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클로우로 일상을 자동화
새벽 4시, 디스코드에 알림이 울렸습니다.
오늘은 책상 대신 커뮤니티를 팝니다 또는
AI로 열 개의 직업 갖기 연재일입니다!
오늘 쓰면 좋을 주제 추천
제가 보낸 메시지가 아닙니다. 제 AI 비서 알렉스가 스스로 판단해서 보낸 알림이에요. 매일 새벽이면 알렉스는 제 브런치 연재 스케줄 파일을 읽고, 기존 글 목록을 확인한 다음, 겹치지 않는 주제를 추천해줍니다.
저는 이걸 만들기 위해 코드를 한 줄도 쓰지 않았습니다. 프롬프트 하나 잘 써서 된 것도 아닙니다. 한 건 딱 하나, AI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겁니다.
2026년, AI를 다루는 방식이 또 한 번 바뀌고 있습니다.
2024년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화두였습니다.
ChatGPT에게 어떤 말을 해야 좋은 답이 나오는지, 역할을 부여하고, 예시를 넣고, 단계별로 생각하게 시키고. 잘 쓰면 결과가 달라지니까 프롬프트 잘 쓰는 사람이 경쟁력이라는 말도 나왔죠.
2025년엔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으로 넘어갔습니다.
프롬프트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AI에게 어떤 정보를 얼마나 잘 먹이느냐가 핵심이 됐어요. RAG, 벡터 DB, 메모리 시스템 같은 것들이 쏟아졌습니다. AI에게 맥락을 넣어주는 기술이죠.
그리고 2026년,
하네스 엔지니어링이라는 개념이 등장했습니다.
OpenAI가 자사 코딩 에이전트 Codex로 내부 제품을 만든 실험에서 나온 개념인데요. 엔지니어 3명이 코드를 직접 한 줄도 쓰지 않고 100만 줄짜리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비결이 뭐였을까요?
더 좋은 프롬프트? 더 많은 컨텍스트?
아닙니다.
AI가 스스로 일할 수 있는 환경, 즉 하네스를 설계한 겁니다.
하네스(Harness)는 원래 마구(馬具)를 뜻합니다. 말에게 채우는 장비요. 말이 아무리 빠르고 힘이 세도 마구 없이는 마차를 끌 수 없습니다. 마구가 있어야 말의 힘이 방향을 갖고, 쓸모 있는 일로 전환됩니다.
AI도 마찬가지입니다. GPT-4든 Claude든 모델 성능은 이미 충분히 좋아요. 문제는 그 능력을 실제 업무에 연결하는 구조가 없다는 겁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AI에게 말 거는 법이었다면,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은 AI에게 자료를 건네는 법이었고, 하네스 엔지니어링은 AI가 알아서 일할 수 있는 작업장을 지어주는 겁니다.
정리하면 이런 흐름이에요.
2024년, 프롬프트: AI에게 잘 말하기
2025년, 컨텍스트: AI에게 잘 먹이기
2026년, 하네스: AI가 알아서 일하게 만들기
거창하게 들리지만, 저는 개발자가 아닙니다. 코드를 짤 줄 모릅니다. 그런 제가 AI 비서에게 하네스를 만들어준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저는 오픈클로우(OpenClaw)라는 AI 에이전트 도구를 쓰는데요, AI씬에선 에이전트의 시대라는 걸 증명하듯 큰 반향을 일으킨 오픈소스 프로젝트입니다. 이 도구의 핵심은 AI에게 작업 환경을 텍스트 파일로 전달한다는 점이에요. 프롬프트 한 번 치고 끝나는 게 아니라, AI가 매번 세션을 시작할 때 읽는 파일들이 있습니다.
오픈클로우 폴더에는 이런 파일들이 있어요.
AGENTS.md는 AI의 행동 규칙서입니다.
세션 시작할 때 뭘 먼저 읽을지, 메모리는 어디에 저장할지, 그룹 채팅에서는 어떻게 행동할지 같은 것들이 적혀 있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회사 온보딩 가이드 같은 거예요.
SOUL.md는 AI의 성격을 정의합니다.
쓸데없이 친절한 말("좋은 질문이세요!") 하지 말 것, 의견이 있으면 말할 것, 질문보다 답을 가져올 것. 이런 것들을 써놨더니 진짜 대화 스타일이 달라졌습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알렉스 홀모지라는 사업가를 캐릭터로 반영했어요!
USER.md에는 저에 대한 정보가 들어갑니다.
존댓말을 쓸 것, 한국 시간대 기준으로 움직일 것, 캘린더는 어느 캘린더에 넣을 것. AI가 저를 모르면 맥락 없는 답만 뱉으니까요.
MEMORY.md는 장기 기억입니다.
AI는 세션이 끝나면 다 잊어버리잖아요. 이 파일이 있으면 이전 대화에서 결정한 것, 진행 중인 프로젝트, 제 선호도 같은 것을 다음 세션에서도 기억합니다.
그리고 매일의 기록은 memory 폴더 안에 날짜별 파일로 쌓입니다.
2026-03-30.md 이런 식으로요. AI가 스스로 오늘 한 일을 기록하고, 나중에 다시 읽습니다.
제가 한 건 결국 AI에게 말을 잘 한 게 아닙니다. AI가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 거예요.
AGENTS.md가 있으니 AI는 매번 뭘 해야 하는지 스스로 파악합니다. SOUL.md가 있으니 일관된 스타일로 대화합니다. USER.md가 있으니 저에게 맞춤화된 응답을 줍니다. MEMORY.md가 있으니 맥락이 끊기지 않습니다.
이게 바로 하네스입니다. AI의 능력을 방향 있는 일로 전환시키는 구조요.
하네스 개념은 OpenAI의 Codex 팀이 이 방식으로 실제 적용을 해서 화제가 되었어요. AGENTS.md라는 파일에 에이전트가 코드를 쓸 때의 규칙, 리뷰 방법, CI 설정, 테스트 방식을 다 정의했습니다. 에이전트가 뭔가 실패하면 프롬프트를 고치는 게 아니라 환경을 고쳤다고 합니다. 어떤 도구가 빠졌는지, 어떤 맥락이 부족한지를 보고 하네스를 개선한 거죠.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볼게요. 매주 월요일 새벽 4시 브런치 알림, 이건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먼저, 브런치 연재 스케줄을 정리한 파일이 있습니다. 월요일은 어떤 브런치북 차례인지, 각 브런치북에 기존에 어떤 글이 있는지가 다 적혀 있어요. schedule.md라는 파일입니다.
그리고 크론(cron) 스케줄을 요청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새벽 4시에 이 파일을 읽고, 해당 요일의 브런치북을 확인하고, 기존 글과 겹치지 않는 주제 2-3개를 추천해서 디스코드로 보내라고요.
AI는 이 지시를 매주 반복합니다. 스케줄 파일이 바뀌면 자동으로 반영되고, 새 글을 쓸 때마다 목록을 업데이트하면 다음 주에는 그걸 반영한 추천이 나옵니다.
제가 매주 월요일 아침에 하는 건 알림을 확인하고 마음에 드는 주제를 고르는 것뿐입니다. 주제 고르면 AI가 초안 구조도 잡아주니까 거기서 살을 붙이면 됩니다. 이 글도 그렇게 시작됐고요.
하네스 엔지니어링이라고 하면 뭔가 거창해 보이는데, 제가 실제로 한 건 AI에게 제가 필요한 환경을 잘 전달한 게 다 입니다.
AI에게 너는 누구고(SOUL.md), 나는 누구고(USER.md), 이렇게 일해라(AGENTS.md), 이전에 이런 일이 있었고(MEMORY.md), 이 작업은 이 스케줄대로 해라(schedule.md). 이걸 파일로 만들어두면 AI가 매번 읽고 스스로 움직입니다.
코딩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필요한 건 내가 AI에게 뭘 시키고 싶은지를 정리하는 능력, 그리고 그걸 AI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구조화하는 능력입니다.
사실 이건 사람한테 일을 시킬 때도 마찬가지잖아요. 신입사원이 들어왔을 때 업무 매뉴얼 없이 "알아서 해"라고 하면 어떻게 되나요? 결과물이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죠. 반대로 온보딩 가이드가 잘 되어 있으면 빠르게 적응합니다. AI도 똑같습니다. 환경이 좋으면 잘 일하고, 환경이 없으면 헤맵니다.
돌이켜보면 저도 처음엔 프롬프트에 집착했습니다. ChatGPT에게 어떤 역할을 부여하고 어떤 순서로 질문하면 더 좋은 답이 나오는지, 답을 찾아 서칭하고 다녔죠.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거기서 멈추면 매번 같은 일을 반복하게 됩니다.
하네스를 만들면 다릅니다.
한 번 환경을 세팅하면 AI가 매일 그 위에서 일합니다. 제 브런치 알림처럼요. 캘린더 관리도, 메모리 정리도, 이메일 확인도 다 같은 원리입니다. 환경을 만들어두면 AI가 자동으로 돌아갑니다.
2026년 AI 활용의 핵심은 더 좋은 모델을 고르는 게 아닙니다.
AI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얼마나 잘 만드느냐입니다. 그리고 그건 개발자만의 영역이 아니에요. AI와 대화를 통해 시작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AI에게는 어떤 환경, 하네스가 필요하신가요?
AI 활용법을 오픈채팅방에서 나누고 있어요. 수많은 단톡방으로 쌓인 피로감으로 채팅방에선 관리자만 대화 가능하도록 하고 있어요! 편하게 오셔서 필요한 정보 찾아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