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먹고사는 데 별거 있나?
출근길. 여의도역 2번 출구로 나온다.
내리자마자 나를 반겨주는 것은 전단지 이모님들,
전단지를 받아 가방에 넣고, 익숙한 포장마차로 향한다. 출근길에 웬 포장마차냐고?
사실, 내가 내리는 여의도역 출구는 금융감독원,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직장인이라면 부러워할만한 직장이 즐비해 있다.
내려서 걷다 보면 여의도 브레인들의 돈 냄새를 맡은 광고들이 눈에 들어온다. 강남 고급 오피스텔을 분양한다는 버스광고나 카**뱅크에서 금융 인재를 모집한다는 광고가 붙어있다.
동시에, 1500원 야채김밥, 2500원 유부 김밥, 2000원 야채김밥 집도 있다. 출구와 가장 가까운 자리는 누가 봐도 그 구역의 토박이 포장마차가 자리 잡고 있다. 사실 맨 처음에 이 포장마차로 들어가기 쉽지 않았다. 포장마차로 들어서기 전에 이미 화이트칼라의 직장인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그들만의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침을 안 먹고 온 날이면 소심하게 김밥 한 줄 포장해 가곤 했다. 그렇게 2-3번 했을까? 언제 와도 단골처럼 맞아주는 포장마차 사장님과 그 옆에 차분히 김밥을 말고 계시는 어머님을 보니, 뭔지 모르게 편안했다. 낯선데 익숙하고 편안한, 익명이 보장된 이 공간!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가면 사장님께서 떠 주시는 오뎅국물처럼, 맛이 있다고도 없다고 말할수 없으면서도 맹숭맹숭한 게 근데 되게
익숙한 그냥 그런 맛이 났다.
그곳에 들어서면 사장님은 일단 오뎅국물부터 드시죠, 하면서 뜨듯한 국물을 퍼주고, 조금 기다리면 정말 맛있거나 맛없지 않은 김밥이 나온다. 그 특유의 편안함, 익숙함이 있다. 그렇게 다닥다닥 붙어있는 사람은 소위 좋은 직장, 똑똑하다 불리는 엘리트들, 화이트셔츠의 사나이들이다. 그곳에서 사치를 부린다 해도 고작 3000원짜리 소고기 김밥에 오뎅 한 줄, 3500원이다. 참 공평하다. 누구에게나 퍼주는 오뎅국물, 야채김밥 한 줄! 화이트컬러의 그도, 그렇지 못한 노동자도 그곳에선 평등하다. 그래, 사람 사는 일에 별거 있냐. 네 입으로 들어가는 거나 내 입으로 들어가는 게 똑같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