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로변 어느 건물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이 건물은 왕복 8차로의 대로에 위치한 큰 상가 빌딩입니다. 그런데 점심시간이 되자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나와서 건물 근처에서 커피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고 합니다. 그런데 저런, 담배꽁초는 그나마 깡통에 버리는데 마시던 커피를 건물가에 그냥 두고 가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그런데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그 건물의 건물주 어르신이 나와서 캔이며 얼음이 담겨있는 플라스틱 컵을 모두 치우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건물 주변을 치우는 데 걸린 시간은 20여분 남짓. 건물이 크다 보니 분리수거해서 치우는데만 그렇게 시간이 걸렸습니다.
어르신에게 물었습니다. 어르신은 건물을 매입하고 이렇게 손수 건물 주변 쓰레기를 치운 지 어느새 십수 년이 다 되어가신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어르신은 처음에는 자신의 예쁜 건물이 더럽혀지는 것이 싫어서 식후 운동 겸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쓰레기를 치우는 것을 계속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저 사람들이 쓰레기통까지 가는 것도 저렇게 게을러하기 때문에 내가 이 자리에 올라올 수 있었다. 더구나 저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려주니 내가 치울 수 있어서 내세에 복까지 쌓을 수 있으니 저 사람들에게 참 감사하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쓰레기 치우는 것이 하나도 힘들지 않고, 오히려 복된 일로 여겨지는 것이었습니다. 가끔 어르신이 쓰레기 치우는 것을 보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쓰레기를 무단투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어르신은 거기에 반응하지 않고 무덤덤하게 쓰레기를 치울 뿐이었습니다. 이런 어르신의 깊은 생각과 행동에 저는 덧붙일 말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