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타 하리(Mata Hari,1876-1917).
사람마다 누군가를 기억하는 방식은 다르다. 독일과 프랑스를 오간 이중 스파이로 전쟁사의 한편을 차지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내게 마타 하리는 그녀가 춤에 대해 남긴 말이 전부다.
“춤은 모든 동작이 언어인 시다.”
“The dance is a poem of which each movement is a word.”
춤추는 모든 동작을 시로 여겼던 마타 하리를 바라보던 뭇 영혼들의 가슴에는 주름이 오목오목 파였을 것이다, 나아갈 수도, 멈출 수도 없었을 것이다.
춤이 내 마음을 흔들었던 적이 세 번 있었다.
첫 번 째는 사물놀이패 공연을 보러 갔다가 마지막 순서로 모두가 함께하는 ‘강강술래’의 흥에 이끌려 처음 만난 낯선 사람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신명 나게 춤추며 행복했던 고향 제주에서의 그 어느 날 저녁이었다.
두 번째는 캐나다에서 공부하던 시절 전 세계를 강타한 ‘마카레나’의 열풍에 휩쓸려 친구들과 어깨동무하며 토요일 새벽으로 넘어가던 모든 금요일 밤이었다.
세 번째는 그리스의 서정을 온몸에 태우고 흐르는 ‘시르타키(Syrtaki/Sirtaki)’를 보자마자 내 가슴도 절로 춤을 추던 그때부터였는데 이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오스카 와일드가 ‘나는 시대를 잘못 타고난 그리스인이다’라고 고백했던 것처럼 나도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할 뿐이다.
내 마음을 움직인 세 번의 경험에 공통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춤에 실려 있는 ‘흥의 연대’다. 함께 모여 깔깔깔 즐기는 동안 힐링이 찾아오는 것은 그저 덤이다.
#Zorba the Greek
춤에 관해서라면 백치나 다름없는 내가 시르타키에, 그것도 첫눈에 매혹된 것은 그 춤이 풀어놓는 기품과 우아함 때문이다. 시르타키는 영화 “그리스인 조르바”를 계기로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된 그리스의 민속춤으로서 서로 어깨를 맞잡고 흥에 취하는 라인댄스에 가깝다.
나는 미키스 테오도라키스의 노래를 타고 흐르는 시르타키를 사랑한다. 내 휴대폰 벨소리도, 알람 소리도(그래서 종종 혼동하기도 하지만) 조르바 댄스다.
하지만 우습다. 아직 배우지 못한 춤이기 때문이다. 추지 못하는 춤과 사랑에 빠져있다는 고백이 그대에게는 어설픈 짝사랑처럼 들린다 해도, 어쩔 수 없다. 시르타키를 위해서라면 나는 그대의 조롱도 감수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오직 한 가지. 내게 시르타키는 모든 동작이 언어인 한 편의 시이기 때문이다.
*그리스어의 ΟΠΑ!(OPA!)는 일종의 감탄사(아싸, 어머나, 깜짝이야 등), 혹은 춤을 추기 시작할 때나 춤추는 중간 중간 신명을 위한 추임새(얼쑤)로 사용되는데 발음이 우리말 ‘오빠’와 같다.
#Dance Zorba the Gree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