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지와 운명
책) 시크릿
지난주에 시작한 시크릿 책을 일주일 만에 다 읽었다. 다 읽은 건 다 읽은 거고 이 글을 쓰는 의도는 시크릿이라는 책에 대해 오해가 생길까 봐. 저번에 쓴 사이코패스와 꿈에 대한 기사 보강과 같은 취지이다.
이 책은 표지부터가 동양적이다. 좋게 말해서 동양적이다. 나쁘게 말하면 주술적이다? 미신적이다? 뭔가 사짜 같다? 무당 같다?
나는 정신과 전문의고 근거 없고 논리 없는 미신적인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보통은 대부분 그렇다. 누가 미신적인 것을 좋아하겠는가? 그런데 이 책의 표지뿐 아니라 내용을 핵심 요약해 보자면 이거다.
네가 진짜 원하는 것을 찾아.
그리고 바래.
그러면 이루어질 거야.
내용도 뭔가 주술적이고 사짜 같다. 하지만 이것은 사짜가 아니다! 이건 진짜다. 나도 이렇게 믿는다. 그렇다면 왜 이런 오해가 생기는지 짚고 넘어가면서 이 좋은 책에 대해 리뷰해 보자.
시크릿을 읽고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
뭔 생각만 하면 다 이루어지냐. 그럼 바라기만 하면 다 이루어지면 이 세상이 그렇게 쉬울라고. 난 계속 생각만 하면 다 내 의지대로 되니까 거칠 것이 없는 세상이겠네 참 웃겨 정말. 바라기만 하지 말고 노오력을 해야지 노오력을... 이런 미신 무당 같은 책은 쓸모없다.
라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이 책은 우리의 생각이 우리의 세상을 창조한다고 하고 있다고 한다. 이 논리에 따르면 인간의 자유의지가 다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것은 논리에 부합하지 않아 보인다. 세상은 우리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것도 있으니까. 의지대로 다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 것처럼 보이니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 이 책이 그 어떤 책 보다 인간의 자유의지를 예찬하고 옹호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이 책대로 인간이 생각한 대로 다 이루어진다고 해서 이 책이 자유의지를 예찬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보인다. 극과 극은 통하며 극한에 달하면 대극반전이 이루어진다는 융과 노자의 말처럼 이 책은 인간의 자유의지가 다 이루어진다고 말하기에 오히려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해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 왜 그런지 알아보자.
이 책에서 마음속에서 진실로 원하는 것은 이루어진다고 했다. 여기서의 핵심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진실로"라는 부분이다. 그렇다. 어떤 일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우리가 실로 그것을 진실되게 마음 깊숙이 원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마음속으로 진실로 원하는 것은 대게(혹은 전부) 우리의 자유의지와는 동떨어져 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벗어나기 힘들다. 아주 쉬운 예를 들어보자. 정신과 약을 많이 먹은 일반인이 과연 평소와 같은 사고를 할 수 있을까? 이처럼 우리는 육체, 물질, 디엔에이, 유전, 환경 뭐 이런 요소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리고 그것들은 연합하여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내 마음속 진실로 원하는 것까지 말이다.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그럼 자유의지는 없는 거네? 그럼 시크릿이 무슨 소용이람? 어차피 내 의지나 생각은 존재하지도 않는데, 존재하더라도 내 마음대로 되지도 않는데... 속았다. 완전 속았어.
뭐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마음속 원하는 것이 정해져 있는 것과 별개로 내가 진실로 원하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그것을 세상으로 드러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어차피 우리는 인간이고 그럼으로써 삶의 보람, 기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그것이 자유의지가 존재한다는 착각에서 비롯될지라도. 마치 정해진 운명어 순응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을 발견해 강화하여 개척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게임을 왜 하는가? 그것도 알고 보면 그냥 색깔들의, 이진수들의 조합 아닌가? 그럼에도 게임하는 순간에는 내가 그 주인공이라는 착각을 하며 즐거워하지 않는가? 인생이라고 뭐 별다를 것이 있나? 착각하라. 정해진 것을 내가 정한 것처럼. 그렇다면 즐거울 것이니. 단 당신이 정해진, 당신이 원하는 운명을 먼저 발견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오직 당신 안에서 찾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