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국밥에서 콩나물대가리를 골라내며

엄마라는 직업은

우리 회사 옆에 전주식콩나물국밥이 있다.

아침에 먹어도 속이 편안하고,

점심에 먹어도 속이 든든하고

야근하다 먹어도 속이 부대끼지 않는다.

월,수,금마다 같이 나오는 진미채와 함께 먹으면 일품.

같이 나오는 스댕 공기에 담긴 수란은 콩나물의 비린맛을 구수한 맛으로 바꿔준다.


언제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

주말에만 요리하는 나는,

그래 전주식 콩나물 국밥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수란을 만들기 위해 집근처 생활마트에서 스댕 그릇도 샀다. 아침에 멸치 육수도 만들어 놓았다.

쿠팡에서 유기농 콩나물도 시켰다.

팔팔 끓는 멸치육수에

씻은 콩나물을 넣고

다시 콩나물을 건지고 거기에 새우젓, 액젓, 고춧가루로 간을 했다. 파를 송송 썰어놓고 큰 대접에 방금 삶았다 건진 콩나물과 밥을 각각 양대로 덜어놓았다.

남편몫, 내 몫, 아들 몫…….

아들은 왠지 콩나물이 많다고 투정할것 같다.

아들 사발에 있는 콩나물 절반을 나와 남편 사발에 옮겨놓았다.


드디어 뜨거운 육수를 붓고, 식탁에 놓았다.

남편과 아들을 빠르게 불렀다.

남편은 나보고 대견하다며 육수까지 후루룩 먹었다.

내가 먹어도 맛이 그럴싸 했다. (앗싸 성공)

문제는 아들이었다.

우리집 퉁퉁이가 또 툴툴댔다.

“아 엄마 나는 콩나물을 싫어해요”

“아 엄마 국물이 매워요”

“아 엄마 내가 말은 밥 싫어한다고 했죠”

결국 국에 있는 콩나물 대가리, 콩나물 줄기를 모두 걷어내면 먹는다고 한다.

젓가락으로 주황 국물의 콩나물국에서 콩나물을 골라내며 별의별 생각이 든다.

자식은 어찌 엄마에게 이리도 합법적인 갑질을 하는 것인가.콩나물을 많이 덜어냈는데도 곳곳에 콩나물이 있다. 결국 고도의 집중력으로 모두 덜어내고, 아들 콩나물국밥 먹이기에 성공했다.


살다살다 콩나물국밥에서 콩나물 골라내기는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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