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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슨한 빌리지 Sep 05. 2019

문학 덕질, 같이 하실래요?

본격 문학 덕질 아카이빙 잡지 <글리프> 창간호 정세랑 편

느슨한 빌리지 에디터 다희/학곰/연연/이주/박루저 가 제작한 작가 덕질 아카이빙 잡지 <글리프>를 소개해드립니다. 현재 텀블벅에서 <글리프> 창간호 펀딩이 진행중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문학을 이야기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방식은 문학 비평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문학 비평”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기존까지 연구된 문학사를 전제하고 풀어나가는 논지들,
일상적으로 잘 쓰지 않아 와닿지 않는 딱딱한 학술 용어들,
문장이 끝날 때마다 수 없이 인용되고 불어나는 각주들…

어쩐지 각 잡고 공부하면서 읽어야 할 것 같은 부담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조금은 어렵고 딱딱하게 다가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느슨한빌리지 에디터 5명이 모인, 엠디랩 프레스(M.D.lab PRESS)는 문학을 많은 사람들이 더 가볍고 더 즐겁게 소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존의 비평으로는 더 많은 독자들이 문학을 이야기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대안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평론가는 아니여도 기존 이론에 기대지 않고
나만의 관점으로 감상을 말할 수 있는 적극적인 독자들,
자신있게 왜 이 작가가 좋은지 주변 사람들에게 영업하는 어떤 작가의 팬들,
좋아하는 장르 하나를 깊이 파고드는 독서를 하는 취향이 확고한 일명 '덕후' 독자들...

이런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날 수록 문학에 대한 이야기는 더 재밌어질 것 같았습니다. 이런 다양한 이야기가 복작복작 터져나온다면 문학 생태계는 지금보다 더 건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우리는 비평 말고 ‘덕질’해보기로 했습니다. 문학을, 그 문학을 쓰는 작가를.



작가를 좋아하는 마음, ‘덕심’을 장전하다

덕심, 그러니까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적극적인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작게는 좋아하는 것을 소비하는 것부터 시작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마구 추천하는 것, 그리고 덕질하는 대상의 모든 것을 놓치지 않고 모아두는 것까지 말이죠.

게다가 사실 덕질은 이 모든 행동의 집합체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덕후만큼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요? 

그래서 우리는 ‘덕질’과 ‘아카이빙’이라는 방식으로 좋아하는 작가의 모든 것을 담는 ‘작가 덕질 아카이빙’ 잡지를 발간합니다. <글리프>는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덕질하듯 한 작가의 작품, 연재글, 참여 인터뷰, 그리고 미발간 작품들까지 모아 빠짐없이 읽고 정리해 아카이빙하는 방식으로요.

작가를 처음 접해보시더라도 어렵지 않게 이 잡지를 시작으로 ‘읽어 볼까?’ 하는 호기심을, 이미 작가를 좋아하신다면 깨알 같은 공감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내용들을 꼭꼭 담아냈습니다.

덕질의 대상이 된 첫번째 작가는 바로!


넷플릭스가 선택한 작가, 오타쿠의 여왕, 차기 문화부장관을 꿈꾸는 작가,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작가, 알록달록 세랑월드의 조물주!


정세랑 입니다.


『보건교사 안은영』, 『피프티피플』, 『옥상에서 만나요』 등을 출간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정세랑 작가는 작품 수에 비해 기존 문학 비평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미 '정세랑'은 수많은 독자들에게 차기작이 기다려지는 설레는 이름이 되었는데요. 한 권도 안 읽은 사람은 있어도, 한 권만 읽은 사람은 없다는 유쾌한 상상력의 세계, 다정하고 발랄한 정세랑 월드!

한 동안 정세랑 월드에 푸욱 빠졌던 에디터 5명이 벅찬 마음으로 열심히 덕질해 보았습니다.
그럼 대체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는지, 조금 공개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정세랑 작가가 기존의 한국 문단에서 소비되는 방식을 질문해보았으며

최근 몇 년 사이 이렇게 ‘장르 작가’로 정세랑이 주요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는 걸 보면서, 일종의 위화감을 느꼈다. 기존의 문학계 분위기를 고려해보면, 굳이 ‘장르 작가’라는 키워드로 정세랑을 소개하는 건 어색한 일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실은 지금까지도) 장르문학과 순문학을 강박적으로 구분하던 그들이, 왜 문학계의 가장 ‘핫한’ 작가 중 한명인 정세랑에게 ‘장르적’이라는 평을 붙이는 걸 이토록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된걸까. 왜 그들은 늘 깔보던 '장르'라는 단어를 스스로 취하는 것에 거리낌없이 되었을까. 그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연애', '직업', '초능력', '여성 캐릭터' 등 한 키워드를 잡고 작가와 작품을 자세히 분석해보기도 했습니다.

정세랑 또한 초기 연애소설에 대해 이와 같은 인식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릿터』 16호 인터뷰 '아주 나쁜 세계에서의 다정함 : 소설가 정세랑'에서 정세랑은 20대에 쓴 소설들을 다시 보니 이질적으로 느껴진다고 하였다. 당시 연애소설을 많이 썼던 것은 가진 것이 많이 없고 힘든 상황에서 연애소설을 읽고 쓰며 위로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실제로 필요했던 것은 경제적 안정과 인간적 존중이었음에도 사랑으로 위안을 얻으려 했다는 것이다.
『이만큼 가까이』의 주연은 파주의 출판노동자다. 30여번 면접에서 떨어지고 나서 출판계에 문을 두드렸고, 편집자가 되었다. 기분탓이겠지만 작가의 인터뷰 내용과 오버랩되는 이 캐릭터는 유연하게 방향을 틀어 자신의 커리어를 밟아간다.
정세랑의 작품 속 초능력을 갖게 된 인물들은 대체로 갑작스레 원인 불명의 능력이 생긴다. 그런데 정세랑의 서사에서 초능력을 얻게 된 이유나 원인은 크게 중요치 않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초능력을 가진 이들이 그 능력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
정세랑 소설의 인물은 “스스로가 안 어울리는 장르에 갇힌 만화 캐릭터 같다”며 과장이 심한 스포츠 만화 속 캐릭터에 동일시하거나『지구에서 한아뿐』 “꽃잎 모양 브로치를 달고 마법 소녀가 되어달라는 요청 같은 걸 받아들이기에는 확실히 늦”다고 생각하고『재인, 재욱, 재훈』의 재인 NPC(Non-Player-Character)처럼 느껴진다『보건교사 안은영』의 혜민는 등 자주 만화 또는 게임과 같은 장르의 언어를 빌려오지만, 이제껏 보아온 장르물 속 캐릭터와는 달랐다.


이에 더해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대표 팬이라고 할 수 있는 정세랑 봇의 계정주 님을 인터뷰하기도 했고요. 마지막으로 각종 TMI와 깨알 같은 입덕 포인트가 넘치는 작가의 모든 것을 아카이빙해 제작한 연표까지.

때론 가볍고 재밌게, 때론 깊이있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작가의 작품들을 읽고, 써 보았습니다. 



그럼 준비 되셨나요?

이제 문학도 덕질로 즐겨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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