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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충호 Jun 01. 2023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 가락임이 분명하다

Karl Jenkins의 시대정신:  Benedictus

웨일스의 작곡가 칼 젠킨스 (Karl Jenkins)는 시대정신(Zeit Geist)과의 조화를 중요시한다. 그가 음악적 영역뿐만 아니라 문화적 경계를 과감하게 넘나들며 크로스오버 음악을 추구하는 것도 그러한 신념의 결과일 것이다.     


#The Armed Man: A Mass For Peace - XII. Benedictus


칼 젠킨스의 ‘무장한 남자(The Armed Man)’는 그가 코소보 전쟁의 희생자들에게서 모티프를 얻어 작곡한 반전(反戰) 주의 성격의 작품인데 가톨릭 미사(Mass)를 바탕으로 하였기에 ‘평화를 위한 미사(Mass for Peace)’라는 부제가 달렸다.

전체 13개의 악장 중에서 12번째 곡인 ‘베네딕투스(Benedictus: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찬미받으소서)’는 그 빼어난 선율로 인해 여러 연주자들이 독립적으로 연주할 만큼 인기가 있고, 일반 대중에게도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마음 속에서 이상한 변화가 생기는 느낌을 받게 된다. 황무지에 버려져 꽁꽁 얼어있던 사랑이 봄을 맞은 꽃처럼 줄기를 올리고 잎을 벌리는 것 같고, 없던 종교심이 생겨나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성당의 종탑 로 시선을 던지게 된다. 

이는 지상에서 하늘로 올려보낸 선율이 아니다.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 가락임이 분명하다.


나에게 ‘베네딕투스’는 떨림 그 자체다. 

처음 들었던 날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것이다.  


#Benedictus – 2CELLOS [LIVE at Arena Zagreb]


두 명의 크로아티아 연주자가 등장하기까지, 아마 첼로가 이 정도로 대중들에게 광범위하게 사랑받은 적은 없었으리라. 클래식 음악을 통해 기본기를 탄탄히 다진 실력자들이 좁은 마당을 뛰쳐나와 그들만의 영역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은 물론 뛰어난 쇼맨십과 탄성을 자아내는 무대 매너였다.

크로스오버 곡들이 첼로 위에서 마음껏 춤추는 그들의 라이브 콘서트는 마치 페스티벌에 가깝다. 신들린 듯 휘둘리는 현이 줄줄이 끊어지는 연주를 지켜보는 이에게는 오직 둘 중 하나의 선택만이 있을 뿐이다. 숨이 멎거나, 숨이 막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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