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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온실 Jun 26. 2024

인사이드 아웃 2 후기

정신과 의사의 리뷰


 얼마 남지 않은 마누라와 함께하는 화요 오프를 어떻게 보낼까 고민을 하다가, 요즘 날이 덥길래 실내 데이트를 기획하게 되었다. 실내 데이트 하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떠오르는 것이 영화관 데이트! 마침 SNS를 수놓는 호평에 보고 싶었던 영화인 인사이드아웃도 있었겠다, 냉큼 예매를 하려고... 했는데 평일 낮이라 예매 안 해도 되어서 그냥 보기로 하고 갔다. 실로 아이 낳고 4년 만에 마누라와 함께하는 영화관 데이트였다.


 영화 보는 동안 춥게 입고 온 마누라가 집중하지 못하는 약간의 안타까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영화가 워낙 재밌어서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여기부터는 스포 있음


 일단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은 마지막 장면. 마지막 장면에서 어떤 결말이 났을지 궁금한 독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열린 결말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합격하고 말고 여부가 아닌 어떤 경우든 그 자체로 온전하다는 것. 그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 영화가 만들어진 것이니까.


 또 하나는 가치관 이야기다. 영화에서 라일리의 중학생 자아는 "나는 좋은 사람이야"라는 말로 대표된다. 이는 사춘기가 시작되기 전 학령기 자아의 특징을 잘 표현해준다. 학령기 시기의 가치관은 흔히 외부의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규범, 도덕, 훈계등에서 비롯된 가치관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옳은 것이 옳은 것이어서 다소 딱딱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학령기 아동은 외부로부터 주입된 옳아보이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옳은 사람,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가치관을 형성한다.


 그런데 사춘기가 되면서 이러한 가치관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외부에서 옳다고 한 가치관이 또래 친구나 특정 상황에서 붕괴되는 모습이 관찰된다. 이 시기에 기존 가치관과 새로 겪는 사건과 경험을 잘 조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기존의 가치관을 완전히 버릴 필요도 없고, 그 가치관과 대비되는 사건이나 경험을 무조건 날려버릴 필요도 없다. 예를 들어 살인자는 나쁘다는 가치관이 있었는데, 이 살인자가 알고보니 불우이웃도 돕는 사람이었을 때 가치관의 혼동이 올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해서 외면하거나 처리하는 것을 미뤄버린다면 나중에 가치관 혼란이 온다. 마치 라일리의 머릿속에서 홍수가 난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극중에서와 같이 외면된 이상한 경험들도 같이 가치관을 형성함으로써, 사춘기 이후의 가치관이 확립된다. 이 가치관은 보다 유동적이어서 절대 악이나 절대 선에 치우치지 않고 유연한 판단을 가능케한다. 이 과정을 잘 진행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에게 벌어지는 다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험들을 불평하거나 외면하기보다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늘 생각하는 태도를 지향해야 한다. 영화를 보다 보면 내가 겪어온, 그리고 겪고 있는 어떤 사건이라도 모두 온전하게 나를 이루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것이 설령 좋지 않게 보일지라도 말이다.


 그 외에 정신과적으로 불안이가 폭주하는 장면을 잘 보여주었고, 거의 공황장애급의 연출을 봤다. 불안이 큰 요즘 시대 사람들에게 많이 공감받을 것 같다. 간만에 리뷰를 쓸 만큼 느낀 점이 많은 영화다. 사람들이 재밌게 보고 자신이 겪는 사건과 그에 따른 감정들을 소중히 여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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