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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슨한 빌리지 Jan 25. 2018

8-1. <가수는 입을 다무네> 뒷담화

*<느빌>의 오프라인 모임을 기록합니다. 느빌 사람들의 열띤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겠습니다.

*발제문과 녹취록은 전담 에디터 없이 돌아가며 작성합니다.

*이번 모임엔 학곰박루저다희동석, 해정 님이 참여했습니다.

*본 녹취록은 이전 게시글인 '발제문'을 읽고 오시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참고 링크 : <가수는 입을 다무네> 발제문

https://brunch.co.kr/@neuvilbooks/60



발제문에 대하여 (aka 합법적 까는 TIME!)


다희 : 음.. 쫌 아쉬운 발제였습니다. (웃음) 책의 인물관계가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이 있는데, 단순히 내용 요약 말고도 그런 부분들을 지적하거나 혹은 설명하는 게 좀 추가되었으면 했어요. 그리고 형식적으로는 키워드로 묶었으나, 발제문의 주제의식이 조금 더 뚜렷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루저 : 맞아요. 사실 저도 실망했습니다! (웃음). 이런 얘기를 나눠볼까, 하면서 질문을 남기는 게 아니라, 그전에 발제자가 생각한 나름의 답을 먼저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하거든요. 단순히 요약을 하고 눈에 보이는 부분들만을 캐치하면 책을 읽은 사람이 느끼기엔 발제가 전혀 새롭지가 않아요.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게, 느빌하면서 자주 느끼는 건데, 발제에선 책을 잘 못 까는 거 같아요. 분명 책에 취향 차이가 있기는 한데, 누가 봐도 좀 실망스러운 부분 정도는 짚고 넘어가 줘야 하는 거 아닌가 했어요. <첫숨>때도 느꼈거든요.

내가 이 책을 아무리 좋아해도, 많은 사람들이 다 별로라고 했을 때, 어떤 부분 때문에 싫어하는지 정도는 알 수 있잖아요..(ㅋㅋ)? 그걸 좋다고 우기던가, 무튼 그 부분을 건드려야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짚어주지 않으면 뭔가 그 책을 읽은 독자들이 공감할 여지가 매우 떨어지게 되는 것 같아요.


학곰 : 그 <첫숨>의 발제자로 약간 변을 말하자면....(웃음) 당시 우리 모임에서는 <첫숨>을 너무 까는 분위기였기 때문에(하하), 오히려 제가 옹호하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던 거죠. 너무 부정적인 인식으로 책을 일방적으로 "별로야!" 라고 하는 분위기는 경계하고 싶었거든요.

그것과 별개로 이번 발제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저도 책을 단순 요약이 아니라, 발제자의 시각으로 짚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근데 이번 발제는 뭔가 비난받고 싶지 않다는 동석 씨의 마음이 들어간 거 아닌가 합니다. (물론 우리가 달려들 준비를 하면서 압박을 줬기도 하지만요. 흐흐.) 그리고 이 책이 유작이라는 특성 때문에, 윤리적으로 까기가 좀 불편하고 어려운 부분도 한 몫했을 거 같아요. 그러다 보니 너무 소극적인 발제가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해정 : 음. 이게 유작이라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뭔가 한번 써놓고 안 건드린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 점을 발제로 짚어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은 했습니다. 그리고 '다큐'를 주제로 잡은 발제 부분도, 쪼금은 아쉬운 느낌이었어요. '다큐의 피사체' 개념으로 인물들을 분석한 건 좋았은데, '왜 다큐라는 장르를 이용했을까' 하는 부분은 짚어주지 않아서요.... 책을 보다 보면 분명 '다큐'라는 장르를 작가가 유의미하게 다루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의미가 정확히는 잘 안 읽혔거든요, 개인적으로. 그리고 왜 하필이면 엄마와 율이라는 두 인물을 피사체로 다루었는지도... 발제를 통해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까 했는데...! 그런 부분들을 언급해주었으면 했어요. 특히 '엄마'와 '율'에 대해서. 그 둘이 주인공에게 대척점에 있는 인물들인지, 혹은 달라 보이지만 실은 같다는 건지. 이런 부분들이 저한테는 중요해 보였는데, 발제문에 안 드러나서 좀 아쉬웠습니다.


박루저 : 맞아요. 저도 그래요. 이 책 자체가 좀 두리뭉실하고 애매모호하게 읽히는데, 근데 그 두리뭉실한 게 발제에서도 그대로 드러나서 좀 아쉬웠던 거죠. 오히려 이런 소설들이 발제로 하기 좋다는 생각도 하거든요.

마지막에 율의 죽음이라던지 이런 것도 그냥 줄거리로 요약할 게 아니고, 그 의미들을 좀 발제자가 나름의 의견을 줬으면 했습니다.


동석 : 우선, 발제에 대한 변을 하자면.... 사실 이번에 심적으로 좀 쫓겼습니다 (허허허허). 개인적인 스케줄도 조금 겹쳤고, 그러다 보니 여유롭게 생각 정리가 미리 안된 채 쓰게 되었어요. 깊게 어떤 주제 하나를 건져낼 여유가 좀 없었네요. 또 최근에 약간 글을 멀리하다 보게 되다 보니..(웃음) 


박루저 : 한동안 문학을 버린 게 티가 나나요. 부르주아 문학놀음이 탄로가 나는군뇨!(하하)


학곰 : 이 시간이 반성의 시간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하). 하지만 앞으로 잘하세요! 의기소침해지지 말고.. 우리가 원래 잘 까잖아요. 그래도 발제시간에 인신공격은 안 하잖아요. 우리 특기인데. 


동석 : 사실 저도 책을 안까고 잘 쓴 책이라고 전제하는 태도엔 불만이 있는데, 쪼금 면목이 없네요. 이 책이 탈고가 안된, 그냥 초고를 출판사에서 정리해서 냈다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시점도 좀 헷갈리고 읽기가 힘들었습니다. 아마 이 책을 미리 읽고 정할 수 있었다면 피했을 거 같아요 (울먹). 

그리고 우리가 쓰고 있는 주제랑 엮어야 한다는 강박도 조금은 있었던 것 같아요. 시대의 소음에서 제가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음악은 만들어질 때에 들어야 한다'였어요. 그러니까 한 예술이, 시대에 가치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거죠. 저한테는 율도 그렇게 보였어요. 이미 자신의 시대는 지났는데, 스스로가 그걸 인정을 안 하는 느낌이었거든요. 그 안에 갇혀있는 느낌? 자기마저 자기 음악이 이 시대에 안 맞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때 죽음을 결심하지 않았을까 해요. 




기성세대가 드러내는 클리셰?


박루저 : 음 이 소설에 가장 아쉬웠던 점은, 율이 너무 매력 없게 나오는 것 같아요. 이제는 너무 익숙하다보다 조금 진부해 보이는 전형적인 예술가처럼요. 전형적인 부분들이 마구마구 드러나 보이니까, 오히려 율을 희화화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하는..


해정 : 저도 비슷한 게, 전 인물뿐만이 아니라 뭔가 이 소설의 문체 자체나 형식도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문장이 담고 있는 내용에 비해 너무 화려하게 치장해놓은 것 같은 문체라던가, 그리고 또 '젊음'을 그려내는 방식도 비슷하였고요. 뭔가 지금의 '젊음'의 방식과 형태를 잘 모르면서 지나치게 찬양하는 느낌이었어요. 예컨대 한쪽에서 여혜가 유방암의 후유증을 갖고 있는.. 말그대로 저물어가는(?) 캐릭터라면, 다른 한쪽의 이경은 짧은 핫팬츠에 사랑스러운, 젊고 발랄한 아이로 그려 넣고 있잖아요. 율과 호영의 구조도 유사하구요. 이런 배치 속에서 '젊음', 혹은 그것을 바라보는 '이미 저물어간 이들의 시선'을 유독 부각하는 서사가 저한테는 크게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다희 : 하하 맞아요. 말하자면 엄마 세대가 20대 딸을 상상하며 쓴 것 같은? 그래서 잘 공감이 안 가는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율의 죽음에 잠시나마 공감을 하고 그 선택에 이입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었어요. 그래서 독자들을 감동시키거나 끌어들이는 데 실패한 게 아닌가 해요.


박루저 : 맞아요. 저도 여러모로 자신이 염두한 틀에 대한 강박이 있지 않나 했어요. 교양적인 문체라던가, 예술에 대한 표현이라던가, 무튼 '문학'이라는 결에 대한 강박이 쎈 작가가 아닌가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젊음을 표현하는 것이나, 현대예술에 대한 얘기를 막 주르륵 써내려가는 문단이나, 이런 게 나오게 되는 거 같아요. 뭔가 감각적으로 나랑 비슷한 또래가 반응하겠다 싶은 책들이 분명 있는데, 이 책은 감각적으로 우리 세대가 좋아하기 어렵겠구나 싶은 생각이 딱 들던 소설이었습니다. (3)86세대의 운동권이 급격하게 무너지고나서, 갈 길 잃은 지식인들이 인디나 락에 부여했던 그런 신화들이 있거든요. 그런 게 너무 보여요. 


학곰 : 하하 제가 주목했던 건, 소설 안의 깨알같은 개그들이었습니다. 완전 아재스러운. 지렁이가 브레이크 댄스하는 소리하네! 욕을 아주 샹송처럼 하네! 이런 아재개그들 (웃음). 뭔가 20세기의 감성이에요.

제가 생각하기엔 결국 '미래에 대한 확신'으로 20세기의 젊은이들과 우리가 달라지는 거 아닌가 해요. 

예컨대 <카우보이 비밥> 보면 완전 한량들이 거든요. 우리의 감각과는 분명 다르다고 생각해요. 가장 큰 차이는 미래에 대한 낙관이 기저에 깔려있다는 거죠. 근데 지금은 사실 그렇지가 않잖아요. 그러니까, '아니야 그래도 희망은 있어!'라는 태도가 보이면 뭔가... 구시대처럼 느껴지지 않는 건가 합니다.


해정 : 어쩌면 작가님께서 젊은 나이에 죽은, 천재에 대한 동경이 있는 것일까 했어요. 하지만 읽는 내내 율에게 감정적으로 이입하는 게 거의 불가능했던 걸 보면, 이걸 노렸나 싶기도 하고... 그러니까, '천재가 예술을 한다'라는 식의 낭만적 사고 방식을 비꼬는 게 목적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인물들에게 감정적 이입이 정말 어려웠어요.  



그래도 긍정적인 평을 하자면?


학곰 : 나름의 변을 하자면, 이 책의 시도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글을 쓰는 사람 입장에서 이런 책을 구상하고 쓸 때,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거에 대한 이야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잖아요. 어쩌면 위선으로 보이게 되기도 하구요. 그렇다고 자기 얘기만 쓰는 것은 또 소설가로서 게으른 선택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전 이런 시도는 좋았다고 생각해요. 다른 세대에 대한 관심이나 혹은 나랑은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이라는 점에선 분명 시도 자체는 필요한 시도인 것 같아요. 그리고 이건 양방향이어야 하죠. 기성세대가 젊음에 대해서 나름의 관점으로 쓰는 게 있어야 하면, 그 반대의 방향도 되어야 하는 거죠.


해정 :  근데 저는 그 시도가 좀 자족적으로 끝난 것 같아서... 20대의 입장으로 읽었을 때는 뭔가 아쉬워요. 작가님 연배와 가장 맞닿아있는 어머님 캐릭터가 가장 살아있는 캐릭터처럼 느껴졌기에 더욱이요. 차라리 배경을 90년대로 잡았으면 괜찮았겠다 싶기도 하구요. 무튼 엄마 얘기는 분명 매력이 있었는데 많이 드러나지 않아서 아쉽네요.


박루저 : 맞아요. 볼륨 자체가 너무 적어요. 엄마 얘기가 일찍 나와서 그 두 축으로 끌고 갔으면 좋았을 텐데..


다희 : 맞아요. 그리고 아까 해정님이 지적한 대로 이게 오히려 그냥 예전 얘기라고 해버렸으면 괜찮았을 거 같아요. 근데 버스커버스커, 카톡 이런 게 나오니까, 이런 고유명사때문에 촌스러워지는 것도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해정 :  한편 이 작품이 소설이 아니라 진짜 다큐였으면, 어쩌면 율에게 호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율이 불렀을 노래도 BGM으로 깔리고, 그 신비한 언행들을 제 두 눈으로 직접 봤더라면, 조금은 율의 얘기들에 납득이 갔을 거 같기도 해요. 그런 건 문자로만 전달하기가 참 어렵잖아요.



마무리. 아재 동석.


해정 : 특히 러브라인을 다룰 때는, 마치 인소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동석 : 인소..? 인소가 뭐죠?!?! 


(나머지 모두 웃음!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학곰 : 생선은 아세요?!


동석 : 생선..?!




소설에 관한 대화는 이렇게 급 - 정리되었다. 그리고 뒤에는 늘 그렇듯이 발제와는 관련이 전혀 없는 쓰잘떼기 없는 대화들..

그리고 이어지는 느빌에서 처음 개최한 PARTY! (맞아요 저희 PARTY 준비 다 해놓고 그 앞에서 발제 토론하였습니다.) 파티에서는 또다시 서로 물고 뜯는 얘기들이 이어졌고, 누군가는 파티 뒤에 개인적으로 호출당하기도 하는데.... 언젠가는 이 개인적으로 체험한 섬뜩한 훈계에 대해서도 글로 전할 날이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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