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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출근길 성장 에세이 May 10. 2021

 단 한마디로 사람 바보로 만드는 방법

- J에게

월요일 여느 직장인이 그러듯이 텐션이 좋지 않다.

출근 전 나의 머릿속은 이미, 그렇다.

지난주에 회사 컴퓨터에 고이 저장해 놓고 온 회사일들로 가득하다.


드디어 월요일 팀 주간업무가 있는 날

분위기가 살벌하다.


내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의 일정이 지체되고 있으니, 본인이 나서서 세세하게 챙기겠다는 J(팀장을 가장한 적)의 말에, 졸지에 나는 두 달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사업도 제때 못 챙긴 무능한 담당자가 됐다.


순간 황당해서 할 말을 잃은 나.

내가 추진계획안을 올린 일자는 4/26이었다.

급하다고 해서 근 이틀 만에 최고의 집중력으로 만든 계획안,

하지만 매일 그룹웨어에서 계획안 결재내역을 확인해보면 “결재 중” 만 떠 있을 뿐 아무런 진척사항이 없었다.

- 이유인즉, 결재 승인을 하려면 타 기관의 공문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이후 J는 고객사 미팅에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고, 그저 미팅에 참석한 나의 이야기와 보고를 듣고만 있는 컨디션.

- 내가 타 기관 공문 발송을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고 담당자에게 다방면으로 푸시 공격을 하고 있는 사이, 그녀는 마치 사업에서 자신의 이름이 잊히지 않을 정도 간간히 등장했다. 간간히.

- 결국 3주가 지난 이 시점에도 나의 사업 추진계획안은 여전히 [결재 중]인 상황이었고 나 역시 애써 그녀를 재촉하지 않았다. 재촉할수록 그녀는 자신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였고 이미 그 회사에서 직장경력 15년에 달하는 J였기에,…… 본인이 결재를 하지 않으면 사업 추진이 늦어진다는 걸 알고 있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 그런 그녀가 나에게 3주 있다 던진 똥은 “네가 고객사와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아서, 일정이 늦어지고 있으니 내가 이제 사업의 주도권을 갖겠다”이다.


왔thefuck 그때그때 그들의 비위를 맞추느라 15번이나 사업계획안을 수정한 나였다. 그렇게 15번이나 사업계획안을 수정해도, 왜 내 문서엔 빨간 줄이 그어져 있고, 나는 내 사업에 대해 입이 닿도록 J에게 설명해야 하나.


12년 직장생활에 접어들지만 이번 회사 적응은 또 힘들다. 15번이나 사업 추진계획안을 수정해야 될 정도로 문서를 잘못 작성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 너네가 작성해라. 그냥.

그리고 한번 피드백 준 문서는 이제 그만!

피드백은 몰아서 단! 한! 번! 만!  

15번이나 주지 말라고!!!!



나의 모든 노력을 거품으로 만들고,

일순간 한마디로 우위의 위치에 올라서는 J의 말솜씨에 경이로움을 표하며. 오늘도 직 당직 설을 마친다. 아주 놀라운 J!



오늘의 교훈: 정부기관이라면 계약 체결하는 업무가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나라장터를 통한 계약 체결 일정 때문에 수탁사업을 진행하는 경우 일정이 예상치 못하게 밀릴 수도 있어요. 이 경우 문서에 캘린더를 작성하여도 계약, 입찰에 소요되는 일정을 표기한 문서를 타 기관과 먼저 협의하세요.

또한, 사업 추진을 위해 중앙부처(발주기관)에 공문을 요청하세요. 그럼 내부결재나 감사를 받기에 훨씬 수월하고, 담당자 입장에서도 긴급입찰 근거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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