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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충호 Feb 26. 2019

지금, 멋진 영어 한줄의 타이밍2
Oscar Wilde

스물셋, 나는 세상의 왕이었다

오스카 와일드. 1854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나 1900년 프랑스 파리에서 46세로 생을 마감한 사나이. 나는 그를 사랑한다. 그의 동성애적 성향을 제외하면 기질 면에서 나랑 상당히 비슷해서 더 그런지도 모른다. 낭만주의를 중심축으로 삼고 데카당스(decadence)와 탐미주의 사이를 움직이는 시계추처럼 오간 삶이었다. 자신을 신비한 존재로 놓고 탐구하며 자신을 믿고 자신을 사랑했으며 몰락하는 순간까지 끝끝내 자기 자신으로 남았다. 아름다움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삶에 인위적인 덧칠도 마다하지 않을 만큼 아름다움을 탐했다. 나도 그렇다. 그의 상징인 ‘자아’, ‘정체성’, ‘자신감’, ‘자존심’, ‘나르시시즘’ 등은 이미 내 주변인들에게 나의 상징이 된지 오래다. 


스물셋, 내가 세상과 일대일로 싸우더라도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던 나이다. 사실 그 당시 내 형편이라고 해봐야 학업은 고등학교 졸업에서 멈춰 있었고, 군 복무 중이었으며, 첫사랑은 눈물을 보이며 떠난 게 전부였다. 그럼에도 난 모든 것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내 인생의 절정이라 믿었으며, 자신감은 스스로에 대한 숭배로 이어질 정도였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그해 겨울, 밤하늘에서 빛나던 오리온 별자리를, 찬란한 꿈을 쏟아내며 숨막히게 내게로 내려오던 별빛 말고는 그 이유를 설명할 길이 없다. 그때 나는 혼자였지만 행복했다. 세상의 왕이었다. 나 자신을 누구보다 더 사랑했으며 누구보다 더 믿었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간행, 흥선대원군 집권, 갑신정변, 동학농민운동, 대한제국 수립, 경인선 철도 개통, 그리고 (놀랍게도) 종로에 가로등 설치…. 그가 살았던 연대를 기준해 우리나라의 역사연표에 나타난 기록의 일부다. 지금 여기, 첨단의 스마트 왕국인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가 150년 전 조선의 환경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 난감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시대보다 한 세기 이상을 앞서 살았음이 틀림없는 오스카 와일드를 소환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는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간다는 느낌을 줄 뿐만 아니라 우리들, 그 중에서도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정신에 어울려 보이기 때문이다. 


‘멋진 영어 시리즈1’의 주제는 ‘꿈꾸는 삶’이었다. 이어지는 ‘멋진 영어 시리즈2’의 제재(題材)로 오스카 와일드의 말과 글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특히 젊은이들이 (그 이유가 사회적이든 개인적이든 관계없이) 자기애와 자신감이 결핍된 사회를 지나고 있는 게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꿈을 꿀 수 있는 용기의 바탕에는 자신에 대한 사랑과 자신에 대한 믿음이 굳건해야 한다. 자존감은 자아독립이 아니면 불가능하고 독립은 곧 욕망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나를 지키고 꿈꾸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면 나는 세상의 그런 평판에 딱히 억울함이나 서운함도 없다. 나는 나를 지키고 싶고, 그런 나를 사랑하고, 그런 나를 믿기 때문이다. 내 안의 천사를 지키고 악마를 덜어내는 일로 세상의 미움을 받을수록 나는 나를 사랑할 것이고 나를 신뢰할 것이다. 세상에 버려진 나를 위로하고 사랑하는 것, 그건 나의 일이기 때문이다.


‘멋진 영어 시리즈’는 ‘인문영어’다.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 모두가 신나고 가슴이 뛰는 영어책을 만들고 싶었다. 고리타분한 설교와 훈계(MSG)로 가득한 영어책을 대신하고 싶었다. 나는 신선하고 건강에 좋은 재료(인문학)에서 맛있는 요리(영어 공부)가 나온다고 믿는 셰프(영어 교사)다. 멋진 영어의 오솔길로 들어온 당신을 환영한다.


2019년 2월

이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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