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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의사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못다 한 말들

by 닥터 온실

의대생 때부터 전문의가 될 때까지 의료계에 몸을 담으면서 느낀 것들을 쭉 정리해 보았다. 하지만 의료계가 워낙 다이내믹한 경험을 할 기회가 많은 곳이라, 아직도 하지 못한 이야기가 많이 있다.


일단 아직 경험이 적지만 나의 노년기 꿈인 국가단위 호스피스 의료에 대한 이야기. 이것이 왜 나의 소명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의과대학을 다니던 때부터 나는 호스피스에 대한 소명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안락사나 존엄사, 가치 있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이 많다. 하지만 지금 당장 실천에 옮길 때는 아닌 것 같다. 아직은 다른 할 일이 많고, 젊은 나이에 죽음에 대해 너무 몰두하여 생각하고 일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나의 인생에 황혼이 드리웠을 때 빛을 발할 것이다. 물론 그 전에도 기회가 있으면 잡을 것이지만.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오기 마련이다. 자살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정신과 의사가 자살의 일종인 안락사에 대한 생각이 있는 것도 아이러니 하긴 하지만, 아마 내가 호스피스에서 활동할 때가 되면 정신과 의사로서의 나의 아이덴티티도 많이 약화되지 않을까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만큼 많은 분야에서 활동할 테니까 말이다.


또 다른 할 이야기는 정신과 전문의로서 정신과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쓸 이야기들이다. 아직도 대한민국에는 정신질환에 대한 안 좋은 시선이 뿌리 박혀 있다. 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매체에 출연하여 정신과에 대한 접근 문턱을 낮추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정신 질환들을 직접 겪으며 느낀 점은, 모든 정신 질환은 신체 질환과 마찬가지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정신 질환들의 병리에 대해 파고들다 보면, 정신병이 더 이상 이상한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어떤 행동이나 인과의 결과로 생긴 것임을 깨닫게 된다. 마치 운동을 하지 않으면 당뇨에 걸리는 것과 같이 말이다. 이런 병리를 이해하는 글을 사례를 통해 쓰면서, 정신 질환에 대해 대중이 이해하도록 하여 접근성을 낮출 계획이다.


또 나머지는 이전에 의사로서 겪은 재미있는 일화들에 대한 이야기 들이다. 하지만 일단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아직 글을 쓸 시간이 더 남아있음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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