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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온실 Nov 07. 2022

칼 구스타프 융을 읽고

책) 칼 구스타프 융

 이 책을 왜 이제야 읽었을까? 이런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사실 나는 이 책을 읽으려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융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의 이론이 매력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책을 읽어보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하여 레지던트 시절 나의 정신분석적 배움은 의국 전통에 따라 프로이트의 가르침에 치우쳐져 있었고, 전문의가 되고 나서야나 비로소 융에 대해 깊게 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진행 또한 운명의 이끌림에 따라 예비되어 있었다는 것을 강하게 느낀다. 이 책이 나의 주변으로 왔고, 내가 그것을 읽게 되었으니. 그것도 아주 재미있게 말이다. (흔히 이런 책은 재미있기 매우 힘들다.)


 서론은 여기까지 하고. 융은 그가 경험했던 것들에 대해 얘기했다. 소크라테스나 파우스트를 읽고 느낀 점, 짜라투스트라를 받아들일 때 느낀 점 등. 이러한 해석은 매우 주관적이었다. 저명한 고서를 읽을 때도 주관적 태도를 분명히 했다. 하여 나도 오늘은 그와 마찬가지로 융의 이론에 나의 생각을 덧대어 리뷰를 해 볼 것이다. (이번 리뷰는 매우 재미있기 힘들 것이다.)


 일단 융이 제창한 정신분석적 이론을 파동과 양자역학에 접목하여 해석해 보겠다. 이는 물질이 관측되기 전에는 파동으로 존재하다가 관측하면서 물질화된다는 양자역학의 이론에 기반한 해석이다. 따라서 이다음부터의 리뷰는 융의 이론과 양자역학 및 과학에 대한 어느 정도 배경 지식이 있어야 한다.




 융이 제창한 원형인 archetype은 파동의 원형이 되는 어떠한 존재가 될 것이다. 파동의 근원이라고도 하겠다. 그것이 개인 무의식 수준으로 오면서 세기가 약해지기는 하지만, 그것은 모든 개인의 무의식의 근원에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파동에너지)인 것이다.



 그리고 융이 말하고 우리 사회에도 널리 통용되고 있는 persona라는 개념 또한 파동의 변형으로 설명해볼 수 있다. 파동은 매질에 따라 그 성향이 약간 변한다. 속도가 느려지거나 진폭이 변하거나 말이다. Persona 또한 그와 마찬가지의 것이다. 우리가 어떤 다른 사회에 들어가게 되면, 그곳에 분위기에 맞춰 우리 정신 파동이 변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페르소나 또한 우리의 의지의 발현이라기보다는 필연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 무의식(개인의 파동)이 주변 분위기(매질)를 만나 변형되는(persona가 발현되는)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새 학기 처음 가는 학교의 분위기, 훈련소의 딱딱한 군대의 분위기, 사교장의 호화로운 분위기 등은 우리의 다른 면모를 쉽게 보여준다. 융 또한 자신의 일대기에서 집에서의 자신과, 학교에서의 자아가 다르다는 것을 일찌감치 발견하였다고 기술한 바 있다.



 융이 말한 아니마와 아니무스 또한 파동의 성질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모든 파동은 하나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 속에 여러 파동이 중첩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보기에는 양의 진폭을 가지고 있는 파동이라도 그 안에는 음의 파동을 지니고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아니마에 해당할 것이다.


 비유적으로 파동의 진폭 윗단을 남성성, 아랫단을 여성성으로 말한 것이지만 핵심은 보이는 파형의 모습 안에 여러 가지 파형이 숨겨져 있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시겠다. 왜냐하면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위아래는 또 뒤바낄 수 있기 때문이다.



 융은 개성화에 대해 말하며, 고대인들보다 현대인이 개 성화되어 있으며 문명인이 미개인보다 개성화되어 있다고 했다. 이를 읽고 생각을 해 보았다. 뭐든지 한쪽으로 극단적으로 변하면, 다른 쪽으로의 변화가 이내 생기기 마련이다. 그리하여 융이 활동하던 시대에는 이것이 맞는 말이었으나, 현재 시대에는 양상이 다르게 전개되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AI와 딥러닝, 알고리즘을 필두로 하는 거대 매체의 출현이다.


 이것은 오프라인에서는 개성화를 촉진시킬지 몰라도, 결국에는 개인들의 정신을 통합하고, 집단 무의식으로의 흐름을 유도한다. 개인은 현재 유행하는 것에 대해 자기도 모르게 주입당하며 개인 정신의 개성화는 통합된다. 따라서 지금껏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개성화되는 트렌드는 점차 통합되는 쪽으로 다시금 반전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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