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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슨한 빌리지 Oct 29. 2018

읽기 힘들 때, 구해줘 넷플릭스

책과 권태기에 빠진 나를 구원한 넷플릭스 추천 3


바깥 기온이 심상치 않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주섬주섬 롱 패딩을 꺼내야 할 때가 온 것인가 하는 우울한 생각이 들었다. 정말이지 추운 건 딱 질색이지만, 생각 회로를 약간 틀어서 긍정적으로 생각해 본다. 야외활동을 좋아하는 편이라 날씨가 좋으면 늘 나가서 노는 나에게 추운 겨울은 차분히 실내에 있을(어야 할) 날이 많은 계절이다. 그래서 그간 시간을 내지 못하고 미처 못 읽었던 책이라던가 보려다 못 본 영화나 드라마를 정주행 하기도 좋을 테다. 그런 생각을 해보면 겨울도 나름 나쁘지 않다.


그런데 실은 고백하건대 나는 요즘 책과 조금 권태를 겪고 있다. 책을 좀 읽으려고 하면 도통 진도가 나가지 않고, 읽어야지 마음먹고 산 책도 열어보지 않은 채 그대로 책상에 있다. 설상가상으로 느슨한 빌리지의 정규 책모임도 잠시 쉬어가던 중이라 의무적으로 읽어야 할 책도 없었던 상태. 그러니까 나는 책과 진하게 권태기를 겪고 있는 중이다.  

추운 겨울이 두렵지 않은 이유는 넷플릭스가 팔할

무얼 읽기는 싫은데 심심은 하고... 그러니까 자연스레 영상으로 눈이 갔다. 게다가 얼마 전 친구가 공유해 준 넷플릭스 아이디는 내게 신세계를 열어주었다. 와 이런 게 다 있네? 마치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한 느낌으로 없는 게 거의 없어 경이롭기까지 했다. 심지어 초반엔 뭐가 너무 많아서 뭐부터 봐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준비했다. 나도 아직 넷플릭스 입문자인 만큼 내가 경험한 넷플릭스 콘텐츠의 양은 적은 편이지만, 나처럼 처음 넷플릭스 서비스를 접하는 분들이 넷플릭스에서 가볍게 시작하기 좋은 시리즈를 추천해보려 한다.



추우니까 집에서 넷플릭스 볼래?



1. 빨간 머리 앤 (Anne with an E)

'Anne with an E' ⓒNetflix (2017)

넷플릭스에서 만난 첫사랑 같은 작품이다. 넷플릭스를 알게 되고 처음으로 푹 빠져 정주행 한 시리즈. 한동안 앤에게 빠져 주변 사람들을 붙잡고 꼭 보라고 제발 보라고 말하고 다녔을 지경. 지금은 시즌3를 기다리고 있다. 원작이 되는 몽고 메리의 장편 소설 <그린게이블스의 앤>, 추억의 애니메이션인 일본판 <빨강머리 앤> 시리즈를 넘어 새롭게 재해석한 앤의 이야기이다.


조금 더 농도 짙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포함시켜 초반엔 다소 우울한 느낌도 많이 받을 수 있다. 그 지점이 난 더 새롭고 좋은 편이었는데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하지만 그래도 1화만 참아 보시라. 시리즈가 진행되며 안정적인 사랑과 애정을 통해 앤이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내 맘도 따스해진다. 아직도 볼까 말까 고민 중이라면 트레일러라도 봐주세요. 영상미 굉장하니까.


조금 더 자세한 리뷰는 아래 링크를 참고.



2. 잭 화이트 홀 : 발칙한 동남아 산책(Jack whitehall : travels with my father)

'Jack whitehall : travels with my father' ⓒNetflix (2017)

영국의 스탠드업 코미디언 '잭 화이트홀'은 뒤늦게 갭이어를 떠난다. 그런데 동행은? 바로 낯선 것이라곤 모조리 싫어하는 다소 어색한 사이인 아버지. 어딜 가냐고? 아버지에겐 질색인 것들이 가득한 동남아를 간다. 5성급 호텔의 최고급 서비스만을 고집하는 투덜이 아버지를 배낭여행자들의 성지 카오산로드로 끌고 가는 아들의 마음은 어떨까. 상상만 해도 답답하고 막막해 어떡하지 싶은데 그런 상황들에 마저 웃음이 나오는 건, 나는 화면 밖에 있기 때문이겠지?


한편 정반대의 성격의 캐릭터가 티격태격하는 와중에 새삼 새롭게 느껴지는 건 둘이 '부자 관계'임에도 거의 대등한 관계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둘의 세대차이와 갈등이 분명하게 존재하긴 해도 아버지와 동등한 위치에서 의견을 피력하고, 목청껏 다투는 아들이라는 점은 그래도 한국의 그것과는 결이 다르다. 그래서 결국엔 오래된 편견을 가진 아버지의 변화가 이루어질 것임을 초반부터 아주 조금은 예상하게 된다. 때문에 대체 언제 변화할까 오기로 더 보게 되는 것도 있다. 빠른 장면 전환과 그와 함께 이루어지는 빠르게 치고 빠지는 농담과 유머도 꿀잼 포인트. 추운 겨울에 뜨거운 동남아 여행 이야기를 보면 더 좋을 것 같아서, 추운 날씨에 보려고 아껴보는 중이다.



3. 굿 플레이스(The Good Place)

'The good place' ⓒNetflix (2016)

살아 있는 동안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며 아무렇지 않게 나쁜 일도 서슴지 않던 엘레너. 무언가 착오가 생겨서 사망 후 굿 플레이스로 가게 되었다. 우선 이 드라마의 설정은 인간이 사는 동안 행하는 악행과 선행을 엄격하게 계산하여 굿 플레이스, 배드 플레이스로 나뉘어 떨어진다는 것. 굿 플레이스에서는 자신이 원하던 것들을 모두 편안하고 풍족하게 누릴 수 있으며 소울메이트까지 짝지어 준다. 반면 배드 플레이스는 여기저기서 괴물이 공격하는 것을 이리저리 피해야 한다. 불구덩이 지옥이 따로 없다.


설정도 신선한데 일단 첫 화에 나오는 사후세계 굿 플레이스가 너무 아기자기하고 색감도 예쁜 것이다. 그래서 넋 놓고 보다가 엘레너의 막막한 미래를 나도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 착오가 생긴 게 들키지 않으려면 그녀의 소울메이트이자, 윤리학 교수였던 치디에게 배워 윤리적인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럼 여기서 다시, 윤리는 무엇이고, 선은 무엇인가 하는 철학적인 질문들도 가능해진다. 연출은 유쾌하고 가볍지만 생각해볼거리도 있는 철학적인 주제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25분가량의 짧은 러닝타임이라 부담 없이 이동 시간에 한 편씩 보기에도 좋다.






요즘엔 넷플릭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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