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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온실 Sep 18. 2023

먹금과 펜듈럼

책) 리얼리티 트랜서핑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제목 중 먹금의 뜻만 모르시는 분도 있고, 펜듈럼의 뜻만 모르시는 분도 있고 둘 다 모르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둘 다 알고 계신 분은 흔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있다면 피드백 바람)

 

 일단 먹금부터 시작해 보자 Mz용어 중에 먹금이라는 게 있다. Mz용어라고 칭해진 순간부터 더 이상 MZ용어가 아니라는 속설이 있긴 하지만 아직까진 쓰이는 용어인 듯하다. 먹금은 먹이금지를 줄여서 지칭하는 말인데, 쉽게 말해 이상한 사람에게 먹잇거리가 될 것을 주지 말자는 뜻이다.

 

 상황을 예로 들자면 친구랑 놀고 있는데 제삼자인 누군가 와서 뭐라 뭐라고 하면서 장난을 건다. 그때 내 친구 A가 "아 먹금하자"라고 한다면 먹잇거리를 주지 말고 무시하자는 뜻이다. 내가 장난을 거는 상대에게 응대를 해주면 먹이를 주는 행위가 되고, 그 먹이를 받아들인 상대는 점점 더 먹이를 원하게 되어 달라붙게 된다. 그러니 먹이를 줘서 일을 키우지 말고 상대하지도 말고 무시하자는 것이다. 자매품으론 병먹금이 있다. 병적인 이에게 먹이를 주지 말자는 뜻이다. 물론 비속어를 순화한 표현이다. 이 표현은 웹상에서도 댓글금지와 비슷한 느낌으로 널리 쓰인다. 관종주의와도 비슷하다.


 이렇게 먹금이라는 표현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리얼리티 트랜서핑을 읽다가 펜듈럼에게 휘둘리지 말자는 표현을 보고 너무나도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책에서 말하는 펜듈럼은 사념이다. 어떤 집단이나 이념이 만들어내는 강력한 에너지이다. 고정관념이다. 우리는 이런 펜듈럼에 휘말려서 살아간다. 펜듈럼에게 먹이를 주면 안 되는데도 말이다. 펜듈럼은 우리가 주는 관심에너지를 먹고 점점 더 커져간다. 반대로 우리가 우리 자신이 원하는 것을 실천할 수 있는 정신에너지는 약해져만 간다. 펜듈럼에 대한 먹금을 실천하지 못할 때, 우리는 우리가 진정 원하는 삶에서 멀어져만 간다.


 예를 들어본다. 누군가 나한테 와서 시비를 건다. 그냥 무시하고 간다. 그러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거기에 맞선다. 내가 다치거나 경찰서에 간다. 그 일을 두고두고 며칠간 생각해 내고 곱씹으며 고통스러워한다. 이것도 펜듈럼이다. 특정 종교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것도 펜듈럼이다. 나는 정신과 의사이기 때문에 펜듈럼에 휘둘리는 이들을 많이 본다. 그들은 또 다른 갈고리가 되어 나에게 자주 온다. 조현병 환자의 망상에 관해 논쟁을 시작하면 한두 시간은 금세 간다. 그런 펜듈럼에 휘둘려서는 되겠는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그냥 물처럼 흘려보낸다. 그럼 그 환자는 자신의 망상을 떠들 다른 상대를 물색하며 간다.


 그리하여, 지금 당신의 삶에도 당신의 정신에너지를 갉아먹는 펜듈럼이 있을 것이다. 펜듈럼은 중요하지 않은 모든 것이다. 당신이 원하는 삶에 있지 않은 모든 것이다. 그것으로부터 벗어나자. 먹이를 주지 말자. 먹금하자. 그냥 먹이만 안 주면 된다. 그럼 그것은 당신의 삶에서 놀랄 만큼 빠르게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삶은 이내 평온할까? 아니다. 다른 펜듈럼이 또 온다. 그럼 또 먹금한다. 이렇게 일생동안 펜듈럼이 계속 올 것이다. 그럼에도 킵 고잉 해야지. 내가 원하는 삶은 계속 나에게 오고 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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