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마지막 날
오늘은 2024년의 마지막 날이다.
누구나 오늘을 잘 정리하고 다가올 2025년을 새롭게 맞이하고 싶을 것이다.
얼마 전 믿기 힘든 사고가 발생하였고, 이번 연말은 어느 때보다도 더 조용하고 차분하게 마무리를 하게 되는 것 같다. 내 일이 아니지만 비극에서 오는 슬픔이 나의 기분까지 가라앉게 만든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슬픔이고 절망인 것 같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좋은 곳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고 있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매년 12월만 되면 1년이라는 시간이 부족할 만큼 계획만 많이 세우곤 했는데, 이젠 그것마저 안 하게 된 지가 몇 년이 흐른 것 같다. 왜 그런지 생각을 곰곰이 해보면 회사 업무 특성상 1월 1일을 타깃으로 하는 일을 11월, 12월 동안 계속 진행을 하다 보니 1월 1일이라는 날짜가 뭔가 성공의 결과가 나오는 마지막 종착점 같은 느낌을 받아서 인 것 같기도 하다. 보통 연말은 휴가도 가고 여유롭게 보내는 회사들도 많은데 최근 몇 년 동안의 1월 1일은 장애 없이 지나가길 바라는 이벤트의 날이었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출근 혹은 집에서 대기를 하는 날이었다.
흔히 이야기하는 한국나이에서 만 나이로 나라의 기준이 바뀌고 나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가 더욱 난감해졌다. 30살이 넘고 몇 년이 지난 후에는 내가 몇 살 인지도 기억이 가물한데, 이걸 한국나이 만 나이 따져가며 계산을 하자니 머리가 더욱 복잡해진다. 내 나이는 잊어도 첫째 딸의 나이는 기억을 하고 있어서 늘 딸의 나이 더하기 30을 해서 내 나이를 계산하곤 했다.
아직은 한국 나이가 익숙하여, 내년이면 나는 40살이 된다.
이러고 내일이면 만 나이로 30대라며 우기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40이란 숫자의 느낌이 다행히도 나쁘지 않다. 20대의 마지막 날은 꽤나 마음이 뒤숭숭하고 미묘한 것 같던 기억이 난다.
이제 첫째는 10살이 된다.
10대라니. 느낌이 사뭇 다르다.
내가 40대라는 것 보다도 훨씬 더.
내년부터는 뭔가 설문조사를 할 때 자녀의 나이대를 물으면 10대에 체크를 해야 하는 건가,라는 쓸데없는 상상도 해본다.
2024년은 바쁘게 지냈다. 그러면서도 어쩌면 여유가 있던 것도 같고 마음은 항상 조급하기도 했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불만이 가득하고 짜증이 많은 사람으로 지낸 것 같다. 그래서 늘 아이들과 남편에게 미안했고 반성하고 다시 돌아서면 화를 내고 점점 최악으로 향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 우울증인가 하고 의심했던 날들을 지나 몇 번의 상담을 받고 번아웃이라는 결론이 내려진 이후로는 내가 많이 지쳤구나, 힘들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뭔가를 내려놓아야 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 나의 경우에는 회사(일)이었다.
당장 자고 일어나서 2025년이 되었다고 해서 새로운 버전의 나로 태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앞서 지나간 시간들이 증명해 주고 있기 때문에 나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속상하기도 하다.
내년에는 출근을 하지 않는다는 큰 변화가 있기 때문에 그래도 뭐라도 달라지겠지 하는 생각을 하지만,
한편으로는 빨리 바뀌어야지, 나아져야지 하는 내 마음속의 압박감으로 여전히 초조해진다.
남편은 이제 시간 여유가 생겼으니 천천히 행동하고 생각해도 된다고 했지만, 나는 데드라인이 찍힌 프로젝트를 받은 것 마냥 계획을 촘촘하게 세우고 하나씩 달성해 나가야 한다는 어떤 책임감과 의무감이 내 마음속에 생긴 것 같다. 나도 참 이런 내 성격이 싫다.
남편은 천천히 내려놓는 연습도 해보라고 했다. 명상이라도 시작을 해봐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또 Todo List에 목록 하나를 추가하게 된다.
불혹, 흔들리지 않는 나이라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이 흔들리고 불안하고 고민된다.
흔들리더라도 부러지지 않아야 하지만 올해의 나는 한번 꺾여나간 것 같다.
그래도 내년에는 건강을 챙기고, 가족을 챙기고, 나를 챙기는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나를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해야지.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아이들에게 사랑만 가득 줄 수 있는 엄마가 되길.
글을 쓰다 보니 한 해의 마무리가 매우 우울한 기분이 들지만,
곧 맞이할 새해에는 그래도 조금은 발전되고 조금은 나를 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길.
이 글을 읽으신 모든 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앞으로 행복한 날들만 가득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