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관계론 - 관계의 어려움을 겪는 당신에게

그 사람과 멀어지면 괜찮을까?

by 닥터 온실


꿈을 꾸었다. 친구 결혼식에서 오랜만에 하객으로 온 옛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에게 요즘 어떤가 안부를 물었더니, 요즘에 주변 사람 때문에 힘들다고 하였다. 그 친구는 예전부터 관계로부터 오는 어려움이 있던 친구였다. 친한 친구의 잘 나가는 모습을 보며 자격지심을 갖고 자신과 다른 부류의 인간이라고 손절하기도 하는 친구였다. 그랬던 그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관계에 의해 힘들어하는 것을 보며 잠에서 설핏 깼다.

꿈을 기록하면서 꿈의 내용에서 얻을 교훈이 있어 새벽 5시에 졸린 눈을 비벼가며 내용을 메모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종종 인간관계로부터 오는 고통을 타인으로부터 오는 것이라고 결론짓고 그 사람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노력으로 혹시라도 상대방이 바뀌었다고 치자. 상대방이 자신의 부하직원이거나, 나를 소중하게 여겨주는 사람일 경우 이러한 변화가 가능하다. 그 결과는 즉각적이고 드라마틱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관계는 삶의 여러 부분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우리는 또 다른 모든 관계에서 나에 맞춘 타인의 변화를 기대할 수 없으며, 문제가 해결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관계의 어려움에 빠져들 것이다. 한 번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은 만큼 어려움의 수렁은 더욱 깊게 느껴질 것이고, 우리는 또 다른 이의 탓을 하며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려 하지만 그 과정이 좌절되었을 때 고통은 더욱 크다.


반면 인간관계에서의 고통을 나의 내면에서 찾으면 어떨까? 나의 부정적인 생각을 고치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점검하고 하루하루 나아가야 한다. 따라서 인간관계 개선이 눈에 확 띄지도 않고, 그러기에 쉽게 포기하게 될 수 있다. 하지만 1달이 지나고, 1년이 지나면서 이러한 노력은 서서히 빛을 발하게 된다. 새로 맺게 되는 관계에서 당신은 관계의 다른 국면을 맞이할 것이며, 그 효과는 오래도록 지속된다. 왜냐하면 당신의 내면이 바뀐 것이기 때문이다!


이 세계가 나의 무의식에서부터 나온 세계라는 사실 역시 이러한 논지를 강화해 준다. 결국 내 안에 부정적인 것이 있다면 부정적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고, 긍정으로 가득 차 있다면 그러한 관계를 맺는다. 물론 세상의 모든 관계의 고통이 다 내 탓이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세상에는 악이 있고, 그 악과 가까이 갈수록 관계와 상관없이 자아는 피폐해져 간다. 이러한 예외를 제외하고, 보통의 관계에서 나오는 어려움에 대해 자아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늘도 인간관계에 지쳤다면 김 부장님 탓, 배우자 탓을 하기보다는 나를 한번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정신과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말을 정말 많이 듣는다.


선생님 이 사람과 있으면 너무 힘들어요. 관계를 끝내면 괜찮아질까요?


이에 대한 답을 치료에서는 바로 주지 않지만, 이에 대한 내 마음속 답은 아니올시다 이다.


우리가 어떤 관계 안에서 역동을 겪고 있다는 것은, 나의 무의식이 해소할 감정이 남아 그 사람과의 관계라는 것을 매개체로 무의식을 해소하고 있다는 증거다. 예를 들어 무의식 안에 불안이 있는 사람은 연인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도 불안을 느낄 것이고, 무의식 안에 버림받을 것 같은 감정이 있는 사람은 어떤 관계를 맺든 그것이 끝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할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정신역동 중 프로이트나 멜라인 클라인의 이론을 토대로 한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hip theory)에서도 근거를 찾아볼 수 있다. 이론에 따르면 아동은 만 3세까지의 관계에서 인생의 주요 대상과 맺는 관계의 형식을 대부분 형성한다. 부모에게 착취당한 아동은 자라서 연인과 맺는 관계에서도 착취적인 관계를 형성한다는 식이다. 이는 아동의 무의식에 적체된 감정의 해결되지 않은 편린들이 추후 관계에서 삐져나온다고 재해석해볼 수 있다.

따라서 내 안에 쌓인 무의식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어떤 관계가 내게 오더라도 그 관계의 형태는 내 안에 쌓인 무의식의 형태가 결정하게 된다. 그러니 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그 관계를 통해 내가 느끼는 감정은 무엇이고, 그것과 비슷한 형태의 감정을 언제 어떤 관계에서 느껴봤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무의식의 근원을 향한 여정은 쉽지 않지만, 숙련된 치료자나 자신을 믿고 지지해 줄 만한 관계가 있다면 시도해 볼 만한 숙제다.

keyword
이전 06화3. 관계론 - 새로운 관계에서 당신이 알아야 할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