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자락 끝에 걸린 사랑

by 알레프


사랑을 하며
나는 참는 법을 먼저 배웠고
기대하지 않겠다고
매번 다짐하다가
또 기대하는 사람이 되었지


말을 줄이는 법을 배우고
앞서 가지 않는 법을 배우고
지금은 여기서
멈춰 서도 괜찮다는 걸 배웠어


그의 시선이
내게 오지 않아도
그걸 이유로
나를 잃지 않는 법을


나는 오늘도
그의 옷자락 끝에
내 시선을 두고
스스로를 지켜


사랑은
다가가서 얻는 게 아니라
무너지지 않는 선을
배우게 했고

사랑은
붙잡으라고 가르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거리와
놓아도 되는 마음을 남겼어


불러주지 않아도
다가오지 않아도
그 자리에서
나를 망치지 않는 선택


잡지 않는 게
포기가 아니라는 것
기다림이
비어 있음이 아니라는 것


사랑은 나에게
원하는 걸 말하기보다
지켜야 할 나를
먼저 보게 했고

확인받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는 존재로
나를 세우는 법을
가르쳐 주었어


그래서 나는
그의 시선이 아니어도
그의 옷자락 끝에
내 시선을 둔다


끌려가지 않기 위해
무너지지 않기 위해
사랑을 하며
사랑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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