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3 노트

by 느루 작가

밤 열두시면 꼭 울리던 전화기.
매일같이 듣던 그 소리를 왜 난 받지 못했을까.
신발 하나 바꿔 신은 것도 모르고,
숨이 턱턱 차오르는 것도 모르고 그냥 뛰었다.


'제발... 제발...'


그냥 지금 달리는 내가 꿈을 꾸는 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계단을 두 칸 세 칸씩 뛰어 올라 3층, 너의 집 문앞에서 초인종을 눌렀다.


"아연아, 아연아."
대답이 없었다.


"아연아!!!!!"


새벽 2시 복도가 쩌렁쩌렁 울리게 널 불렀다.


가끔 늦은 밤 큰 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보며 모자란 사람인가 하고 넘겼는데, 사실 그들에게도 이런 사연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너무 숨이 찬데 눈물은 그칠 줄 모르고, 울렁이는 목소리로 제발 문 좀 열어달라 소리쳤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문을 따고 들어갈 수 없어 긴급전화를 눌러야 했다.
그 순간 멍청하게 112에 전화해야 하는지 119에 전화해야 하는지 나는 고민했다.
손이 너무 떨려서 폰이 잡히지 않았다.


"아아악!!!"


머리를 때리며 정신차리라 스스로에게 외치며 번호를 눌렀다.


(덜컹. 끼이익..)


전화를 걸기 직전 네가 나왔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싶은 몰골로 서로를 마주했다.
난 물을 틈도 없이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나한테 왜 그래... 나한테 왜 그래!!!"


어린애처럼 발을 동동 구르며 울부짖었다.
너는 흐느끼며 미안하다 속삭이고 나를 안아주려 했다.




새벽 3시.
너의 방에 멍하니 앉아 아무 말 않기를 20분째
방 안에선 훌쩍거리는 소리만 연신 나고 있었다.


"미안..."


기어가는 목소리로 네가 먼저 입을 떼었다.


"아니야. 내가 미안해. 그렇게 힘든지 몰랐어. 내가 알아줬어야 하는데..."


네 목소리가 사라지기 전 내가 사과를 가로채야만 했다.
고개를 떨구고 애써 침착한 척 목소리를 깔았다.
그러나 눈물은 멈추지 않고 계속 떨어졌다.
네가 살아있다는 안도감과 내가 널 몰랐다는 자괴감,
나를 버리고 가려 한 너에 대한 미움,
그리고 알 수 없는 불안감, 두려움...
복잡한 감정이 머리를 휘집어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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