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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월요편지

종교의 목표, 종교인의 기도

Oscar Wilde: 기도는 결코 응답받아서는 안 된다

by 이충호

신천지 교인들로 촉발된 코로나바이러스 광풍에 종교의 자유, 이단과 사이비 논쟁이 더해져 사회가 시끄럽다.

이단은 '다를 이(異)', '끝 단(端)' 자를 쓴다. 문자 그대로 끝이 다르다는 뜻이다. 끝은 목표다. 출발점이 성경, 구원, 예수 재림 등의 원소가 교집합을 이루는 기독교로 그 영역을 한정해도 그 과정과 목표는 서로 다르다. 한 점에서 출발한 삼각형, 사각형, 팔각형, 마름모, 타원, 원…, 모두가 서로에겐 이단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단 시비가 종교 안의 문제라면 사이비(似而非) 논쟁은 종교와 종교인을 바라보는 일반 시민들의 시선까지 참여하는 전선이다. 종교와 닮았으나 종교가 아니다, 종교의 언어와 형식을 빌렸지만 도저히 종교인의 언행과 닮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슈퍼 전자파의 진원지로 신천지(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가 지목되자 이만희 총회장이 지난 2일 경기도 가평군의 신천지 연수원 '평화의 궁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 번씩이나 큰 절을 하며 국민들에게 사죄를 했다. 하지만 신천지 교인들에게 교주이자 구원자로 불리는 이가 손목에 차고 나온 '박근혜 시계'는 보는 이의 마음을 그가 믿는 새 하늘 새 땅이 아닌 곳으로 끌고 간다. 그들의 주장대로 비유와 상징으로 가득한 신구약 성경에서 언급한 ‘이긴 자’, ‘약속의 목자’가 철 지난 권위의 상징을, 그것도 짝퉁으로 의심받는 시계를 차고 나타나다니!

“하나님, 꼼짝 마.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내가 이렇게 하나님하고 친하다.” 지난해 10월 말 청와대 앞 광야교회 저녁예배 설교에서 전광훈 목사가 종교인으로 연단에 올라 내뱉은 말은 전 세계 언론에 보도되기까지 했지만 결코 종교인에게 어울려 보이지 않았다. “당시 성령이 충만했다. 하나님께서 저를 그만큼 믿어주신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함이었다. 신학적으로는 당연히 문제 있는 발언이지만, 믿지 않는 사람들, 애국 운동하는 사람들 앞에서 했던 발언이다.” 그의 해명은 성령이 얼마나 천박한지를 고백하는 것과 같고 믿지 않는 사람들, 애국 운동하는 사람들을 무지렁이로 보는 그의 인식을 더하고 있을 뿐이다.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총괄대표로 “문재인 저 X을 빨리 끌어내려 주시옵소서. 주사파 50만 명 척결해 주시옵소서!” 청와대 앞에서 불법집회를 주도하며 내란선동에 가까운 언행을 일삼았지만(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는 헌법 제20조 2항 위반) 관계당국은 종교단체라는 이유로 위반 사항들을 간과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이미 ‘같은 내란선동인데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에게는 징역 9년형, 전광훈 목사에게는 불구속이라면 누가 검찰과 사법부를 신뢰할 것인가?’라는 균형을 찾는 목소리조차 힘을 잃은 지 오래이다. 이쯤 되면 공권력도 ‘사이비’ 논란에서 자유로울 것 같지가 않다.

자의 반 타의 반 30여 년 동안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를 지상에서 붙들려고 했던 마음을 내려놓았던 이들처럼, 그가 있어야 할 곳은 인간이 천박하게 싸우는 이 땅이 아니라 저 고결한 하늘이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가 모든 시대에 있었다는 사실에 그나마 위안을 받는다.


“기도는 결코 응답받아서는 안 된다. 응답을 받으면 더 이상 기도가 아니라 편지가 되기 때문이다.”

-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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