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충호 May 29. 2023

한(恨)의 정서가 뉴에이지 음악과 만났을 때

김영동: 바람의 소리, 산행

창작국악 작곡가 김영동은 우리 국악의 현대화와 대중화에 앞장선 선구자라 할 수 있다. 그의 음악은 듣는 이로 하여금 절로 눈을 감게 만들며, 명상의 세계로 안내하고 그리곤 치유를 경험하게 한다. 한(恨)의 정서가 뉴에이지 음악과 만나 힐링을 선물하고 있다.     


#바람의 소리

흙을 구워 만든 ‘훈’이라는 악기가 만들어낸 음빛깔은 내가 대숲 한복판에 서야만 들을 수 있는 바람의 소리를 들려준다. 다시 말해 나는 대숲에 가고 싶은 상황이면 이 음악을 들어야 한다. 드러낼 수 없는 슬픔을 마주할 때, 터뜨릴 수 없는 분노가 가슴에서 심지에 불을 붙일 때, 나 스스로에게서 구역질을 느낄 때, 나는 바람의 소리 한가운데로 나를 데려가 세워놓는다. 불평에서 평화로, 서글픔에서 엷은 미소로, 매듭에서 허무로, 관계에서 해탈로 돌아올 때까지 듣는다. 일주일 내내 ‘바람의 소리’만 들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글에 링크하기 위해 음원을 찾다가 알게 된 사실은, 내가 받은 서정적인 느낌과는 전혀 다르게, 자녀의 도리를 담은 곡이라는 것이다. 작품이 창작자의 손을 떠나면 수많은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자녀의 도리라......    


누가

저 작은 풀꽃에게    

겸손과

질서와

그리고,

기품을 가르쳤을까?    

- 박현자, ‘금낭화’


#산행

송광사에서 법정 스님과 헤어지는 길에, 돌아서서 불일암으로 올라가던 스님의 경쾌한 뒷모습을 보고 만든 노래라고 한다. 그처럼 가볍게 이 세상을 다녀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달콤한 과육의 시절이 끝나고

어느 날 허공을 날던 새는

최후의 추락을 맞이하였습니다

바람이, 떨어진 새의 육신을 거두어 가는 동안

그의 몸 안에 남아 있던 산수유 씨앗들은

싹을 틔워 잎새 무성한 나무가 되었습니다     

- 유하, ‘나무를 낳는 새’ 중에서     

     

#귀소



#먼길


#초원






매거진의 이전글 춤은 모든 동작이 언어인 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