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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온실 Feb 22. 2023

책) 소로스 투자특강

재귀성에의 노자, 융, 양자역학적 해석

소로스의 재귀성 이론 심화


 사실 둔촌주공과 재귀성 이론에 대한 글은 반 장난식으로 쓴 글이었고, 내가 독서 모임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많았으나 일단 재귀성 이론에 대해 써 본다.

 소로스는 철학가답게 이것저것 여럿을 만들어서 이분야에선 이걸 적용하고 저기서는 적용 안 하고. 그러니까 말년에 가서는 조금 역설적 부분도 생기고 그런 것 같다. 재귀성 이론 역시 소로스가 처음 제창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이미 다른 분야에서 여러 번 나온 개념이 다시금 등장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완전 똑같지는 않을지라도 비슷한 개념들을 살펴보자.


 일단 가장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노자가 쓴 도덕경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사물이 극에 달하면 되돌아오는 것이 도의 운동이다.


이것은 소로스가 얘기한 재귀성의 원칙과 너무나도 닮아있다. 물론 소로스는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을 다방면에서 설명하려고 했지만, 노자는 수 천년부터 이미 이러한 현상에 대한 통찰이 있었다.


 그러면 서양에는 이런 이론이 없었나 하면 또 그렇지 않다. 융의 대극반전(Enanthiodromia) 또한 이와 같은 말인데, 무의식에서 억압되고 있던 것이 극에 달하면 그것이 현실로 나와 반대 극으로 변화가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목사의 아들로 어렸을 적 억압받아 모범생이던 아이가 자라서 사춘기가 되어 갑자기 날라리로 변하는 경우를 들 수 있겠다.


 또한 양자역학적 해석 또한 볼만한데, 위의 두 이론이 재귀성 이론의 후반부를 다루었다면 양자역학은 전반부를 다룬다고 할 수 있다. 즉 사물을 '인지'하는 것 자체가 사물을 조작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양자역학은 이미 말해주고 있다.

 슈뢰딩거 고양이에서 고양이는 관측되는 순간 그 생사가 결정되며, 관측하기 전까지는 살아있으며 죽어있다. 이중슬릿 실험을 통해 우리는 관측하기 전까지 이 세상은 파동이며 관측과 동시에 입자화, 즉 '실현' 되는 것이 세상임을 알게 되었다. 또한 원자 오비탈 이론을 통해 우리는 미시의 세계에서 전자가 오비탈 구름 속 어느 곳에도 존재할 확률이 있으며, 그것은 관측되는 순간 결정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 말을 미시적 세계에서 거시적 세계로 확대하면 이런 것이다. 예쁜 여자가 앞에 걸어갈 때 누구는 예쁜 여자로 인식할 수 있지만, 누구는 별로인 여자로 인식할 수 있다. 물론 오비탈 구름도 그 정해진 모양이 있듯이 인식의 범위가 다소 한정되긴 하겠지만 그 안에서 인식은 제각각일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인식 자체가 특정 현상에 대한 조작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저 보이는 여자가 예쁘다는 나의 생각은 여자를 더 아름답게 만들 것이고(우리의 인식 속에서), 반대의 경우 반대의 현실이 나타날 것이다.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긍정 확언, 시크릿 이런 것들이 다 이러한 원리이다. 우리는 인지의 변화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것이 적용되는 정신과적 치료가 인지행동치료다.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인식을 변화시킴으로써,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나는 관찰자가, 정확히는 관찰자의 무의식이 세상을 창조한다고 믿는다. 조작의 가장 끝판왕은 창조니까. 물론 조작이 창조까지 가려면 다소 논리적 비약이 있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여러 학문을 접하고 그냥 내가 믿는 것이기도 하다. 어차피 진리와 도는 설명할 길이 없으니. 그래도 이번 모임을 통해 소로스라는 인물에서 진리의 한 조각을 발견하는 맛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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