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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충호 Jul 17. 2023

난 왜 날지 못할까? 언젠가 난 별에게 소원을 빌 거야

Eva Cassidy: Fields of Gold

#Sting - Fields Of Gold

이 곡은 Sting이 The Police의 활동을 접고 농사도 짓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지내던 중 자신의 집 주변 황금빛 보리밭 들판을 바라보다가 영감을 받아서 만든 곡이라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스팅의 노래 중 하나다.

팝 음악은 듣는 이에게 처음 발표한 가수의 흔적이 크게 남는 영역이다. 웬만한 리메이크가 평판을 얻기는커녕 그 시도조차 묻히고 마는 이유이기도 하다.   

             

#Eva Cassidy - Fields Of Gold

         

나는 에바 캐시디(Eva Cassidy, 1963 - 1996)가 부른 ‘Fields Of Gold’를 더 좋아한다. 어린 시절 수줍음 많았다던 게 드러나는 그녀의 목소리가 나의 정서를 건드린 것인지, 짧디 짧은 그녀의 서른셋 생애가 내 가슴에 들어와 박힌 것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보리밭 사이로 서풍이 불어올 때면
그대는 나를 기억할 거예요
우리가 황금빛 들판을 거닐던 지난날처럼
하늘 위에서 시샘하는 태양도 그대는 알아차릴 거예요

머리카락이 흘러내리듯 그녀는 그의 품에 안겼었지요
황금빛 들판 사이에서

그대 내 곁에 있어 줄래요?
나의 사랑이 되어 줄래요?

난 결코 가볍게 약속하진 않았지만
그대도 내가 지키지 못한 몇몇 약속들이 있었네요
하지만 맹세해요, 남아있는 날들 동안
우리는 여전히 황금빛 들판을 걷고 있을 거라고

보리밭 사이에서 보낸 여름날들 이후로
많은 세월이 지났네요     

당신이 황금빛 들판에 누워있는 동안
해가 지고, 아이들이 달리는 걸 보고 있네요”


허스키한 스팅의 목소리로 듣는 노래 속에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부부와 그들 앞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행복이 펼쳐진다. 하지만 에바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황금 들판에는 엄마가 보이지 않고 대신 서풍에 너울지는 아련한 슬픔이 넓게 펼쳐져 있다.

어디에 있을까, 하고 고개를 돌리는 가족들 머리 위 하늘에는 여전히 시샘하는 태양이 내리쬐고, 그 밑으로 펼쳐진 하얀 뭉게구름 속에서 희미하게 미소 짓는 여인의 얼굴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Eva Cassidy - Tall Trees in Georgia(at the Blues Alley jazz supper club in Georgetown, DC, on the 3rd January 1996)


부모님이 좋아하던 노래를 들으면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녀가 성인이 되어, 낮에는 정원사로 일하고 밤에는 자신이 노래를 부르던 재즈 클럽에서 열창하던(그것도 그녀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던 1996년) 에바의 모습을,  그녀의 죽음을 떠올리지 않고 감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va Cassidy - Over The Rainbow


#Eva Cassidy - Imag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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