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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출근길 성장 에세이 Aug 18. 2021

네가 열심히 일하는 게 얼마나 위협적인지 모르지?

적당히 … 가늘고 길게……..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아니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교과서나 부모님께 배운 인생관과는 다른 걸 경험하게 된다. 그게 바로 “열심히 일하기”이다.


우리 아빠는 정말 책임감이 강한 분이셨다.

중학교 때부터 딸한테 아빠 퇴직 전에 결혼하는 것이 효도라고 가르쳤고,

언제나 자기 몫을 할 것! 나이 들어고 부모에게 손 벌리지 말 것! 을 강조했다.

부모님의 교육 덕분인지 우리 네 딸들은

대학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했든, 말든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에서 독립했다.


첫째 언니는 은행 계약직으로 들어가서, 철도청 계약직으로 이직, 스무 살 후반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겠다고, 돌연 회사를 관두고 본인이 벌어 놓은 돈으로 수험생활을 버텼다. (언니 대단해)


미대를 나온 둘째 언니는 중학교 기간제 교사로 있다가 역시 언니가 벌어놓은 돈으로 임용시험을 준비했다가 그때 취미 삼아 용돈 벌이로한 아르바이트 회사에 취업했다. 무튼 부모님께 지원 한 푼 안 받았다.


셋째인 나는, 그나마 부모님께 많은 지원을 받은 편인데, (대학을 서울로 왔기 때문이다. )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운이 좋게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을 해서 그렇게 서울 4년제 사립대를 다니게 돼 부모님께 경제적 부담을 안겨드렸다.

하지만  돈줄이 대학 졸업과 동시에 끊기는  알았기에 빨리 취업하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이름만 대면 아는 대기업, 번지르르한 직장에 취업할 때까지 졸업을 연기하며 기다릴 수도 있었지만, 그때 나에게는 매월 월세와 이대로 평생 취업 안되면 ……나는 아무것도   있는  없는데 나를 받아주는  하나 없으면 어쩌지. (물론 기다렸다고 대기업에 취업할수 있는 보장도 없지만) 하는 생각이 컸던  같다.  그래서 MB 정부가 내세운 청년미디어 취업스쿨에 지원했고, 그곳에서 취업까지 연결해줘서 운이 좋데 자그마한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할  있었다.

부모님께 경제적 지원을 받은 것은 대학 졸업 후 딱, 3개월이다.


넷째, 언제나 내 마음속에 어린 내 동생은 서른 살 때까지 직장을 잡지 못해 방황했다. 그럼에도 부모님께 경제적으로 독립했고, 때로는 피치 못하게 손을 벌려야 할 때를 정말 죄송하게 생각했다.


우리 집은 그런 집안이었다.

주어진 책임을 다하고, 만약  책임을 못함으로 남에게  지위를 끔찍싫어하는,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배워왔고

우리 아빠부터 언니들, 심지어 동생까지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니 이런 성격으로 회사에 갔으니

업무에 대한 중압감,

프로젝트에 대한 책임감은 어땠을까?

나는 10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며 내 밑에 있는 직원들은 왜 나보다 책임감이 없을까? 가 의문이었다.


같은 프로젝트에 참여해도

결과가 나빠도 나는 남들보다 더 스트레스를 받았고, 어떻게든 목표한 KPI를 채우기

위해 뭐든 했던 것 같다.


내 일이 중요했고

내 사업에서 목표한 바를 달성해야만 했다.

교과서처럼 직장생활은 그래야만 되는 줄 알았다.

딱히 승진이나 직장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 그런 건 아니다. (정말로)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배운 게 그러니 그런 거다.



하지만 나의 ‘열심’이 누군가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히 여자는,

 직장에서는 일을 하지 않고 사내정치를 하는 다른 부서의 남자 무리의 공격 대상이 됐었다.

이 회사에서는 내 업무를 인수인계받는 과장님에게는 업무에 부담감을, 옆 부서 사람에게는 뭔가 더 열심히 해야 될 것 같은 채찍질이 되나 보다.

그냥 나는 내일을 열심히 하는 것뿐인데……



이직을 4번 하면서 느끼는 것은

일을 열심히 한다고 그 직장에서 인정받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당신에게 일과 인간관계 양다리 선에 있다면 과감히 일을 대충하고 인간관계를 택하라고 말하고 싶다.

아니면 이런 고수도 있는데, 남들 보기에 easygoing! 일을 대충대충 하고 느슨한 사람처럼 보여서

적이 없는데, 자세히 보면 일을 완벽하게 해 놓은 재야의 고수!

나는 언제쯤 이 단계까지 갈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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