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이 책 많이 읽었다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작심삼일로 끝난 독서 결심.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읽었다는
베스트셀러 먼저 살펴보는데...
나와 맞을지 모르겠다고요?
여러분의 시간과 돈은 소중하니까!
느빌의 에디터들이 2018년 베스트셀러를
100쪽까지 읽고 더 읽을지 말지 결정해드립니다.
(순서 의미 없음, YES24/교보문고 발표자료 기준)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언어의 온도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모든 순간이 너였다
역사의 역사
82년생 김지영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나미야 잡화점의 기억
돌이킬 수 없는 약속
월트 디즈니 캐릭터 곰돌이 푸의 명대사와 장면을 모아 엮은 캐릭터 에세이. 귀여운 일러스트와 힐링 메시지가 함께 담겨 많은 사랑을 받았고, 곰돌이 푸 실사 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 개봉과 함께 인기몰이를 이어갔다. '나를 사랑해오', '타인의 행복을 따라하지 마새오', '오늘 하루도 고생했오' 같은 힐링힐링한 문장들이 목차로 자리 잡은 만큼 꿀 같은 달콤한 말이 책 전반에 치덕치덕 발려있다. 더불어 글이 적고 일러스트가 예뻐서 술술 넘어간다. 이 책의 달달함을 강약으로 표현하면, 강강강강이다. 조금 물리긴 하지만 잠시나마 꿀 같은 편안함 혹은 도피를 원한다면 끝까지 읽어도 후회는 없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원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2018 화제의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부회장님이 만지작대던 SNS 작가 하태완의 신작. '조금 더 읽으면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오겠지? 그래도 '에세이'인데...'라고 생각하다 100쪽이 끝났다. 솔직히 너무 오글거린다. 막무가내로 힘내라는 응원이 가득. 딱히 더 덧붙일 의견은 없다. 쉼표가, 많으면, 글을, 읽기, 힘들구나. 나도 글에 쉼표 덜, 써야겠다. 이 정도? 종종 등장하는 비문, 금방 증발하는 납작한 표현들이 아쉽고 아쉽다. 그래도 정말로 이런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 그럴 때가 있나?라고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난 모르겠다. 진짜 힘들 때보다는 가볍게 위로받고 싶을 때 쉽게 보기 좋은 말들. 더 읽지는 않고 고이 접어 두었다.
tvN 예능 프로그램〈알쓸신잡〉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유시민의 신간. 다 읽고 나면 엄청나게 똑똑해져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 역사 교양책이다. 오랜만에 대학 수업, 역사학 입문을 듣는 느낌. 굉장히 친절하게 쓰여 있어 술술 읽히지만 배경 지식의 한계를 느낀다. 『역사의 역사』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역사 자체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서, 역사가에 대한 책이기 때문에 헤로도토스, 사마천, 랑케... 등등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는 것을 베이스로 쓰였다. 막연히 베스트셀러라고 샀다가는 몇 장 읽지도 못한 채 책장에 꽂혀있을 가능성이 높다^^. 역사 덕후이거나 역사 좀 안다고 뽐내고 싶다면 꼭 읽어보면 좋은 책일지도.
성 불평등이 만연한 한국 사회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린 소설. 여성혐오 이슈와 맞물려 2017 베스트셀러가 된 데 이어 올해 레드벨벳 아이린이 읽은 책으로 다시 화제가 되었으며, 배우 정유미와 공유 캐스팅으로 영화화 소식에 다시 판매 순위가 올랐다. 평범하게 자라온 김지영 씨가 어느 날 시댁에 가서 친정 엄마로 빙의해 "사부인, 우리 딸도 귀한 딸이에요."라고 말하는 등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얘기하는 이상 증세를 보인다. 이에 담당의사가 김지영 씨와 면담하면서 김지영 씨 삶 속의 보이지 않는 성차별이 드러난다. 흡입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이야기에 통계자료나 기사를 녹여내 소설을 읽으면서도 상식이 쌓이는 기분. 읽기 전에 욕하지 말고 우선 읽어보자.
페이스북 페이지 '책끝을 접다'에서 "제 딸을 살해한 놈들을 15년 후에 죽여주세요" 제목으로 소개해 역주행한 스릴러 소설. '나'는 다른 사람들과 시비가 붙지만 맞기만 할뿐 맞서 싸우거나 신고하지 않는다. 며칠 후 수십 년 전 여고생 토막살인사건 신문기사 편지가 '나' 앞으로 온다. 아직까지는 별다른 내용이 없이 생뚱맞게 주변 인물들의 과거 이야기가 나오지만, 떡밥 회수를 기대하며 읽다보니 급전개 시작. 알고보니 '나'는 전과자. 출소 후 사기 도박판에 휘말려 조직에게 쫒기는 몸이 된 '나'는 도피 생활 중 우연히 한 노파를 만난다. 노파는 은신처를 제공하는 대신 제안을 한다. 딸을 죽인 두 남자가 출소한 후 그 둘을 죽이면 전재산을 주겠다고. 일단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덜컥 돌이킬수없는 약속을 해버린 '나'. 여기까지 읽었다면 계속 읽을 수밖에. 드디어 과거의 약속과 현재의 편지가 맞닿기 때문에 재미있기 시작한다. 하지만 또 뜬금없이 주변 인물의 과거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면 바로 책을 덮을 것 같다.
진짜 상담을 진행하듯이 저자와 정신과 전문의의 대화로 이루어진 에세이. 하지만 그래서인지 글 자체는 술술 읽히지만 상담장면을 제3자의 입장에서 지켜보는 느낌이라서 감정이입이 어려웠다. 내가 저자에 비해서는 자신을 사랑하는 편이라 그럴지도. 그래도 점차 변화해가는 모습이 궁금해서 계속 읽는다. 절반 정도 읽으며 상담 7주가 지났으나 아직 큰 변화는 없었다. 저자가 안쓰러워서 빨리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었으면 싶었지만, 마음을 치료하는 과정이 한 순간에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알고 보니 2권이 예정되어 있단다.) 일단은 계속 읽어갈 예정이지만 책을 다 읽고나서도 강추하고 싶은 책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기대가 컸던 탓일지도.
제목만으로 수많은 사람을 사로잡은 생활밀착형 에세이. 하지만 실제로 대화법을 알려주는 실용서는 아니다. 그보다는 무례한 사람에게 흔들리지 않는 내공을 기르는 법에 집중되어 있다. 때문에 초반에는 언제쯤 대화법이 나올까 기대하며 읽다가 중반부터는 어차피 안 나오겠구나, 포기하고 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이 술술 읽히는 데다 현재 한국의 사회 문제를 건드리고 있기에 의미있는 독서를 하는 느낌이 든다. 이쯤되면 대처하는 방법보다는 어떤 행동들이 무례하다고 말하기 시작하는 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자체가 사회생활 제법 해본 언니가 들려주는 내면의 내공 키워온 과정이랄까. 중간중간 인용하는 영화나 책도 흥미롭다.
올해 초 동명의 영화가 개봉하며 6년 연속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킨 판타지 추리 소설. 강도짓을 하고 경찰을 피해 달아나던 좀도둑 세 명이 한 잡화점으로 숨어든다. 폐허로 버려진 잡화점으로 난데없이 편지가 온다. 나미야 잡화점 주인 앞으로 온 편지는 고민 상담을 담고 있다. 세 사람은 장난이 아닐까 의심하다가도 편지에 이끌려 답장을 해준다. 이어지는 편지 속 고민이 하나하나 이해되고 공감되어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히가시노 게이고 하면 떠오르는 살인 사건은 없지만 계속 읽게 하는 힘은 여전하다. (결국 다 읽음) 취향 저격은 아니어도 모두의 취향을 조금씩 건드릴 수 있는 따뜻한 책.
시즌별로 다양한 옷을 입고 출간되며 3년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른 SNS 작가 김수현의 에세이. 처음에는 여느 감성 에세이처럼 가벼우리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단단한 위로가 담겼다. 어릴 적 생각한 자신의 모습과 어른이 된 실제 자신의 모습이 달라 스스로 나를 인정하기 어려웠던 저자의 솔직한 이야기가 담겼기 때문일까?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면서 친한 언니에게 조언을 구하는 마음으로 읽게 된다. '내게 친절하지 않은 사람에게 친절하지 않을 것', '스스로에게 변명하지 않을 것' 같은 현실적인 조언이 마음에 박힌다. 함정은 읽는 건 쉬워도 실천은 (더럽게) 어렵다는 점. 그래도 읽을 때만큼은 나 자신을 안아주게 된다.
무려 100쇄 130만부를 돌파한 3년 연속 슈퍼 베스트셀러. 이기주 작가가 일상에서 길어올린 따뜻한 말을 담은 감성 에세이이다. 요즘 쏟아지는 SNS 감성 에세이의 조상이랄까. 모든 말과 글에는 온도가 있다고 믿는 저자가 '그냥'이나 '미안' 같은 말의 쓰임과 어원에서 그 온도를 찾아내기도 하고, 대화 속에서 가짜 사랑과 진짜 사랑의 의미를 고민하기도 한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들에 왜 이 책이 수 년째 베스트셀러인지 납득한다. 하지만 추상적이고 아름다울 뿐인 말로 가득한 에세이는 이제 너무 뻔해졌다. 뻔한 공식이 잘 통하기는 해도, 명작이라 하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 선물: 『곰돌이 푸 ,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 자존감 충전: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 재미: 『돌이킬 수 없는 약속』,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교양: 『82년생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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