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
무한한 시간 속에
유한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는
영원한 아름다움
영원한 부
영원한 사랑을 쫓는다
무한한 순간들을 잊은 채
<망각>
예전 인스타그램 부계정에 올렸던 시이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돈보다는 시간을 쫓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항상 그런 사람인 줄 알았다.
미국에서 유학 생활 중 어느 한 사건(?) 이후로, 정말 가까운 동생에게
"형, 많이 변했네."
라는 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이 이야기는 다음에 다루도록 하겠다.
인스타그램에 저 시를 올린 건 내가 퇴사를 결심하기 일주일 전이다.
물론 퇴사를 결심하기 전에도 그해(21년) 안에 퇴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지내고 있었다. 퇴사 사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중 하나는 바로 시간이었다.
1. 서른까지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2. 회사에서 흘러가는 나의 시간을, 회사 업무를 하면서가 아닌 다른 것을 하며 쓰고 싶었다.
무한한 자원인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유한적으로 적용되고, 사람들은 이 유한한 시간 속에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따라서 대부분 사람들은 한 번뿐인 삶에서 의미를 찾기 위해, 혹은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열심히 바쁘게 살아간다. 하지만 이 중 모든 사람들이 삶 자체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무한한 순간들을 인지하며 살아가지 않는다.
내가 유한한 시간 속에 무한한 순간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수학의 꽃인 미적분 중 적분의 개념에 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1이라는 숫자를 덧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1보다 작은 무한한 수의 값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자면,
1/2 + 1/4 + 1/8 + 1/16 ...... = 1
이럴 수 있겠다.
(그렇다, 나는 공대생이다.)
'......'에 포함된 정말 작은 값을 가진 하나의 수라도 없다면, '1'은 완성될 수 없다.
'1'(사람에게 주어진 시간) 속에 무수한 숫자(순간)들이 있고, 그 어떤 숫자(순간)도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출출함을 달래고자 집 앞 편의점을 다녀오는 길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달무리를 봤다. 몇 초 사이에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지만, 달무리가 제대로 찍힌 건 한 장뿐이었다. 찰나의 순간에 보였다가 사라진 것이다.
잊지 말고 살아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