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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지 Oct 23. 2024

아침에 일어나 꾸벅꾸벅 졸고 있으면

구원을 바란 날들

 일찍 일어나 꾸벅꾸벅 졸고 있으면 비슷하게 괜히 일찍 일어나 졸던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오른다. 중학생 때는 그게 구원이라는 듯 경시대회 문제를 풀곤 했다. 고등학생 때는 내신 공부를 했다. 지금은 연구와 usmle (혹은 내신)을 돌파구로 삼고 있다. 잘 모르겠지만 저게 날 어디로든 데려다 줄거야, 늘 그렇게 믿었던 것 같다.


실제로 나는 그렇게 흐르고 흘러 무엇이 되었다. 수학 문제를 풀던 중학생은 과학고에 갔으며, 내신에 매달리던 고등학생은 서울대에 갔다. 많이 불안해하던 공대생은 의대생이 되었다. 논문을 찾아읽던 의대생은 연구실 인턴을 하게 됐고, 창업 무새였던 나는… 개발을 끄적이던 나는…


 중요한 건 그렇게 얻은 결과 중 그 당시에 원했던 건 아무 것도 없다는 거다. 경시대회 문제를 풀면서 영재고에 가야겠다는 다짐을 하진 않았다. (너무 조용한 시골이라, 수학 문제를 푸는 게 거의 유일한 도파민이었다.) 내신에 매달리면서도 꼭 좋은 학교가 목표였던 건 아니었다.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길 바랬다. 그 당시 나는 총장 장학생으로 카이스트에 가고 싶어했다.) 많이 불안해하면서도 늘 어떻게 공대생으로 잘 살아남지를 고민했다. 그 시간들이 쌓이고 쌓이다 어느 순간 툭 터져서 무언가가 되었을 뿐이다. 그 당시에는 몰랐다. 내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구원을 찾는 손짓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힘껏 애정을 쏟은 것들이 다 그랬다. 그 중 몇몇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너무 멀리 나를 데려다 놔서 한참을 현기증에 시달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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