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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슨한 빌리지 Jan 11. 2018

3.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면

- 이도우의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속 연애 이야기 (1) -

"기다릴게요. 당신 감정 알게 될 때까지. 길게는 아니고... 짧으면 몇 달, 길어도 많이 길지는 않을 거에요. 당신이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닌 것 같다 그러면... 나, 정리할 수 있어요. 오래는 안 걸려요."
"당신이 힘들잖아...그런 건."
"내 몫이니까, 괜찮아요. 내가 감당할 부분이니까."


- 이도우의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중에서 -



1. 이 사랑의 시작

네 사랑이 무사하기를.
내 사랑도 무사하니까.
세상의 모든 사랑이, 무사하기를


  위 문구는 소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에 나오는 구절이다. 너의 사랑도 나의 사랑도, 세상의 모든 사랑도 무사하기를 바란다니, 어찌 보면 이처럼 좋은 말도 없다. 하지만 사실 어떻게 세상의 모든 사랑이 무사할 수 있겠는가. 어떤 때는 내 사랑의 무사가 어느 누군가에게는 사랑의 종말이기도 하고 네 사랑의 무사가 내 사랑의 가장 큰 괴로움이 될 때도 있다. 그렇다. 단 한 커플의 사랑만 두고 보면 너무나도 아름다움 사랑도 얽히고 얽힌 주변을 돌아보면 그렇지 않을 때가 있는 것이다.


  라디오 작가인 진솔은 개편을 맞이해 새로운 피디와 일을 하게 된다. 피디 이건은 피디인 동시에 시인이기도 하다. 진솔은 시인인 그가 자신의 원고에 핀잔을 주진 않을까 걱정하지만 이건은 그런 모습도 어떠한 경계도 없이 진솔을 편하게 또한 친근하게 대한다.


  거의 500페이지에 달하는 꽤나 긴 소설을 읽으며 1/3의 분량에 이르기까지 둘은 아주 달달한 썸을 타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이건은 진솔에게 갑자기 술을 마시자고 하지를 않나, 친구들을 소개해주기도 하고, 워크샵에서 갯벌에 빠진 진솔을 위해 트레이닝복을 빌려주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들을 통해 처음에는 진솔과 함께 이건을 경계했던 나도 점차 마음을 열어갔다. (대리만족을 느끼며 김칫국을 원샷하고 있었단 말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건은 가장 친한 친구 선우의 연인이자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한-그리고 몹시 어여쁜-애리를 사랑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 사랑은 짝사랑이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 커플을 지켜보면서 마음은 내색하지 않은 채 옆에 있는 그런 지고지순하지만 멍청한 사랑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진솔은 이건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며, 이건이 스스로의 마음을 알게 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한다. 그리고 이건 또한 진솔에게 마음을 여는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느 날, 선우와 애리의 관계가 어긋나며(사실 진솔과 이건의 관계보다도 더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켰던 것이 선우와 애리의 관계이다.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는 다음화에 계속하려 한다.) 이건은 순간 애리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게 된다. 진솔의 앞에서.


  이전까지 이건의 사랑은 '내(이건)' 사랑'은 내 사랑대로 마음속에 무사하니 '니들(선우와 애리)'의 사랑도 영원히 무사하기를 바라는 말도 안 되는 사랑이었다. 하지만 진솔이 개입하게 되고 선우와 애리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이들의 관계는 변화하게 된다. 진솔의 '내' 사랑이 무사하기 위해서는 이건의 '네' 사랑은 무사해서는 안 되고 반면에 선우와 애리의 '네' 사랑은 무사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내' 사랑을 위해서 이제 그만 '네' 사랑은 끝났으면 좋겠는, 
이런 상황은 어찌할 것인가.


2. 이 사랑의 끝


  사실 이 사랑의 끝은 그리 별다를 것은 없다. 진솔은 상처를 받고 더 이상 건의 옆에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 담당 방송을 바꾸고 이건을 피해다닌다. 반면에 이건은 애리를 향한 행동이 순간적인 감정이었을 뿐 자신의 진심을 깨닫고 진솔과의 관계를 회복하려 한다. 결국, 끝내는 서로의 마음을 인정하고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



▶ 이쯤에서 소설로 배우는 연애


  사실 이들의 관계, 특히 이건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어떻게 자신을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 이루어지지도 않을 사랑을 위해 10년을 사랑할 수 있는가(물론 그 사이사이에 누군가를 만났던 것 같기는 하다.) 사랑에 금방 빠지는 편이며, 내 사랑을 지키는 것보다 내 외로움을 채우는 것이 더 중요했던 나는 누군가를 짝사랑을 하더라도 어느 기간이 지나면 제 풀에 지쳐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었다.


  또한 언젠가부터는 당연하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보다도 나를 좋아해줄만한 사람을 찾게 되었고, 상대방이 나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으면 빠르게 연락과 마음을 접는 법 또한 배웠다. 그리고 애초에 짝이 있는 사람은 접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사실 이렇게 못하고 찌질 대며 가슴 아파한 것이 불과 얼마전인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지금은 그때와 같은 상황이 되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절대. 


  사실 이건과 같은 상황이나, 진솔과 같은 상황에 맞딱드렸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저 행복한 문구에는 공감할 수 없다. 너와 내가 모두 행복하기보다는 내가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내 사랑을 포기하는 방향이든, 네 사랑을 깨뜨리는 방향이든 말이다.




<책으로 배우는 연애> 지난 이야기

느슨한 빌리지 페이스북 : http://www.facebook.com/neuvil.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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