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출근길 성장 에세이 May 04. 2023

누구나 가슴속엔 드럼스틱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

그런게 낭만 아니야?

그날도 어김없이 출장때문에 정신없이 서울역 승강장으로 올라가고 있었어.

지난번에 눈 앞에서 열차를 놓친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이번에는 무려 20분이나 여유있게 갔지.

그런데 계단에 오르는데 내 앞에 한 40-50대 쯤 돼 보이는 여성분, 그 여성분의 오른쪽 어깨에 메어있는 핸드백, 그 핸드북에서 빼꼼히 얼굴을 내미는 막대기가 보였어. 막대기와 핸드백이 참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또 나름 멋있었어. 2개의 나무스틱 그건 바로 드럼스틱이었어.

그 여성분, 가죽핸드백과 그 스틱은 어울리지 않을것 같았는데 근데 또 잘 어울리더라. 뭔가 로망같았어.


분명 그 여자분은 자켓을 입은걸 보니 직장인 같았는데, 회사 출근길 핸드백에 그런 드럼스틱 하나쯤 넣는거, 그건 퇴근이후에 뭔가 다른 삶이 펼쳐진다는 거잖아. 둥둥둥둥 다리로 큰북을 치며, 창창창창 스틱으로 심벌즈를 두드리며. 너무 낭만적이지 않아? 그녀만의 리듬을 연주하겠지. 난 참 동경되더라고, 그녀의 삶이.  나도 그런 직장인이었으면 좋겠어. 퇴근 이후에 다른 삶이 펼쳐지는 그런 낭만을 가진…… 내게는 그게 뭘까? 내 출근가방에 들어있는 운동복을 보며 필라테스도 그런 낭만의 하나가 될수 있겠거니 생각했어. 물론, 낭만보다는 생존의 방편으로 하고 있지만.


사실 난 tutu가 입고 싶어. 초등학교 2학년때 얼핏 학교에서 발레는 가르쳐준다고 했을때 난 정말 배우고 싶었지만, 딸넷인 우리집에는 그런 여유는 없었지. 그렇다고 가난한건 아니지만. 그때부터 tutu는 내 꿈이 된거 같애. 아직도 발레 비용은 내게 부담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집 근처에 발레 배울만한 곳이 없어. 하지만 2-3년 뒤에는 더 많은 발레학원이 생길거고, 그때까지 꾸준히 운동을 하면 나는 그때 쯤이면 tutu 를 입을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퇴직이후에도 60살, 70살에도 tutu를 입을수 있지 않을까. 나의 퇴근 이후 낭만이야.


오지 않을것만 같은 삼십대 후반이 이리 금방 온것처럼, 60,70살도 생각보다 금방 오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 손을 놓는 8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