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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윤 Oct 27. 2024

웹툰-독자계의 상위 0.1%

평범한 워킹맘인 내가 웹툰판에서는 SSS급 독자?


그렇다.

나는 네이버 웹툰계의 상위 0.1% 독자이다.


먼저 (카카오)브런치에서 네이버 이야기를 하게 되어 매우 죄송하게 생각한다. 다시 한번 죄송한 말씀이지만 웹툰은 네이버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안 본다고 하진 않았다.)


작년(2023년) 연말 즈음에 네이버웹툰에서 독자들을 대상으로 나의 웹툰 레포트를 만들어주는 이벤트가 있었다. 2023년 1월 1일부터 2023년 10월 30일까지, 총 10개월 동안 독자가 읽었던 웹툰 작품과 회차를 기준으로 통계를 낸 결과에 대한 간단한 레포트였다.

나도 올해의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궁금해졌고, 레포트를 신청했고 결과는 아주 놀라웠다.

2023년의 나는 지난 10개월 동안 무려 256개의 작품을 열람했고, 회차로는 10,400회를 읽었단다. 이게 얼마나 기록적인 수치인가 하면, 네이버웹툰 독자들의 평균 열람회차는 914화였다. 평균의 11배를 뛰어넘는 거대한 숫자의 탄생.


그렇게 나는 네이버웹툰 독자계의 상위 0,1%가 되었고, 네이버웹툰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올해의 웹툰왕’이라고 쓰고 오타쿠라고 불러주는 타이들을 거머쥐게 되었다. 이런 건 도대체 어떤 할 일 없는 사람이 받는 건가 했더니, 그 사람이 여기 있었다.

혹시 시간 많은 백수냐고 물으신다면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

나는 야근 많은 직장 다니며 애도 둘 키우는 워킹맘이라는 것을 밝힌다. 시간 쪼개 쓰기로 워킹맘처럼 바쁜 사람이 있으면 여기 이 글에 댓글 부탁드린다.


네이버 웹툰 레포트 - 나.. 오타쿠였냐



수능 점수가  상위 0.1% 였다면 부모님이 그리도 원하시던 의대라던가 서울대에 입학했을 텐데.

아쉽게도 네이버 웹툰 상위 0.1%는 나에게 고작 레포트라는 결과만 남겨주었다.

아니 분명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며, 제대로 모시겠다고 했으면서! 정작 네이버웹툰에서 쿠키 1개도 받지 못했지만, 약간의 상위 클라스에 대한 자부심과 뿌듯함이 느껴진 건 왜일까.

한편으로는 10,400회를 본 시간을 모으면 그게 얼마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씁쓸한 마음도 느껴졌다.


하지만.

그래도.

내가 언제 상위 0.1%가 되어 보겠어?




매일 똑같고 지루하다고 느껴지는 요즘 이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겠지. 네이버웹툰을 둘러보면 분명 내가 못 보거나 안 본 작품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은데, 웹툰을 연재하고 있는 작가님들은 얼마나 많으신 걸까. 보고 또 봐도 새로운 연재가 시작되고 늘 즐거운 시간을 선물해 주시는 웹툰 작가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저녁 11시가 되면 다음날 요일의 웹툰이 차례대로 업로드되고,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UP이라고 표시된 회차를 누른다.


내가 어렸을 때는(지금도 일부 그렇지만) 만화를 본다는 건 어린아이들이 보는 거라는 인식이 있었다. 어른이 돼서도 만화를 보냐는 잔소리도 많이 들었고. 사실 아직도 부모님은 지금도 나에게 같은 말을 하신다.

그래도 정말 다행인 것은 웹툰이 대중화가 되면서 출퇴근 지하철에서도 당당하게 웹툰을 볼 수 있는 시대라는 것. 슬쩍 옆을 둘러보다 내가 좋아하는 웹툰을 보는 분을 발견하면 내적 친밀감이 생기곤 한다.


‘아! 그거 보시는구나. 이번 편 진짜 재밌죠?!’


출처-pixabay



얼마 전 첫째의 같은 반 친구 엄마들과 모여서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다. 어쩌다 화제가 이리로 넘어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여하튼 웹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어머! 나만 웹툰 보는 줄 알았는데.”


8명의 엄마들 중에 무려 6명의 엄마들이 웹툰을 보고 있었다니. 6명의 엄마들은 쿠키를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정보를 나누며 아이들처럼 신나 했다. 마치 집에서 아이들에게 만화책을 보지 말라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는 엄마인 것처럼.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한 1만 시간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하는 1만 시간의 법칙.

그렇다면 나는 이미 웹툰 독자로서는 전문가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웹툰도 책도 브런치도 마찬가지지만 수많은 작품 안에 여러 가지 희로애락이 담겨있고 메시지가 들어있고 모든 이야기들이 있다. 작가의 일상을 공유하기도 하고, 판타지 세계로 들어가기도 하고, 과거로 시간을 돌린다거나 무림 고수가 되기도 하면서.


웹툰은 책보다는 당연히 더욱 자극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느낌이 더 많다. 대체로 내 삶에 도움이 된다거나 어떤 교훈을 주는 콘텐츠가 아님에 동의를 하는 바이다.

하지만 글과 만화라는 형식의 차이만 있을 뿐 나는 웹툰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더 넓어졌다고 느낀다. 더욱이 다양한 분야에 새로운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어 주기도 했고.

암만 생각해도 쇼츠보다는 글씨도 있고 스토리도 있는 웹툰이 낫지 않을까?


주변에 점점 40을 넘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다들 새로운 일이 없다고 한다. 나도 역시 매일이 출퇴근, 육아, 집안일에 치이며 전쟁 같은 날들을 보내고 있다.

이 바쁜 날들 속에서도 틈틈이 나의 도파민을 책임져주는 웹툰이라는 취미를 강력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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