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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슨한 빌리지 Jan 04. 2018

2. 사랑의 타이밍이 계속해서 어긋날 때

- 하명희의 『사랑의 온도』속 연애 이야기 -

"너 나 좋아했어?"

"좋아했었어."

"과거완료형이네. 그럼 진작 말하지."

"너도 나 좋아했니?"

"아니이이."

말의 어미까지 늘이면서 부정을 했다. 하지만 정작 이 말을 하는 내 마음은 석연치 않았다.


- 소설 『사랑의 온도』 중에서 -


1. 이 사랑의 시작

사랑은 타이밍이다.


  라는 말은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다. 아마 많은 사람이 경험을 통해 비슷한 깨달음을 느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다. 내가 짝사랑하던 당시에는 다른 사람을 좋아했던 아이가 내가 새로운 사람과 연애를 시작할 때쯤이 되어 고백했다거나, 상대방의 노력에도 마음이 생기지 않아 잘 되지 못했던 썸이 시간이 흐른 뒤에는 몹시 그리워지기도 했다. 이처럼 언제는 정말 괜찮아 보이던 사람이 시간이 지나면 별로로 느껴지기도 하고, 반대로 정말 별로였던 사람이 오랜만에 만나자 정말 괜찮은 사람으로 변해있기도 한다.


  '사랑의 온도'는 하명희 작가의 소설로, 최근 SBS에서 절찬리 방영된 동명 드라마의 원작이기도 하다. (원제는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이다.) 드라마를 중간까지 재밌게 봤었기 때문에 드라마 속 배우들을 대입하며 책을 읽어나갔다. 하지만 소설은 드라마와는 사뭇 다른 줄거리였다.


  만남은 드라마처럼 온라인 동호회에서 시작된다. 정선은 현수를 보자마자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만, 현수는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선 또한 본격적으로 현수에게 사랑을 표현해보기도 전에 다른 여자에게 고백을 받게 되고, 그 여자의 마음을 소중히 여겼던 정선은 그녀와 만나기로 한다. 그 후 현수는 뒤늦게 자신의 감정이 사랑임을 깨닫지만, 정선은 지금은 현수에게 갈 수 없다고 한다. 이것이 이들의 첫 엇갈림이다.


이러한 사랑의 엇갈림은 도대체 왜 발생하는 것일까?


  아마도 자신의 감정을 분명하게 아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가까이 있을 때에는 상대방의 크기를 알기가 쉽지 않다. 모든 빈 자리는 그것이 사라지고 나서야 티가 나고 그때서야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어쩐지 우리는 갖지 못한 것에 더욱 미련을 갖는다. 이미 가져본 것이라면, 또한 할 수 있는 만큼 노력을 했던 것이라면 거기에 대한 미련도 적다. 오히려 이들이 첫 만남에서 이루어져서 연애했었다면 둘의 사랑은 빨리 진전되고 그 결과 식어버렸을 수도 있다. 그저 보통의 연애 중 하나가 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은 환상을 심어준다.


  현수와 정선은 각자 생활을 하다 보니 점차 연락이 끊긴다. 현수는 자신을 열렬히 사랑하는 정우와 종종 만나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정선에 대한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게 5년이 지난 어느 날, 둘은 다시 만나게 된다. 홍아가 우연히 찾아간 곳이 정선의 레스토랑이었던 것이다. 다시 만난 그들은 이번에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잘 될 수 있을까?



* 여기서부터는 스포가 있습니다. 스포당하고 싶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뒤로가기]를 살포시 눌러주세요.


2. 이 사랑의 끝


  현수는 자신이 아직도 정선을 사랑하고 있음을 고백한다. 정선 또한 마음이 있는 것 같지만 3개월만 시간을 달라고 말한다. 현수는 그러겠다고 한다. 그렇던 중 현수의 어머니가 암으로 죽게 되고 현수는 정선과 함께 프랑스로 여행을 가기로 한다. 홍아도 여행에 함께 하기로 한다. 파리에서의 첫날, 현수는 혼자 호텔에 있다가 복도에서 정선을 끌어안으며 사랑한다고 말하는 홍아를 보게 된다. 현수는 충격을 받고 그곳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온다.


  5년 만에 다시 만나서도 서로의 마음이 통할 수 있었던 것은 어쨌거나 현수의 마음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현수가 정우의 수많은 고백에 마음을 내주었더라면, 또는 만약 현수가 기나긴 짝사랑에 지쳐 포기해버렸다면 이들이 다시 만났다고 하더라도 성사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틀어져 버린 관계를 다시 되돌리려 한 것이 문제였는지, 주변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한 탓인지, 어쩌면 운명이 아니었던 탓인지 이들의 관계는 꼬여버리고 만다.


  현수는 둘을 용서하기로 하지만 이전처럼 사랑하는 것이 두렵다. 이처럼 소설은 사랑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사람이, 또는 그 사랑이 오히려 나를 너무나도 괴롭게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내가 했던 사랑을 놓아버릴 것인가, 끝까지 밀고 나갈 것인가? 


  충격적이게도 이들의 사랑은 끝까지, 어긋난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홍아로부터 들은 정선의 소식은 그의 사고사였다. (아무 정보 없이 소설을 골랐는데 이번에도 믿을 수 없는 결말이... 역시 나랑 연애는 안 맞는 건가?) 소설은 이렇게 끝이 나지만, 현실 속에는 아직도 수많은 사람이 어긋난 사랑에 가슴 아파할 것이며 많은 현수와 정선은 망설이고 있을 것이다.



▶ 이쯤에서 소설로 배우는 연애 - 사랑의 어긋남에 괴롭다면


  타이밍이 어긋난다는 것은 결국 기다림과 연결된다. 이 어긋난 사랑을 이대로 포기하고 놓아주거나, 사랑이 다시 나에게 돌아오기를 기다리거나. 그리고 그 기다림은 기약이 없다. 한 달이 걸릴지, 육 개월이 걸릴지, 일 년이 걸릴지, 오 년이 걸릴지, 어쩌면 영원히 기다려도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나는 참을성이 없는 성격이다. 하지만 사람을 만나고 놓아주는 것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누군가를 기다렸던 적은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 기다림이 성공하지는 않았다. 또한 그 기다림의 괴로움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무작정 기다리라는 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것 같다.


  그래도 혹여나 어긋난 사랑을 이대로 놓아버리기에는 미련이 남거나, 이 사랑이 반드시 나의 운명이라고 느껴진다면 무작정 기다려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다만 한 가지 조언을 덧붙이자면 기다리는 동안 가볍게 다른 사람과 데이트를 해보기도 하고 새로운 모임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자. 그러다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좋은 것이고, 그렇지 않는다면 내 마음을 좀 더 확실하게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어쨌거나 정말로 운명이라면 정말로 돌고 돌아 만날 수 있을 것이기에.





<책으로 배우는 연애>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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