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출근길 성장 에세이 May 09. 2023

그래도 우리 딸들은 그렇게 안살았음 좋겠네…

결혼 후 여덟번째 어버이날

직장 다니는게 보람됐던 날은 바로 부모님께 밥 사드릴때이다. 생각해보면 홍보대행사에 있을때도, 연예기획사에 있을때도 꾸준히 직장 근처로 부모님을 모시고와 밥을 사드렸다. 고작 십만원 남짓한 돈으로 가장 잘한일이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어버이날, 결혼 후 여덟번째  맞는 어버이날이다. 한달 전부터 부산을 떨었다. 가족이 오붓이 식사할 수 있는, 엄마와 우리집 중간사이 위치를 열심히 서칭했다. 이촌역에 맛있는 스시집 당첨!


일요일에 교회 끝나고, 엄마아빠 교회 끝나기까지 무려 2-3시간을 기다려 같이 저녁을 먹었다. 스시도 맛있었지만 것보다 5월의 한강공원이 참 좋았다. 서울에게 한강공원이 있는건 커다란 축복이라 느끼며, 태풍 직후에 맑은 공기와 하늘을 한강공원에서 만끽했다. 이촌역 부근 오래된 아파트에는 도로를 줄심으로 1-2층 상가가 들어서 있는데 난 이 상가를 참 좋아한다. 의외로 숨어있는 맛집도 많고,임대료에 비해 가게들이 참 소박하다.


우리는 맛있게 스시를 먹고, 배부른 배를 꺼트릴겸 다시 한강으로 산책을 나갔다. 아빠는 우리 부부와 식사하는 자리에서 늘 우리부부의 자산규모를 묻곤 하신다. (생각해보니 가족끼리도 프라이버시인데) 나는 우리 아빠이겠거니 하고 있는 그대로 말씀드린다. 남편은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되 뭔가 참 애잔하고, 돈이 없어보이게 말을 한다. 같은 수치를 말하는데도 어쩜 나와 남편은 이렇게 다른지. 신기하다.



엄마의 이슈는 항상 분가였다. 사실 나는 결혼한 후부터 지금까지 10평 남짓한 시어머님 단독주택 4층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아…… 이것 때문에 남편이랑 정말 많이 싸웠다. 왜 돈을 벌고 벌고 또 벌어도 여기서 헤어나올수 없는 것인가. 서울 아파트는 내게는 허락되지 않는 성역의 영역인가. 더욱 억울한건 나는 여자치고 그리 나쁘지 않은 직장을 다니는데…… 근데 그것도 2-3년 시간이 지나니 자연히 내려놓게 된다. 그래! 집은 좁아도 남편과 내가, 우리 아들이 함께하는 이 시간이 행복하니깐.

요즘에는 정말 그런 마음이다. 이 집에서 나는 맛있는 요리도 하고, 우리 아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아들 공부도 가르치고, 개인 운동도 하고 말이다.


근데 엄마의 한마디. 마음이 아렸다.

아빠는 이런 우리 상황에 “그래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하는거지. 아빠도 정말 힘들었어, 딸 넷 키우느라…… 그래서 대학원 박사 과정 밟으려는 것도 학비 때문에 포기했지”

엄마도 힘들었지. 진짜 엄마한테 돈은 눈꼽만큼도 안 썼어. 그게 다 의미가 있지만 그래도, 우리 딸들은 안그랬으면 좋겠는데……”


그때는 그런가보다 하고 들었는데 사흘이 지난 지금 왜이렇게 그 말이 생각이 날까.



나는 기성세대들을 보며 이해가 안될때가 있었다. 돈을 너무 안쓰는 것이다. 어쩜 저리 돈을 안쓰는게 습관이 됐을까. 돈을 쓰는게 더 불편한 세대. 평생 그렇게 살면 나도 그렇게 될까? 그런 엄마가 딸에게 갖는 이 마음을 나는 뭐라 말할수 있을까. 글을 쓰며 마음이 또 아려온다.

매거진의 이전글 누구나 가슴속엔 드럼스틱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