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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로그림 노운 May 22. 2022

가방을 고르는 기준

명품도 물론 좋지만



사람마다 가방을 고를 때에는 자신만의 기준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명품의 한 종류일 수도,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선호하는 디자인에 따라 고를 수도 있을 것이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가방, 저런 상황에서는 저런 가방, 각각의 상황에 맞춰 가방을 여러 개 사놓기도 할 것이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가치의 우선순위는 다양하다. 내게도 나만의 가방을 고르는 기준이 있는데 그에 관해 한번 써볼까 한다. (지극히 개인의 취향임을 밝혀둡니다. 일기는 일기장에! 네 가방 취향 노관심! 이신 분은 미리 스킵해주세요.)



첫 번째는 바로 '책 한 권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인가'이다.    

평소 가방이나 액세서리 자체를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가방을 사게 되는 경우는 목적이 분명하다. 목적에 부합하는 것은 어떤 브랜드라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내게, 가방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기 때문이다. 평소 핸드폰과 지갑만 들고 다니지만 가끔 가방이 필요한 날이 있는데, 지하철 출퇴근길 책 한 권 넣을 공간이 마땅치 않을 때이다. 사실 그냥 책만 덜렁 들고 탈 때도 많다. 하지만 가볍고 책 한 권 넣을 공간이 되는 가방이 있으면 휴대하기 더 편리해지므로, 굳이 가방을 산다면, 책 한 권이 들어갈 수 있다면 좋겠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



두 번째는 '적정한 가격대인가'이다.

잘 들고 다니지도 않는 가방, 액세서리 하나에 천만 원 가까운 돈을 들이기에는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든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비싸다는 기준은 다 다를 것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에 부합한 것이라면 비싸더라도 그만한 가치에 합당하니 충분히 사볼 법하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방의 가치는 내가 원하는 물건을 넣고 다니기 위한 수단이다. 들기 편하고 가벼우면 되는데 그런 목적으로는 사실 에코백을 들어도 크게 무방하며 그에 비하면 명품은 터무니없이 고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사기가 꺼려진다. 명품의 가치를 폄하하거나, 그것을 사는 사람들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다. 희소가치가 있고, 소재나 마감 등에 있어서 견고하고 탄탄하며, 쉽게 질리지 않은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나도 여력이 되면 많이 가지고 있으면 좋을 거 같다. 하지만 그 여력이 별로 넉넉지 못하며, 대부분은 내가 생각하는 적정 가격 수준을 넘어선다. (여보, 나도 저 사진 속 색깔 좋아해!)


세 번째는 '브랜드가 너무 드러나지는 않는가'이다.

일단 '나 명품이요' 대놓고 너무 존재가 드러나는 종류의 가방은 나와 왠지 어울리지 않기도 하거니와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나 자신의 가치보다 가방의 존재가 더 부각되는 상황이 싫기 때문이다. 명품 가방을 들고 있지 않다고 해서 저 사람 명품 하나 없네,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반대로 브랜드가 도드라지는 가방을 메고 있으면 그 가방이 내 존재보다 더 부각되어 무슨 가방을 멨네 마네 하며 가방의 가치만큼 그 사람의 존재 가치가 결정되어버리기도 한다. 나중에 내가 아주 비싸고 좋은 가방을 사더라도 그 가치는 나만 알아봐도 좋으니 브랜드는 조금 숨어 있으면 좋겠다.


네 번째는 '가벼운가'이다.

무거우면, 아무리 좋은 가방이라도 결국 손이 안 가게 되더라는 경험에서 나온 기준이다. 핸드폰과 카드 지갑만 가지고 다니는 내가 책 또는 아이패드 등으로 인해 짐이 늘어날 때는 늘어난 물건의 무게까지 고려해서 그만큼 가방은 가벼워야 한다. 그러려면 사실 에코백이 최고인데, 에코백은 놓았을 때 흐물거리고, 각 잡히지 않아 오히려 불편할 때가 있다. 가죽이 가벼우면서도 흐물거리지 않게 약간 각은 잡힐 것. 그것이 네 번째 조건이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다섯 번째는 '마음만 먹으면 구할 수 있는가'이다.

코로나 이후로 명품을 사보려고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해외에 나가지 못해 다들 명품을 쉽게 구할 수 없게 되니 백화점 명품관은 오픈런해야 겨우 구경이라도 할 수 있을 정도다. 일단 구하기가 어렵고, 내겐 그런 정도의 열정과 시간이 없고, 굳이 타인에게 돈을 줘가면서까지 사고 싶지는 않으며, 지금 당장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며, 뭣보다 NEED 보다는 WANT에 가깝고, 가방 하나 없어도 살아가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내가 생각하기에 내게도 경제적인 여유가 생겨서 오백만 원 정도의 가방이 편의점에서 사는 껌 수준으로 싸게 느껴질 때는 거리낌 없이 살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무리다. 남들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나도 그 정도는 사놓아야지, 식으로 쉬이 살 물건은 아니라는 것. 또한, 갖은 노력과 열정과 시간을 들여야 살 수 있는 것이라면 내 시간이 그보다는 소중하므로 잠시 미뤄두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여섯 번째는 '두 손이 자유로울 수 있는가'이다.

두 손은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아이들을 번쩍 안아야 할 때도 있고, 짐이 많아지거나 아이들 손을 잡거나 내 몸은 하나인데 두 손은 모자라는 상황은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으므로 두 손이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서 내 가방은 거의가 크로스백이다. 한쪽 어깨에 무게 중심이 쏠리게 되면 힘들 수 있으니 크로스백이면서도 가벼워야 한다. 이 조건들로 인해 낙제되는 가방들이 우후죽순 늘어난다. 자 이제, 내가 살 수 있는 건 별로 남지 않았다.



그래서, 무슨 가방을 가지고 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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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빛낼 수 있는 건 나의 지식, 그리고 직업적 자부심, 그리고 내적 현명함 등에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후줄근하거나 아이들이 주눅이 들 정도로 하고 다녀서는 안 되겠지만, 최소한의 깔끔함과 단정함만 챙기면 나의 가치가 적어도 하락하지는 않는다.  내가 예쁘게 꾸미고 단장할 때면 기분이 좋아지기는 하지만, 비싼 가방 하나를 더 멨다고 해서 내 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물건은 물건일 뿐 나의 가치과는 무관하다. 다만 그 물건은, 주인이 돈이 많은 사람임을 알려줄 수 있는 어떤 자그마한 정보를 줄 수는 있을 것이다. (여우와 신포도처럼 스스로에게 합리화하는 중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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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무슨 가방 들고 다니냐고?

행복하게 삽시다, 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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