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여행지에서 향수를 하나씩 사 오던 때가 있었다. 향수가 필요했다기보다는, 현지에서 샀던 향수의 냄새를 맡으면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이 좋았기 때문이다. 비록 다른 기관들에 비해 쉽게 피로해지고 지속적으로 어떠한 냄새에 노출되면 금방 적응하긴 해도, 냄새만으로 특정 기억이 떠오를 만큼 후각은 민감한 감각이다. 그런데 이렇게 예민한 감각인 후각이 내 차에서 고통받는다면, 어떨 것 같은가?
오늘 이야기할 주제는 자동차 내부 악취 문제다. 많은 독자가 알고 있듯 북미형 팰리세이드는 특히 해당 문제와 관련해 소비자의 입에 자주 오르내렸다. 최근 현대차 미국법인을 상대로 걸었던 소송이 철회되며 또다시 팰리세이드 악취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러면서 그때 당시 현대차가 내놓은 해결 방안이 한 번 더 화제가 됐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자.
팰리세이드는
어떤 모델일까?
지난 2018년, 현대자동차의 플래그십 SUV 팰리세이드가 국내 자동차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팰리세이드는 훌륭한 가성비 그리고 튼튼하고 강렬해 보이는 이미지 등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던 바 있다.
실제로 대기 물량만 3만 5천 대에, 출고 대기 기간은 6개월을 넘기기 일쑤였으니 그 인기가 수치로 증명된 셈이다. 게다가 팰리세이드의 등장 이후 국내 대형 SUV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했고, 이는 결론적으로 SUV에 대한 전체적인 수요 증가까지 이어지게 됐다. 여러모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바로 팰리세이드였다.
현대차 팰리세이드
북미에서 얼마나 인기 있나?
국내 시장에서의 흥행과 더불어 팰리세이드는 2019년 여름, 미국 시장에 출격해 현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나섰다. 현대자동차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양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부진을 겪었으나, 팰리세이드가 출시된 이후쯤부터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뭇 전문가는 이를 “공격적으로 내놓은 SUV 모델들의 인기 덕분”이라고 분석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 인기 SUV 모델 중 하나가 바로 팰리세이드다. 팰리세이드는 거의 매달 판매량 상승세를 보이며, 북미에서도 나름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이런 팰리세이드에 치명적인 문제가 존재한다고 전해져 화제다. 아마 대부분의 독자가 이 문제가 뭔지 짐작할 듯하다.
지난해부터 제기된
팰리세이드 내부 악취 문제
지난해 여름 시작된 팰리세이드 악취 이슈는 일부 팰리세이드 소비자를 중심으로 차량 내에서 마늘이나 음식물 썩는 냄새가 난다는 불만이 제기되며 시작됐다. 북미 팰리세이드 커뮤니티와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등에 따르면 나파가죽과 밝은 색상의 인테리어가 있는 일부 팰리세이드 실내에서 마늘 냄새와 같은 악취가 발생했다.
특히 외부 온도가 높을수록 심하다고 밝혀졌는데, 일부 차량의 경우 햇볕 아래 장시간 주차해놓거나 차량을 며칠 동안 사용하지 않았을 때 악취가 심각하게 발생했다. 심지어 몇몇 소비자는 팰리세이드를 소유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악취가 가라앉지 않았다고 전했다. 현대차 북미법인은 초반만 해도 해당 문제에 대해 큰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현지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이 확산하자 자체 조사에 착수했던 바 있다.
“원인은 헤드레스트
인조가죽이라는데...”
해결책이 페브리즈?
지난해 연말, 현대차 북미법인은 악취의 원인을 밝혀냈다. 제조 공정상 잘못으로 인해 헤드레스트 인조가죽에서 악취가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당시 현대차가 내놓은 해결 방안이 다소 의외였다. 딜러를 통해 헤드레스트와 좌석 등받이에 페브리즈를 뿌리라고 지시한 것이다.
게다가 현대차는 차주가 직접 페브리즈를 뿌리면 나파가죽시트에 손상이 갈 수 있으니, 반드시 딜러점을 방문하라고 권했다. 이에 소유주들은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며, 회사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던 바 있다.
소송은 철회했지만
악취는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미국 미네소타 법원에 현대차 미국법인을 상대로 소장을 접수했던 로펌, 헬무스 앤 존슨은 최근 소송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고 측이 직접 철회 사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현지의 한 언론은 원고 측이 소송을 철회한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충분히 강력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으로 보이며, 현대차도 문제를 무시하지 않고 나름대로 해결을 위해 노력한 것을 인정한 셈”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소송을 철회했다고 해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일부 소비자는 아직도 썩은 마늘 냄새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전해진다.
“레몬법 적용됐다”?
과연 확실한 정보일까
한편, 외신에 따르면 올해 3월경 현지에서 팰리세이드의 악취로 인해 레몬법 교환이 이뤄진 정황이 포착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북미 중고 매매 사이트에 레몬법을 통해 교환받은 차량이라 표기된 팰리세이드가 매물로 올라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황 혹은 짐작만으로 레몬법이 공식 적용되었다고 확언하기에는 섣부른 감이 있다. 해당 건이 레몬법이 적용된 첫 사례라고는 하지만, 3월 이후에 약 5개월이 흘렀다. 그렇다면 관련 사례가 더 포착돼야 정상인데, 아직도 관련 사례는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제네시스 G80과
GV80도 악취가 심했다
사실 팰리세이드 외에도 악취로 문제가 됐던 모델들이 더러 있다. 제네시스 GV80과 G80이 그 비운의 주인공이다. 이들 모델에서 문짝 악취에 대한 제보가 물밀 듯이 밀려온 건 지난해 8월경부터였다. 제네시스 GV80과 G80 동호회 카페에는 "문에서 걸레 냄새가 난다"라는 글들이 올라왔다. 차주들은 "도어 틈새와 창문 틈, 내부 스키퍼 등에서 걸레 썩은 듯한 냄새가 나 창문을 열 수 없다"라고 호소했다.
고객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현대차에서는 "가까운 서비스센터 및 블루핸즈에 방문해 AS를 받으라"라는 문자를 발송했다. 현대차 측 설명에 따르면 냄새의 원인은 도어판낼 내부에 있는 BPR 실러 쪽 에폭시 성분 변형에 의한 것이다. 개선 조치는 PVC 필름 부착이었으나, 고객들은 조치를 받은 이후에도 냄새가 난다며 불만을 표했던 바 있다.
냄새나는 자동차에 페브리즈 처방. 이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어땠을까? 당연히 긍정적이진 못했다. 일각에선 “현대차 정신 못 차렸네”, “페브리즈 뿌리라니, 코미디냐”, “페브리즈라고? 미치겠다”, “페브리즈는 좀 심한 거 아니냐”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더불어 “그것도 소비자가 뿌리면 안 되고 딜러가 뿌려줘야 한다고?”, “현기차를 기대하고 타나? 그냥 걷는 것보다 나으니까 타는 거 아닌가?”, “현기차에 너무 많은 걸 바라지 말자”, “진짜 그대로 끝이라고?” 등의 반응도 다수 포착됐다. 오늘 이야기를 나눈 것처럼 팰리세이드 악취 사건은 소송 철회로 일단락됐지만, 해당 사건이 정말 이렇게 마무리될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성이 있는 듯 보인다.