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관태기가 아니다

바운더리에 대하여, 2017

by enby


나는 관태기가 아니다





내게도 그런 날이 있어

하나만 남기고 울타리 두 개는 내려뒀으니 사이로 들어와

그렇지 그렇게 아침이 오기 전에


오늘 만찬엔 정신없게 경쾌한 음악을 틀 거야

시간의 품에 안길 때 우리는 괜찮아 불안한 눈빛에서도 반짝이는 오닉스를 찾아낼 거니까

초대받은 이의 입술에서 눈꺼풀로 속눈썹에서 콧망울로

오르내리는 안도와 감정의 추에 나는 탑승하고 양팔을 그 어깨에 기대고


무슨 말이라도 좋아 언제라도 같이 잔을 비우는 동안이면

두 발이 딛는 대로 닿을 수 있는 대로 지금 가까이 더 가까이로




지난날 날갯짓도 가시지 않은 채로 그리고 오늘

나머지 울타리를 전부 닫아 올려 내가 뱉는 말소리조차 무거운 이런 날엔 견고하게

더 밝아지기 전에 어서 돌아가 멀리 멀리


적막한 정원의 틈새로 주저하는 네게 손을 뻗어 줄게 이건 사랑이기 때문에

절름발이의 로미오와 줄리엣 그 사이에 밀려드는 오색의 은하수를 너는 모르겠지만

원하지 않는 지금은 모든 조각 뒤로 사라지고픈 오늘은 오직 나만 남겨두고 나만을 위하여 가야 해

모르고 서성이거나 끝내 창문을 두드린다면 짓궂은 별들은 영영 숨어버릴 테니까


언젠가 밤빛이 밝아오는 그때라면 좋아 마음껏 시소를 타고 싶은 그 기분이라면

달아나는 벌거숭이 꼬마의 꽁무니에 검은 양복 행렬이 찾아와 겉만 마른 잔을 채우고 기뻐하는 내게 다시 찾은 뜨거운 시간이면

그때야말로 다시 와주렴 곁으로


흡족할 거야 잠시 떠난 아이도 그 보드라운 볼을 스쳐와 우릴 휘감은 휘장도 모두

다시 올 테니 언제까지나

함께일 거야

괜찮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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