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투어] 춘천 책방마실
책방, 같이 가실래요?
오늘의 책방은 춘천의 책방마실 입니다.
느슨한 빌리지도 책 모임을 한지 어느덧 2년 차가 되어 간다. 사람이 모이면 늘 고민이 되는 것이 '어디서'인데, 책 모임 특성상 필요한 장소에 약간의 조건이 있는 편이다. 먼저 너무 시끌벅적한 곳은 피해야 한다. 어쨌건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누려 모였기 때문에 우리 모임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을 정도의 조용한 분위기가 필요하다. 둘째, 자리가 넉넉해야 한다. 느슨한 빌리지 모임의 경우 느슨한 편이기 때문에 간혹 독서 모임을 못 오는 사람들이 한 둘 생기기도 하지만, 모두가 참석할 때는 8명 정도까지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단체 자리가 있거나 테이블을 붙여서 앉더라도 공간 전체에 피해가 가지 않아야 우리도 편안하게 모임을 가질 수 있더라.
그래서 우리도 자주 가는 공간들이 정해져 있는 편이다. 그치만 아쉬운 건 우리에게 그렇다 할 아지트 같은 공간이 없다는 것. 이런저런 조건들에 맞는 적당한 공간들을 찾다 보니 새로운 장소를 개척하기도 어렵기만 하다. 그러다 지난 춘천 여행에서 발견한 책방마실은, 만약 거리상의 제약이 없다면 느슨한 빌리지의 아지트로 삼고 싶은 공간이었다.
아담한 주택을 개조한 책방마실은 2016년 겨울에 오픈해 이젠 춘천의 대표적인 독립 서점으로 자리 잡았다. 따뜻한 느낌의 묵직한 나무 문을 열고 들어서면 더 아늑한 공간이 반겨준다.
들어서자마자 중앙의 매대엔 요새 핫한 독립출판물들, 독립서점 한정판 서적들이 놓여 있었다. 소소한 굿즈들부터 다양한 판형과 주제의 독립출판물들까지. 구경하고 발견하는 재미가 크다는 것이 독립서점의 매력일 것이다.
분리된 공간으로 들어가면 잡지와 그림책, 일러스트 굿즈들도 준비되어 있다. 아마도 누군가의 방이 었을 공간에 책들이 가득하니, 마치 누군가의 집에 놀러 가서 책방들을 구경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정겨웠다.
그리고 빛이 잘 드는 창가에는 앉아서 책을 읽거나 음료를 마실 수 있을 자리들이 넉넉히 준비되어 있었다. 혼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책이 가득한 방의 창가 자리라면 질리지 않고 몇 시간이고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책방 마실을 아지트 삼고 싶다 느꼈던 가장 큰 이유였던 단체 테이블. 매대와는 분리된 공간인 데다 큼지막한 테이블이라 단체 모임이나 작업을 하기에도 제격일 것 같았다. 역시나 책방마실 인스타그램(@masilbooks)에서는 다양한 모임들이 운영되고 있었다. 여럿이 느슨히 모여 각자의 작업을 한다는 모임도 있던데, 궁금하고 부러운 모임이었다. 게다가 책방 마실은 독립서점과 함께 카페도 운영 중이기 때문에 음료도 준비되어 있으니 맛있는 음료를 마시며 차분히 이야기를 나누기 더없이 좋을 듯했다.
달달한 연유라떼를 마시며 구입한 일간 이슬아 수필집을 몇 편 읽었던 시간은 춘천 여행 중 가장 좋았던 순간이다. 음료를 시키면 귀여운 쪽지를 받게 되는데, 랜덤으로 날아온 책 한쪽의 쪽지가 무슨 책일지 맞춰 보는 것도 잔잔하게 기억에 남는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더 많은 사람들과 오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책방은 처음이었다. 책방이나 북카페 같은 것이 대체로 그러하듯 조용해야 하기 때문에 혼자 또는 둘이서 방문하게 될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사진으로는 담지 못했지만, 주택의 테라스였을 공간에서도 복작복작한 책 모임이 한창이었고 2층으로 올라도 분리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책을 읽고 나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 혹은 여럿이 모여 무언가를 하는 것을 응원하는 분위기가 책방마실 전체에서 느껴지는 것 같았다. 책이 불러일으키는 많은 이야기들이 모였다 흩어질 것 같은 따스한 공간을 춘천에서 만났다.
날이 풀리고 봄이 되면, 다시 찾고 싶은 공간이다.
욕심을 부리자면 느슨한 빌리지 멤버들과 춘천 여행을 떠나 들리고 싶은 공간이기도 하다.
*본 글은 위 영상을 재구성하여 작성했습니다.
*대가 없이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