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왔다길래

by 느루 작가

겨울엔 특히나 어디로 훌쩍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게 든다.
잎파리 하나 없는 앙상한 나무와 거뭇해진 화단, 다 떨어져버린 낙엽
그리고 온데 간데 난방을 틀어둔 탓에 올라오는 퀘퀘한 공기
숨 쉬기가 힘들어 코와 입을 틀어막고 도망치듯 달려 집을 향했다.

그 무채색의 계절 속에서도 자기 색을 잃지 않는 곳은 바다.
겨울의 바다는, 특히 동해 바다는 더 새차게 푸른빛을 뿜어낸다.
찢어질 듯 불어오는 찬바람에 밀려 모든 걸 부술 듯이 부서지는 파도
칼바람을 맞으면서도 바다 곁에서 떠나지 못하는 건,
강추위에도 얼어붙지 않고 제 갈 길을 가는 파도가
귀를 때리는 바람 소리에 함께 타고 오는 파도 소리가
나를 강하게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여름날 바다는 그리 시원하대도 발 한 번 담그질 않는데,
겨울날 바다가 잔잔히 일렁이던 청빛으로 달려드는 모습을 볼 때면
아, 내 마음도 저리 푸르름이 가득한데,
난 언제 저리 요동쳐보나,
난 언제 저리 부드러운 모래를 밟아보나,
하는 깊은 생각에 빠져버린다.

이전엔 눈처럼 하얗고 맑은 사람이 되고 싶었으나
지금은 파랗디 파란 겨울 바다가 되고 싶다니
나는 어찌 이리 겨울을 사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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