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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슨한 빌리지 Dec 28. 2017

1. 완벽한 연인과 완벽한 사랑을 하고 싶다면

- 이영훈의 『연애의 이면』속 연애 이야기-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뭐가?”

  이번에는 조금 더 오래 말을 고른 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 그리고.” 연희가 답했다.

  “그 사람이 저를 좋아하는 것.”

                                                                                                                      - 소설 『연애의 이면』중에서 -


1. 이 사랑의 시작


   완벽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가능할까? 모두 각자의 완벽한 이상형이 있을 것이다. (나는 늘씬한 키에 캐주얼이 잘 어울리고 장난기가 많은 사람이 좋고, 나와 같이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런 이상형은 만나기도 힘들 뿐더러 이상형을 만나더라도 그 사람이 나에게 헌신하며 나를 좋아해줄 확률은 거의 0에 수렴할 것이다. 정말 운 좋게 그런 사람을 만난다 하더라도 연애 초기에는 거의 완벽하게 느껴지던 사람도 시간이 지나서 콩깍지가 벗겨지면 부족한 모습이 보이기 마련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연희도 친구 보영으로부터 연호를 소개받는다. 그리고 연호는 말 그대로 완벽한 사람이다. 우선, 연호는 키가 크고 잘생겼으며 어떤 상황에서든 묵묵히 기다려주는 다정함을 가졌으며 알고 보니 잘 나가는 회사의 젊은 대표라고 한다. 여기까지 읽고나자 약간 당황했다. 적어도 소설에는 현실과 가까운 연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TV 드라마 속의 완벽한 왕자님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현실 속 치고 박고 싸우는 구질구질한 연애에 대해 다루려고 했는데 고른 소설 속 주인공이 하필이면 완벽한 남자였다.


  그럼에도 굳이 소설 속 완벽한 남주를 부정하자면, 완벽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완벽한 사람을 만날 때의 문제는 그와는 달리 내가 완벽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생긴다. 사랑은 마치 시소 타기처럼 상대방이 올라가면 내가 내려간다. 상대방이 더욱 멋져보이면 멋져보일수록 상대방에 비해 나는 작고 하찮아 보인다. 거기서부터 작은 의심의 씨앗이 싹을 틔우게 된다.



과연 이 완벽한 남자가 정말로 나와 어울리는 사람인가?
이 사람은 나와의 만남에 만족할까?


  이처럼, 이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것은 다름 아닌 연희의 상황이다. 연희의 어머니는 병에 걸리지도 않았지만 걸핏하면 병원에 입원했고 자신의 아픔을 빌미로 곁에 있어주기를 바랐다. 또한, 연희에게는 결코 들키고 싶지 않은 과거가 있다. 이 모든 것을 어떻게 털어 놓아야 상대방이 자신을 이상하게 여기거나 어려워하지 않을 것인지 또는 어떻게 해야 상대방으로부터 열등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지가 이 커플의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과연 이 완벽한 남자는 이 상황을 극복하고 연희의 상처를 치유해줄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나에 비해 너무 완벽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버거워질 때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 여기서부터는 스포가 있습니다. 스포당하고 싶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뒤로가기]를 살포시 눌러주세요.


2. 이 사랑의 끝


  이 완벽한 남자는 연희의 상처마저도 묵묵히 기다려주고 받아준다. 그리고 둘은 결혼을 약속하게 된다. 이 완벽한 남자는 정말 끝까지 완벽하다. 연희의 부족함도 전부 끌어안아 주고 둘의 사랑을 가로막던 장애물도 매끄럽게 해결된다. 다만 너무 완벽하다는 것이 문제다. 그렇기에 소설을 읽으며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 아니나 다를까 소설은 엄청난-그렇지만 예상된-반전을 보여준다. 알고보니 연호는 보영의 친구가 아니었으며, 연희의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연희의 어머니를 죽인 살인마였던 것이다. 연희를 '도와주고' '행복하게 해주고' '잃지 않기 위해서' 라는 명목으로 어쩌면 가장 잔인한 일을 저지른 것이다.


  이처럼 너무 완벽한 것은 오히려 엄청난 잔인함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종종 상대에게 완벽한 사람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꾸미고 상대를 속인다. 상대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되기 위해 내 스타일을 바꾸기도 하며, 좋아하지 않는 데이트를 하면서도 즐겁다고 웃어보인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오래가지 않는다. 과한 노력은 언젠가는 끝나기 마련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노력을 받기만 했던 사람은 상대방을 자신의 완벽한 이상형인줄 알고 사랑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상대방이 갑자기 변해가는 모습에 당황할 것이며, 반면에 노력을 쏟아부었던 사람은 지금까지의 노력을 알아주지 못한다는 것에 서운해진다. 완벽한 모습과 진짜 모습의 간극 사이에서 "나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고 이야기하는 순간 관계는 파국에 다다르게 된다.


  다행히 소설은 해피엔딩이다. 연호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잔인한 상처를 주는 사람일지 몰라도 연희에게는 다정하고 완벽한 남자였다. 그리고 연희는 선택의 순간에서 그를 받아들이기로 선택한다. 그도 애초에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다만 연희를 위해 완벽하려 노력해왔으며 버림을 받을까봐 두려움에 떠는 가엾은 남자임을 느꼈기 때문이다. 또한 이제껏 스스로가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호가 자신을 대신하여 모든 것을 저질렀다는 것을 이해하고 연호를 받아들인다. 믿을 수 없는 결말이지만, 소설 속 이야기인 만큼 이들의 관계가 이해가 되기도 한다.



▶ 이쯤에서 소설로 배우는 연애


1) 너무 완벽한 상대방을 만나서 두렵다면

 : 걱정하지 말자.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상대방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나 자신이 완벽한 사람이 아니듯이 완벽한 모습은 언젠가는 끝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순간, 상대방의 부족한 모습을 그대로 안고 갈 것인지 포기할 것인지는 온전히 나의 선택이다. 그러니 그 순간이 오면 선택할 것을 상상하며 상대방의 단점을 하나하나 찾아보자. 그리고 혹시나 시간이 지나도 완벽한 사람이라면, 그야말로 정말 축복받은 것이나 괜한 고민하지 말자. 완벽한 사람이 주는 완벽한 사랑을 즐기자!


2) 상대방을 위해 완벽한 모습을 꾸미는 것이 지친다면

 : 조금씩 자신을 내려놓자. 다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는 것과 함께 상대방이 서운해하는 것도 이해해주자. 이때까지 헌신한 건 생각도 안 하냐고 역정을 내다가는 변했다는 소리 듣기 십상이다. 조금씩 조금씩 스며들 듯이 내 본 모습을 보여주자. 그래도 상대방이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면, 어쩔 수 없다. 계속 완벽한 모습으로 남거나 그냥 안맞구나 하고 빠이하자. 그리고 다음 연애에서는 처음부터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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