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향되기 참 쉬운 세상이라고, 유튜브 알고리즘과 에센에스의 구독 시스템을 보며 실감한다. 영상 몇 개를 보다 보면 금세 그와 관련된 것들로 피드가 가득 찬다. 가끔은 무서울 때도 있다. 좋아하는 이야기만 골라보기는 너무 쉬워졌고, 듣기 싫은 이야기를 차단 버튼을 꾹 눌러 영영 내쫓아버리는 것도 지나치리만큼 간단하다.
문제는 내 취향과 내 의견이 항상 옳지만은 않다는 데 있다. 알고리즘의 추천에 익숙해지고 차단 버튼을 연달아 누를수록 다른 사람의 의견을 접할 기회가, 또 지금 당장은 관심이 없지만 어쩌면 흥미로울 수도 있는 분야를 접할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느낀다.
사람들이 첨단 유행에 열광하다 레트로로 회귀하는 것처럼, 나도 알고리즘의 끝에서는 결국 잡지로 돌아가고야 말았다. 뉴트로를 즐기는 세대가 정작 레트로를 겪어본 적 없는 나이대라던데 잡지를 몇 번 읽지도 않은 내가 잡지에 매력을 느끼는 것도 비슷할지 모르겠다. 요즘 내가 생각하는 잡지의 매력은 이렇다. '내가 구독했지만, 내용까지 구독할 수는 없는 매체'. 잡지는 문자 그대로 잡스러운 글 묶음이다. 글 중에 하나를 보고 잡지를 구독할 수는 있어도 다른 수록글까지 전부 내 취향대로 골라 담아 달라 할 수도 없고, 이번 호에서 내가 좋아했던 글이 다음 호에서도 실릴 거란 보장은 없다. 그런데 내가 초대하지 않은 글이 내 책상에 찾아든다는 게 이토록 반가울 일일 줄은 몰랐다.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해도 '내가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는 글'을 골라주지는 않을 테니, 잡지는 어쩌면 알고리즘의 맹점을 채워주는 매체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