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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온실 Aug 23. 2023

별명의 올바른 활용법

내어 맡김을 위해

 우리 병원 엘리베이터는 참 빠르다. 속도가 빠른 게 아니라 열리고 닫히는 속도가 참 빠르다. 세명 정도 타면 바로 닫힐 정도로 빠르다. 그리고 우리 병원은 소위 말하는 메디컬 빌딩에 있다. 우리 병원뿐 아니라 다른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도 엘리베이터를 많이 이용한다. 그러다 보니 자주 생기는 일이 중간에 타다가 엘리베이터 문에 사람이 끼이는 일이다. 나도 몇 번 당해봤는데 상당히 아프고 당황스럽다.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불평을 하곤 한다. 이 엘리베이터는 왜 이따구로 생겼는가?


 근데 얼마 전 '될 일은 된다'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바는 내어 맡김이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것을 엘리베이터에 적용하면 엘리베이터가 왜 이런가 생각하기보다는 이 엘리베이터는 빠른 엘리베이터구나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내어 맡김을 쉽게 하는 방법 중 하나가 '별명 붙이기'라고 생각한다.


 엘리베이터에 '조급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빨리 닫혀 불편할 때마다 조급이가 또 조급했네 생각한다. 혹은 같이 타는 사람과 조급이에 대해 이야기하며 불편한 감각을 유머로 승화시킨다. 이 별명 붙이기의 좋은 다른 예로 '깍두기'를 들 수 있다. 깍두기 제도는 지금은 별로 없지만 예전에 몸이 불편한 친구나 어려서 게임의 룰을 잘 따라가지 못하는 친구에게 붙이는 별명이었다. 누군가 왜 쟤는 자꾸 저러냐 하면 깍두기잖아~ 하고 여유롭게 넘어가면서 받아들이는 유연한 태도를 아이 때부터 기를 수 있게 해주는 좋은 별명이었다.


 근데 요즘 같은 시대에는 별명 붙이기가 안 좋은 쪽으로 악용되는 것 같아 좀 아쉽다. 휴먼시아에 거주하는 사람을 '휴거'라며 떨어뜨리고 배척시키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별명을 통해 다름을 받아들이는 내어 맡김과는 정 반대의 활용법이라고 하겠다.


 별명 붙이기의 올바른 활용법은 피할 수 없는 대상의 속성을 인정하고 온전히 받아들여 나와 융합시키는 데 있다. 지금 당신을 힘들고 어렵게 하는 것이 있다면 별명을 붙여보자. 별명을 부를 때마다 어려움이 다소 누그러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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