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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출근길 성장 에세이 May 11. 2021

1500원 김밥은 평등하다

사람 먹고사는 데 별거 있나?

출근길. 여의도역 2번 출구로 나온다.

내리자마자 나를 반겨주는 것은 전단지 이모님들,

전단지를 받아 가방에 넣고, 익숙한 포장마차로 향한다. 출근길에 웬 포장마차냐고?


사실, 내가 내리는 여의도역 출구는 금융감독원,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직장인이라면 부러워할만한 직장이 즐비해 있다.


내려서 걷다 보면 여의도 브레인들의 돈 냄새를 맡은 광고들이 눈에 들어온다. 강남 고급 오피스텔을 분양한다는 버스광고나 카**뱅크에서 금융 인재를 모집한다는 광고가 붙어있다.




동시에, 1500원 야채김밥, 2500원 유부 김밥, 2000원 야채김밥 집도 있다. 출구와 가장 가까운 자리는 누가 봐도 그 구역의 토박이 포장마차가 자리 잡고 있다. 사실 맨 처음에 이 포장마차로 들어가기 쉽지 않았다. 포장마차로 들어서기 전에 이미 화이트칼라의 직장인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그들만의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침을 안 먹고 온 날이면 소심하게 김밥 한 줄 포장해 가곤 했다. 그렇게 2-3번 했을까? 언제 와도 단골처럼 맞아주는 포장마차 사장님과 그 옆에 차분히 김밥을 말고 계시는 어머님을 보니, 뭔지 모르게 편안했다. 낯선데 익숙하고 편안한, 익명이 보장된 이 공간!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가면 사장님께서 떠 주시는 오뎅국물처럼, 맛이 있다고도 없다고 말할수 없으면서도 맹숭맹숭한 게 근데 되게

익숙한 그냥 그런 맛이 났다.

그곳에 들어서면 사장님은 일단 오뎅국물부터 드시죠, 하면서 뜨듯한 국물을 퍼주고, 조금 기다리면 정말 맛있거나 맛없지 않은 김밥이 나온다.  특유의 편안함, 익숙함이 있다. 그렇게 다닥다닥 붙어있는 사람은 소위 좋은 직장, 똑똑하다 불리는 엘리트들, 화이트셔츠의 사나이들이다. 그곳에서 사치를 부린다 해도 고작 3000원짜리 소고기 김밥에 오뎅  , 3500원이다.  공평하다. 누구에게나 퍼주는 오뎅국물, 야채김밥  ! 화이트컬러의 그도, 그렇지 못한 노동자도 그곳에선 평등하다. 그래, 사람 사는 일에 별거 있냐.  입으로 들어가는 거나  입으로 들어가는  똑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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