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우울할까

번아웃이 되어 버린 나의 인생

by 연윤

내가 왜 우울한지를 고민한 시간이 벌써 3~4년이 흘렀다.

누군가 내게 “왜 그렇게 힘들어?”라고 물을 때, 딱 부러지게 설명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삶에서 중요한 것을 잃은 것도, 누군가의 괴롭힘을 받은 것도, 가정 불화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왜 우울할까?


나조차도 그래! 이 정도면 우울할 만 하지!라고 나를 이해할 계기나 사건이나 이유가 없었다. 내가 나를 이해하지 못했기에 남들에게도 설명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우울할 자격이 없다고 은연중에 느낀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그러면 안 될 것 같다고 마음이 그렇게 결정을 했다고나 할까. 설명은 어렵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랬던 것 같다.

'너는 이렇게 힘들어하면 안 돼. 이유가 없어.'


어느 날 회사에서 심리상담 지원 제도가 새로 생겼다는 공지를 본 순간, 평소와 다르게 망설이지 않고 상담 예약을 했다. 상담을 한번 받아보아야겠다는 마음은 늘 있었고, 남편도 받아보면 좋겠다고 했었다. 필요성은 느끼고 있었지만, 사실 병원에 전화를 하고 상담 예약을 잡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회사에서 연결된 앱으로 상담 예약을 잡는 시스템이 아니라 전화를 해야 했다면 아마도 나는 아직까지 상담을 받지 않았을 수도 있다.



나는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너무 불편하고 어렵고 싫다.

가장 가까운 남편에게도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은 아직도 어렵다.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고, 처음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한 시간을 합치면 16년이 되었는데도 말이다. 거의 내 인생의 반을 차지하는 시간이다.

그냥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아이들과 있었던 일이라던가, 회사에서 어떤 일이 있었다거나, 누가 뭘 어쨌다더라, 그런 일종의 가벼운 이야기들은 친한 사람들에게는 끊임없이 술술 말이 잘 나온다. 평소에 말이 아주 없다거나 하는 편도 아닌데 내 마음 깊은 이야기는 누구에게도 입으로 꺼내기가 힘들다.

처음 만난 상담사 앞에서, 나도 이해하지 못하는 내 마음을 털어놓는 건 어려웠다. 내 이야기는 자꾸 나를 비난하는 말로만 흘러갔다. 결국, 첫 상담 내내 나는 펑펑 울었다. 50분 중 절반 이상은 눈물로 보낸 것 같다. 방을 나서자마자 “내가 왜 그랬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울음이 터져 나왔던 건 내 안에 있던 억눌린 감정이었을 것이다.


내가 우는 이유에 대해 물었을 때, 나는 “아이들에게 미안해서”라고 대답했다.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나는 안방 침대에 누워 휴대폰만 들여다봤다. 필요한 것만 겨우 제공하고, 나머지는 외면하며 보낸 시간들. 아이들조차 나에게 요구하거나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워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상담사님은 내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했다. 충전이 필요하다고. 다만, 아이들이 엄마를 찾을 때는 다정하게 안아주라고 했다.

그 말이 공식적인 면죄부처럼 느껴졌다. 똑같이 누워있는 시간에도, 마음은 조금 더 편해졌다.



상담은 5번을 했고, 일주일에 한 번씩 50분씩 이야기를 나누었다. 첫 시간에만 펑펑 울고 다음 시간부터는 그렇게 울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은 힘들었다. 나는 나를 잘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약을 복용하거나 진단을 받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게 상담이 끝나고 다시 원래의 일상과 똑같아졌다.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스스로 하게 되었고, 상담이 끝난 후에는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는 면죄부를 받은 것만으로 스트레스를 조금 덜 받는 효과가 있었다.





그 후로 나는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기 위해 여러 책을 읽었다. 그러면서 알게 되었다. 특별한 계기가 없어도, 단지 일상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불안과 우울은 찾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비교와 경쟁을 조장하는 사회, 그것 또한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었다.


'게으른 완벽주의자'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이 나를 잘 표현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몇 가지 관련된 글들을 보니 정말 내가 하는 행동을 그대로 써놓은 듯했다. 이런 성향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나의 성격과 지금의 사회와 나의 책임감과 의무가 모두 합쳐져 이런 번아웃이라는 결과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심리학과 뇌과학으로 풀어낸 번아웃과 우울, 무기력에 대한 책을 많이 찾아보면서 나만 이런 것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에 안도하기도 하고, 극복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우울증은 감기보다 골절에 가깝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이 연재 중이신 웹툰 '닥터 앤 닥터 병원일기'에서, 이런 표현이 나온다. 너무도 공감이 되는 내용이었다. '감기는 있다 보면 낫고 후유증도 거의 없지만, 긴 시간 동안 환자의 사회적, 일상적 기능에 심각한 손상을 주고 삶의 질도 떨어뜨립니다. 제 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평생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도 크지요.' 이 문장은 내가 느끼던 우울과 무력감을 정확히 표현했다. 그리고 치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더 명확히 깨닫게 했다.






연재를 처음 시작하면서 남겼지만, 나를 위해 육아휴직을 선택했다. 회사와 가정 사이에서 마음의 여유도, 체력도 부족했던 나는 결국 쉬기로 결정했다. 내가 건강해야, 가정도 회사도 정상적으로 굴러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요즘 나는 감사일기를 쓰고 있다. 빼먹은 날도 많고, 아직은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긍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아이들에게 화를 쏟아내지 않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다정한 엄마가 되고 싶다.


나는 지금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그리고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괜찮다.


표지2.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회피 동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