 뛰쳐나온다. 정신을 차리고 다음 코스로 향한다.



날아라 꼬꼬. 이미지 출처 : 공식 홈페이지
아기 돼지 범퍼카. 이미지 출처 : 공식 홈페이지.


날아라 꼬꼬를 대기하던 중, 첫째와 둘째가 같이 있다가 줄이 끊어진 상황. 보호자의 동반이 대부분인 둘째와 아빠는 다음 회차 꼬꼬를 탄 후 다른 놀이기구를 타러 가고, 첫째는 혼자서 아기 돼지 범퍼카를 탔다. 꼬꼬는 끄트머리에서 반경을 크게 해서 속도감 있게 도는 구간이 있는데 그때마다 빵빵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범퍼카 운전도 제법 잘하게 된 딸이다.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신청했던 BMW 드라이빙 때마다 한동안 늘 쫓아다녔어야 했는데, 언제 이렇게 많이 컸나 싶다. 몇 개 타지도 못했건만, 오후권으로 들어왔더니 때는 바야흐로 저녁 먹을 시간. 신난 아이들이 신난 김에 더 신나라고 자장면을 시켜주었다. 놀이동산에서 맛있는 걸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인 줄 알았는데 웬걸. 오거스 키친(신차이)은 중화요리 4대 문파 유방녕 셰프의 중식당으로, 맛이 제법 괜찮았다. 여기 말고도 먹거리는 충분히 많다. 에그드랍, 스테프핫도그, BHC, 롯데리아, 공차 등 유명 프랜차이즈도 제법 입점해 있으니 입맛대로 고르면 될 것 같다.


오거스 키친 (신차이). 이미지 출처 : 공식 홈페이지.



저녁을 먹고 나왔는데 벌써 해가 지기 시작한다. 새벽부터 음악 경연 대회 준비랍시고 설쳤더니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지만, 그렇다고 퍼레이드를 놓칠 수는 없지. 20시에 하는 퍼레이드를 보기 전까지 최대한 탈 것들을 타놓아야 한다. 둘째와 나는 회전목마를, 첫째는 아빠와 회전그네를 타러 떠났다. 생각보다 줄이 빨리 빠지지 않아 대기가 길어진 회전목마 덕분에 다른 것은 시도도 못해 보고 퍼레이드를 위해 자리를 잡았다. 운이 좋았지, 회전목마 앞자리가 바로 명당이었네? 처음 입장부터 나중에 퇴장까지 꽤 긴 시간을 이곳에 머문다. 심지어 급할 때 화장실도 길 하나 건너면 바로 있고. 아이들은 토끼와 곰 모양 솜사탕을 먹으면서 퍼레이드를 감상하였다. 온 얼굴과 머리카락과 손가락이 설탕물로 범벅이 되었지만, 엄청난 당 섭취에 이어 기분이 좋아진 아이들은 졸릴 법도 한데 끝까지 에너지를 분출하며 구경하고 즐거워하고 신나 했다.


회전목마. 동물에는 120cm 이상 탑승 가능. 80~120cm 미만은 마차, 바구니, 회전 컵에 보호자 동반하여 탑승 가능.
회전그네.  105cm 이상 탑승 가능.
미니 퍼레이드. 14시와 20시에 있다. 이미지 출처 : 공식 홈페이지.




오후권으로 4 무렵 들어갔는데 문을 닫을 때까지 열정을 불사른 아이들. 어른들은 피로와 근육통에 시달리는 와중에 아이들은 말짱하기만 하다. 아이들의 무한한 체력과 튼튼한 전정 기능이 부러웠다. 꿈과 희망의 놀이동산에서 나는 늙어버린 나를 발견해서 씁쓸하다.  페이지를 술술  내려가는 첫째의 일기를 훔쳐본다. 마냥 좋고 즐겁고 신이 나서  가고 싶다는 아이의 소감. 나이 들어 퍼진 결말의  일기와는 사뭇 괴리가 있어서 웃프다는 이야기. 어느 날의, 흔한 자매의  흔한 놀이동산 이야기.

작가의 이전글 딸과 함께 뮤지컬 관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