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나날들이었다. 우리의 첫 집. 아이들이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함께 했다. 비록 자그마한 집이지만, 이곳에서 보내는 순간순간이 좋았다.
7년을 함께하자, 아이들이 커버렸다. 아이들에게도 방이 필요했다. 다행히 성실하게 모아둔 돈으로 집을 넓힐 수 있었다.
그곳에서 아이 셋을 독립시키기까지 20년을 살았다. 마지막으로 셋째가 혼인한 후, 우리는 다시 부부가 되었다. 큰 집이 휑해졌다. 퇴근 후 느껴지던 아이들의 온기가 사라졌다.
그제야 그곳이 그리워졌다. 우리의 첫 집. 2804호. 20년간 살아온 큰 집을 팔았다. 그리고 그 돈으로 다시 2804호를 사고자 했다. 우리가 처음 샀던, 큰 집을 사기 위해 팔아버렸던, 방 두 개짜리 작은 그 집을. 집주인은 팔 생각이 없다고 했지만, 큰 집을 팔고 생긴 돈으로 시세보다 두어 장 넉넉하게 쥐어주자 팔 마음이 생겼다. 드디어 우리가 살던 원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집은 많이 낡아 있었다. 인테리어도 약간 변했다. 하지만, 그곳에는 역시 우리가 살던, 가장 생명력 넘치는 그 순간의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첫째가 키를 재곤 하던 그 문간. 둘째가 처음 발걸음을 떼던 부엌데기. 셋째가 자주 기어 들어가 숨던 팬트리. 공간 하나하나에 아이들의 모습이 배어 있었다.
20년간 지내던 큰 집에도 그런 것들이 있었지만, 무언가 시간의 밀도라는 게, 아이들과 지내는 시간이라는 게 작은 공간처럼 빽빽한 우리 작은 2804호. 그곳에서 우리 부부는 추억을 같이 곱씹으며 그렇게 남은 20년간을 행복하게, 행복하게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