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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JO Sep 13. 2022

우리에게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해  여름은 

dear, 해새


그림엽서는 잘 받아보았습니다. 저때만 해도 수영복 차림으로 해변에 앉아만 있어도 더웠었는데, 어느새 이곳은 바람이 찹니다. 서울은 어떤가요?  친구의 인스타를 보면, 긴소매를 입고 다니더군요. 그런가요?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데 요즘은 어떤 책을 읽고 계시나요?


이 그림을 그린 날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한여름의 모래사장 위 우리들은 각자의 세계에서 헌책방에도 다녀오고 유서 깊은 미술관에라도 다녀온 것처럼 각자의 시간을 즐겼지요. 특히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개 샤찌가 엉덩이를 흔들며 벌레 친구들을 쫓아다니다가  얼굴에 모레를 잔뜩 묻히고 솔방울을 던지라고 으름장 놓던 기억이 나네요. 

생각만 해도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번지는 날이었습니다.


언니야 솔방울을 던졍 

혜린님이 추천해준 책 존 버거의 어떤 그림에 나오는 한 구절입니다.


"푸생은 영원한 것은 무엇이고 영원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사로잡혀 있었어. <성 요한이 있는 파트모스 섬 풍경>을 살펴봐. 성 요한은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든 시간에 걸쳐 있는 풍경 속에서 신과 창조에 관한 생각을 적고 있어"


전 가끔 어떤 기억 속에 사로잡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그럴 때 혜린님이 그려준 그림들을 보면, 그 기억들은 금세 사라져 버리고, 

코끝에 바다 냄새가 나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푸생의 말이 진짜 인 것처럼 느껴지네요. 영원한 것은 무엇이고 영원하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요?

잘은 모르지만, 이 시간들은 제 기억 속에 영원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기억 속에 사로 잡힌 고통스러운 나 자신  또한 영원할 것이라는 명제가 참이 되는 것이겠지만,  뭐 어떻습니까. 이런 여름을 좀 더 많이 만들다 보면,  영원 서랍엔 이런 풍경들만 가득하겠지요.

이 순간들을 그림으로 남겨놔 줘서 감사합니다. 

over to you,

                                                                                                                  그 여름의 끝에서


JO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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